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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수요가 급증하는 연말 시즌을 앞두고 명품(럭셔리)업계가 잇따라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하지만 사전 안내도 없이 하루아침에 수십만원이 뛴 데다 명확한 인상 이유도 밝히지 않고 있다.이 같은 행태가 지속되면서 한국 소비자들을 '호갱(호구 고객)'으로 취급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온다.
◆연말 앞두고 '깜깜이' 가격인상
1일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은 이날부터 인기 핸드백군을 중심으로 4~7% 가격이 올랐다. 가방도 등 액세서리류도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스피디 반둘리에 제품은 약 4%, 네버풀MM과 알마BB는 약 7% 인상됐다. 루이뷔통은 지난 4월 가방 일부 제품의 가격을 평균 3% 올렸고 지난해의 경우 3차례나 인상했다.
이탈리아 브랜드 보테가베네타도 같은 날 가방과 지갑류 가격을 5~15% 인상했다. 이에 따라 맥시 인트레치오 파우치와 버터 카프 파우치은 각각 7%, 14% 올랐다. 슬립 토트 백은 약 5~15%, 나파 마리 백은 2.2% 인상했다.
명품 시계 브랜드들도 이달 가격을 인상했다. 결혼 예물로 유명한 스위스 주얼리 워치 브랜드 예거 르쿨트르는 이날부터 품목 대부분에 1~5% 가격 인상했다. 이 브랜드는 지난 7월에도 2~3% 인상한 바 있다.
혼수품으로 인기가 높은 마스터 울트라 씬 문(남성용)은 1140만원에서 1180원으로 3.5% 올랐다.
앞서 샤넬도 지난달 31일부로 핸드백군의 가격을 인상했다. 인상률은 최저 3%, 최대 13%다. 이번 인상은 프랑스 파리 본사의 가격 조정에 따른 것으로 제작비와 원가변화, 환율변동을 고려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이에 따라 보이 샤넬 플랩 백(617만원), 2.55 플랩 백(652만원)과 클래식 플랩 백(652만원)의 가격이 모두 큰 폭으로 올랐다.
이와 같은 가격 인상은 면세점도 해당한다. 샤넬은 지난 3월 주얼리와 시계 등 총 462개 품목의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디올도 같은 달 양가죽 레이디 디올 미니백을 405만원에서 445만원으로 9.8% 인상했다.
양가죽 레이디 디올 스몰백 가격도 기존 470만원에서 510만원으로, 라지백의 가격은 600만원에서 620만원으로 올랐다.
까르띠에는 지난 7월 대부분의 제품 가격을 3~5% 인상했다. 이에 따라 러브링(반지)은 138만원에서 143만원으로 3.6%, 탱크 루이 까르띠에(시계) 역시 1190만원에서 1230만원으로 올랐다. -
◆"시도 때도 없이"… 한국 소비자는 봉?
명품업계의 가격 인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들은 ‘글로벌 본사 방침’이라는 명확치 않은 이유로 인상하면서 소비자들의 볼멘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 소비자는 "제품 하나에 수백만원을 호가하는데 매번 가격 인상마다 본사의 방침이란 말만 하더라"면서 "디자인이 바뀌는 것도 아닌데 오르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전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사회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과시욕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제품의 가격이 비쌀수록 잘 팔리는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베블런 효과는 미국 사회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이 1899년 출간한 저서 유한계급론에서 등장했다.
더욱이 연말마다 반복되는 명품업계의 가격 오름세가 물가 인상을 유도하고 소비자 부담을 가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랑스·이탈리아 등 현지 가격과 국내 가격이 큰 차이가 나는 점은 오래 전부터 지적돼 왔다. 프랑스 금융그룹 BNP 파리바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국내 가격은 국제 평균보다 14%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연이은 가격 인상에도 국내 명품 시장은 오히려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명품 가방 시장 규모는 지난해 32억3470억 달러(약 3조6500억원)로 명품 종주국인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 4위를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보면 백화점 매출 중 해외 명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13.5%, 2017년 15.8%, 지난해 19.3%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전년 대비 명품군 매출 증가율은 2017년 5.5%에서 지난해 18.5%까지 올랐다. 올해(1∼9월)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들은 글로벌 정책이라면서 매년 품목을 조금씩 바꿔가며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라며 "명품 브랜드는 기호품이 아닌 예물로도 많아 가격 인상에도 수요가 줄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