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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인공지능(AI) 신약개발 전문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들을 영입하기 위한 뚜렷한 유인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인공지능(AI)를 활용한 신약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AI 전문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
국내 제약사 30여 개사는 AI 신약개발 관련 부서를 만들었거나 내년 중에 구성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작 업계 관계자들은 신약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AI 전문가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이하 제약협회)는 지난 3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AI 신약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함께 AI신약개발지원센터를 설립했다. 제약협회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과 AI 인력의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7일 서울 강남에서 'AI 파마 코리아 콘퍼런스 2019'를 개최했다.
전 세계적으로 AI 전문인력 품귀 현상을 빚고 있지만, 특히 제약·바이오 분야는 더욱 인력난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AI 전문가들은 IT, 금융 분야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한 AI 전문가는 "AI 인력 자체는 전 세계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지만, 제약 분야에서는 더 심각하다"며 "AI 박사 과정 졸업하면 구글·테슬라에 가지, 화이자에 가진 않는다"고 단언했다.
이처럼 AI 전문인력이 제약·바이오 업계보다는 IT 업계로 쏠리는 이유는 급여와 조직문화에서 차이가 나는데다 신약개발에 대한 전문지식도 필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IT 업계에서는 제약·바이오 업계보다 높은 연봉을 주고 AI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 또한, 보수적인 제약·바이오 업계보다 자유분방한 IT 업계의 조직문화도 AI 인재를 끌어들이는 유인이 되고 있다.
AI 신약개발을 위해서는 제약·바이오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도 필수적이다. 한 바이오 업계 대표는 "AI만 아는 사람이 제약·바이오 업계에 오면 아무 것도 못한다"며 "IT만 하는 사람들은 신약개발의 본질을 모른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양쪽의 전문지식을 보유한 인재 자체가 드물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문제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AI 전문인력 유입을 위한 뚜렷한 유인책이 없다는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학계, 업계 전문가 네트워킹을 통해 우수한 AI 인재를 추천받고, 지속적으로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외에 특별히 (AI 전문인력을 영입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AI 전문인력을 끌어오기 위한 유인책이 따로 있지는 않다"고 실토했다.
제약협회는 업계 내에서 교육을 통해 AI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제약협회 AI신약개발지원센터는 지난 9월부터 제약·바이오 기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AI 신약개발 전문인력 교육을 시작한 것이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IT 등 다른 분야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AI 전문인력에게 제약·바이오 분야는 일종의 블루오션일 수 있다"며 "급여는 좀 부족하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는 비전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