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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인공지능(AI) 최고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국내 AI 기반 신약개발이 발전하려면 데이터 공유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 완화는 물론이고, IT 기업과 제약사, 환자 등 다양한 당사자들간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는 7일 서울 강남구 르메르디앙 호텔 다빈치볼룸에서 'AI 파마 코리아콘컨퍼런스 2019'를 개최하기 전에 1시간동안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해당 기자간담회에는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석해 AI 신약개발의 전 세계 최신 지견에 대해 소개했다.
미국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 스타트업 '인실리코 메디슨(Insilico Medicine)'은 단 46일 만에 후보물질 발굴부터 검증까지 마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개발·검증에 성공한 물질에서 같은 계열의 새로운 타깃물질 6개를 발굴하는 데 걸린 시간은 21일에 불과했다. 통상적으로 2만개의 물질 중 1개를 발굴하는 데 2~3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 셈이다.
이처럼 AI 기술을 활용하면 신약개발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AI를 신약개발에 활용하려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전 세계의 AI 신약개발 관련 스타트업은 지난해 6월 85개에서 지난 9월 기준으로 150개로 급증했다.
최근 한국은 미국, 중국에 비해 AI 기반 신약 개발의 속도가 느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등 법규는 물론이고 각종 규제에 가로막힌 탓이다. 각 기업들이 데이터 공유에 꺼리는 것도 문제다.
캠브릿지대학의 그룹 리더인 안드레스 벤더(Andreas Bender) 박사는 "결국 데이터는 공유돼야 하지만 장벽들이 많다"며 "데이터를 공유하려는 노력과 이를 위한 인프라가 구축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캠브릿지대학에서는 강력한 학술적 기반을 바탕으로 중견 바이오기업과 협력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이러한 생태계가 연결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안드레스 박사는 캠브릿지대학의 그룹 리더로, 약물 발굴의 책임자이기도 하다. 그는 AI 신약개발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학계와 산업계는 물론 정부, 환자 등 다양한 당사자들과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실제로 그는 임상시험 관련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환자단체와도 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폴 콜하스(Paul Kohlhaas) 몰레큘 프로토콜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안전하게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폴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안전하게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며 "구체적으로 데이터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추적할 수 있고, 암호화된 정보를 활용하기 때문에 개인정보를 전혀 노출시킬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빠르게 AI를 보다 총체적인 관점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셸 파텔(Mishal Patel) 아스트라제네카 연구개발(R&D) 부문 의료정보학 총괄 박사는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미 R&D 전 과정에서 AI를 적극 도입해 빅데이터 분석에 활용하고 있다"며 "잘 갖춰진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는 각국 정부가 제공하는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일원화된 의료전달 체계를 통해 방대한 보건의료 관련 빅데이터를 축적한 상태지만, 각종 규제로 인해 현재 중국보다도 빅데이터 활용 산업이 뒤처지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미래산업기획팀의 '제2차 바이오헬스리포트 정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016년부터 건강의료 빅데이터를 중요 국가 전략으로 삼고 양질의 건강의료 빅데이터 구축·활용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 하에 중국에서는 빅데이터, AI를 기반으로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도 생기는 등 관련 산업도 발전하고 있다. 중국 최대 모바일 의료 플랫폼 '핑안하오이셩(平安好醫生)'는 지난해 6월 '1분 진료소' 서비스를 시작했다. 의료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건강관리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먀오지엔캉(妙健康)', 의사와 환자가 교류할 수 있는 세계 최대 모바일 플랫폼인 '춘위이셩(春雨醫生)' 등도 등장했다.
김재영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 책임연구원은 "국내 현실은 현재 소개한 내용에 비해서는 많이 뒤처져 있다고 생각한다"며 "AI 관련 IT회사와 제약사가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하는 상태계를 구축하는 게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의 목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