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삼성 OLED 진입' 환영... 1등 자신감LG화학, SK이노 추가 소송 암시... 경쟁사 비판 불사구광모 체제, 달라진 분위기 투자자들에도 전해져삼성과 'TV·가전' 공방 중인 LG전자 컨퍼런스콜 쏠리는 눈
  • LG그룹이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분위기 쇄신에 한창인 가운데 최근에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분기마다 실시하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달라진 면모를 보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실적이 저조한 LG디스플레이와 잇딴 ESS 화재로 시름이 깊어진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들이 과거와는 달리 투자자들에게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비전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오는 30일 실적발표를 앞둔 LG전자도 삼성전자와 TV, 가전 등에서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라 이와 관련해 투자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올 3분기 실적발표에 이은 컨퍼런스콜에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달라진 LG그룹의 분위기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지난주 실적발표를 진행한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이 회사의 현안이나 미래 비전에 대한 투자자들의 질문에 강한 메시지를 던져 주목받았다.

    우선 지난 23일 진행된 LG디스플레이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는 경쟁사인 삼성디스플레이와 연관된 발언으로 화재였다. 컨퍼런스콜에 참석한 질문자가 삼성디스플레이의 'QD 디스플레이' 13조 원 투자 결정에 대한 LG디스플레이의 생각을 물었고, LG디스플레이는 "경쟁사의 OLED(올레드) 시장 진입을 환영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발언으로 LG디스플레이는 자신들이 올레드 시장에 먼저 진입한 리더임을 명확히 하며 달라진 자부심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삼성과 LG가 올레드와 QLED를 두고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더 자신감 있는 태도로 답변에 나섰다는 해석도 있었다.

    특히 LG디스플레이가 삼성에게 환영의 뜻을 밝히기 전에 "삼성이 말하는 QD 디스플레이가 QD-OLED를 지칭하는 것이라면"이라는 전제를 들어 삼성의 QD 디스플레이가 사실상 올레드의 일종인 QD-OLED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점도 꼬집었다.

    더불어 "우리가 몇 년 더 앞서 올레드 가치를 키울 수 있는 준비를 해오고 있어 경쟁사가 진입하더라도 우리의 독자적 경쟁력은 여전하다"고 표현해 투자자들에게 재차 '올레드=LG'라는 공식을 각인시켰다.

    LG디스플레이가 이처럼 올레드와 관련해 앞서 찾아보기 힘든 강한 어조로 투자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게 된데는 최근 실적과 재무가 악화된 상황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LG디스플레이는 LCD에서 올레드로 사업구조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몇 해째 적자를 이어오고 있고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등 힘든 시기에 있다. 하지만 미래 주력사업인 올레드에서만큼은 시장을 주도해 나갈 수 있다는 확신과 의지를 이 자리에서 강력하게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 ▲ 3세대 전기차용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는 구광모 LG 대표(사진 오른쪽) ⓒLG
    ▲ 3세대 전기차용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는 구광모 LG 대표(사진 오른쪽) ⓒLG
    지난 25일 3분기 실적발표와 컨퍼런스콜을 진행한 LG화학도 LG디스플레이와 마찬가지로 강경한 태도로 투자자들에게 당면한 현안을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LG화학은 최근 SK이노베이션과 미국에서 배터리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어 이와 관련한 투자자들의 많은 질문을 받았고 이날 컨퍼런스 자리에서 SK이노베이션에 대한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현재 소송 중인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LG와 SK 모두 차세대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는 사업이라 사안이 심각하다.

    LG화학은 "경쟁사들이 비합법적인 방법을 불사하면서까지 우리를 따라잡으려 한다"고 말하며 SK이노베이션을 겨냥한 작심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더불어 "우리가 해당 분야(전기차 배터리)에서 글로벌 리더라 경쟁사들이 제품을 따라한다"라는 표현으로 LG가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글로벌 1인자라는 점을 공고히 했다.

    LG화학의 이같은 발언은 LG디스플레이가 삼성의 올레드 시장 진입을 환영하는 것과는 표현 방식이 달랐지만 비슷한 효과를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과 이미 소송전을 불사하고 있는만큼 보다 직접적인 비판으로 투자자들에게 강력한 소송 의지를 피력했다고 볼 수 있다.

    이미 LG그룹은 구광모 회장이 새롭게 총수 자리에 오르며 예전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승부사 기질을 속속 나타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한 그룹의 분위기 변화가 이번에는 투자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자리인 컨퍼런스콜에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다. 보다 본격적으로 신임 구 회장의 그룹 분위기 쇄신 전략이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한 대목이다.

    아직 컨퍼런스콜을 진행하지 않은 LG전자도 달라진 LG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로 꼽힌다. LG전자는 최근 삼성전자와 TV와 가전 부문에서 상호 비방과 공격을 주고 받는 상황이라 이와 관련한 투자자들의 궁금증이 질의응답에서 충분히 다뤄질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LG가 그동안에도 제품이나 기술 등을 두고 여러차례 공방전을 펼쳐왔지만 이번에는 그 양상이나 범위가 예전과는 다르게 심화되는 분위기"라며 "TV의 경우 올레드와 QLED의 최근 판매 대수와 실적으로 직접 연결되는 부분이라 관련 질문이 다양한 형태로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