에이치엘비, 임상 3상 성공 주장 이후 주가 3.9배 ↑메디톡스의 잇단 악재에 '보톡스 대장株' 꿰찬 휴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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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치엘비, 휴젤 등 바이오업체의 시가총액 순위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특히 에이치엘비는 지난 22일 장중 한때 '코스닥 시총 1위'로 올라 주목을 끌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2일 에이치엘비는 52주 신고가를 갱신하고 장중 한때 코스닥 1위를 차지했다. 1년 9개월간 시총 1위 자리를 지켜온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밀려난 것이다. 에이치엘비의 시총은 지난달 25일 1조 7657억원에서 지난 22일 7조 943억원으로 1개월 만에 4배로 뛰었다.

    ◆ 에이치엘비, 리보세라닙 임상 3상 성공 주장 이후 주가 4배 급등

    에이치엘비의 주가는 지난 22일 장중 한때 20만 7600원에 거래되면서 지난 7월30일의 2만 1800원보다 9배 이상 폭등했다. 에이치엘비는 투자경고종목 지정 이후 주가가 2일간 40% 이상 급등하면서 오늘(23일) 1일간 매매거래가 정지되기에 이르렀다. 공교롭게도 기준치인 18만 740원을 근소하게 넘은 18만 800원의 종가를 기록한 탓이다.

    에이치엘비의 주식 거래가 정지되자 이번에는 에이치엘비 계열사인 에이치엘비생명과학과 에이치엘비파워가 나란히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은 장중 한때 3만 5450원까지 치솟았고, 에이치엘비파워는 1965원까지 올랐다.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의 주가 상승에는 에이치엘비와 엘리바(전 LSK Biopharma) 합병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에이치엘비는 내달 15일에 엘리바와 합병을 마무리하고, 중국을 제외한 리보세라닙의 판매권을 100% 확보하게 된다.

    앞서 에이치엘비는 지난달 29일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의 위암 글로벌 임상 3상의 탑라인 결과 목표치에 미달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해당 발표 직후 에이치엘비의 주가는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에이치엘비의 화려한 부활은 지난달 29일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이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 3상이 성공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진 회장은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3상 임상시험은 성공했다"며 "이번 임상 3상의 성공 근거는 추가로 확정된 탑라인 결과"라고 말했다. 해당 발표 직전인 지난달 27일 4만 6500원이었던 에이치엘비의 주가는 지난 22일 18만 800원으로 1개월도 안 되는 사이에 3.9배나 뛰었다.

  • ▲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은 지난달 29일 유튜브를 통해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 3상이 성공했다고 밝혔다. ⓒ에이치엘비
    ▲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은 지난달 29일 유튜브를 통해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 3상이 성공했다고 밝혔다. ⓒ에이치엘비
    오는 24일(미국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리보세라닙의 신약허가를 위한 사전미팅(Pre-NDA Meeting)을 진행할 예정이라는 점도 시장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번 사전미팅 결과 리보세라닙이 위암을 적응증으로 할 3차 치료제가 될지, 4차 치료제가 될지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예상된다. 경우에 따라 임상 3상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거나 보완 임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에는 신약 허가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

    업계 안팎에선 에이치엘비의 주가 급등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에이치엘비의 주가 급등은 기형적인 현상"이라며 "최근 일부 바이오기업들의 주가 급등에는 뚜렷한 이유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피해를 보는 투자자들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메디톡스 잇단 악재에 '보톡스 대장株' 꿰찬 휴젤

    최근 보툴리눔 톡신 제제 업체들의 시총 순위도 뒤바뀌는 이변이 일어났다. 휴젤이 지난 18일부터 메디톡스를 제치고 '보톡스 대장주' 자리를 꿰찬 것이다.

    휴젤의 시총은 지난 18일 1조 9547억원을 기록하며 메디톡스(1조 8277억원)을 앞서기 시작했다. 전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메디톡스의 수출용 '메디톡신'에 대해 회수·폐기 명령을 내린 게 결정타였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과의 균주 출처 논란을 둘러싼 소송전이 장기화되면서 법적 분쟁에 소요되는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이로 인해 메디톡스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9.3% 감소한 112억 5345만원을 기록하는 등 반토막이 났다. 소송비용은 3분기에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인보사 사태, 신라젠 쇼크 등 외부적 요인까지 겹치면서 메디톡스의 주가가 하락했다. 반면, 휴젤은 외부 악재에도 비교적 선방하면서 시총이 큰 폭으로 떨어진 메디톡스와의 격차를 차츰 줄여나갔다.

    지난 8월5일에는 '신라젠 쇼크'의 여파로 메디톡스와 휴젤의 시총 순위가 각각 코스닥 8위와 6위로 역전되기도 했다. 이날 메디톡스의 시총은 1조 8463억원으로 전거래일 대비 19.07%에 해당하는 4349억 6873만원의 시총이 증발했다. 같은 기간 휴젤의 시총은 2.58%(511억 5370만원) 감소한 1조 9324억원으로 비교적 선방하면서 코스닥 시총 순위가 올라갔다.

    양사의 3분기 실적도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메디톡스는 지난 4월 인수한 화장품 유통기업 하이웨이원의 연결 실적이 반영되면서 매출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으로 인한 비용으로 인한 영업이익 훼손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휴젤의 실적은 지난해 3분기를 저점으로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3분기에는 휴젤은 보툴리눔 톡신과 필러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무난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톡신과 필러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각각 20.4%, 12.0% 늘어났을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