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성수기 고려해도 전량 소진은 무리"내년 예산 510억, 35만대… 환경부 "대책 마련 중"
  • ▲ 서울시 콘덴싱 보일러 지원관련 홍보물 ⓒ 뉴데일리
    ▲ 서울시 콘덴싱 보일러 지원관련 홍보물 ⓒ 뉴데일리

    내년 4월 시행될 친환경(콘덴싱) 보일러 의무화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 법 시행에 앞서 대폭 확대한 올해 보급 사업이 목표량을 한참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현재 정부 보급목표 30만대 중 실제 설치가 이뤄진 보일러는 2만 6194대다. 달성률은 8.7%에 불과하며, 집행 물량 중 약 80%(2만 6194대)는 수도권 지역에서 소진됐다. 지방 소진 대수는 총 4738대에 그쳐 실적이 미미했다.

    올해 환경부의 콘덴싱 보급 예산은 총 360억원이다. 지난 8월 추가경정예산으로 336억원을 더 확보한 덕에 본예산(24억) 대비 15배나 늘었다.

    현재 환경부와 각 지자체는 콘덴싱 구매 가정에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원금은 20만원으로, 환경부와 지자체 부담 비율은 6:4다. 현재 추세라면 200~3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불용(不用) 처리돼 국고로 반환될 가능성이 높다.

  • ▲ 환경부 콘덴싱 보급사업 주요현황 ⓒ 뉴데일리
    ▲ 환경부 콘덴싱 보급사업 주요현황 ⓒ 뉴데일리

    콘덴싱 보일러는 기존 가스보일러 대비 친환경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운 연료를 한 번 더 사용한다는 점에서 미세먼지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녹스(NOx·질소산화물) 배출이 적다.

    다만 폐연료를 다시 태우며 나오는 응축수 때문에 물버림 배관 설치가 필수적이다. 이를 고려해 지어진 신축 건물은 괜찮지만, 오래된 주택 등에선 설치 자체가 불가능하다.

    관련 업계는 보급사업 속도가 더딘 이유로 설치 환경의 제약을 꼽는다. 내년 4월부턴 의무화법에 따라 기존 제품을 콘덴싱으로만 교체할 수 있어, 소비자 혼란을 우려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보일러 업계 관계자는 “환경부 차원에서 사업을 의욕적으로 이끌어 가려고 하지만, 설치 환경상 제약과 지자체 예산 부족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건 사실”이라며 “11~12월이 보일러 성수기임을 고려해도 두 달간 27만여 대에 해당하는 예산을 모두 소진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 ▲ 콘덴싱 보급사업 관련 각 지자체 국비 신청·실제 설치 현황 ⓒ 뉴데일리
    ▲ 콘덴싱 보급사업 관련 각 지자체 국비 신청·실제 설치 현황 ⓒ 뉴데일리

    일부 지자체에서 발생한 예산 부족 문제도 함께 지적한다. 소규모 시·군에선 지난 8월 환경부 추경에 맞춰 사업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환경부 예산이 충분해도 지원금 중 40%는 각 지자체가 부담해야 해 부담이 적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지자체에서 국비 배정을 요청한 물량은 7만3349대에 그친다. 환경부 보급 목표(30만대)의 24%에 불과한 양이다.

    배정량마저도 88%(6만4624대)가량이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있다. 지방에선 사업 존재감 자체가 미미하다. 이 같은 상황에도 환경부는 내년 사업 예산으로 510억원을 계획해뒀다. 올해보다 40% 늘어난 규모로, 보급 목표는 35만대다.

    환경부도 상황을 인지한듯한 분위기다. 현재 환경부는 기획재정부와의 논의를 통해 사업 방향을 수정하고 있다. 녹스 배출량이 콘덴싱과 비슷한 일반 보일러로 지원금 범위를 확대해, 보급률을 높이는 방안이다. 현재 시중에선 콘덴싱 설치가 어려운 환경을 고려한 일반 저녹스 보일러도 유통 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콘덴싱 보일러가 설치 환경상 제약이 커, 보급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점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면서 “현재 저녹스 일반 보일러를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사안에 대해 기재부와 협의를 진행 중이며, 곧 있을 콘덴싱 의무화 입법 예고 과정에서 이를 충분히 반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