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상서 화웨이 압박 지속핵심은 결국 '기술 패권 전쟁'中 반도체 굴기 '암운'… 반사이익 기대 속 '새우등' 터질까 노심초사
  • ▲ 트럼프 행정부의 기술유출 단속과 새로운 기술안보 법규를 고려할 때 미국의 강력한 수출규제와 외국에 대한 경계는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주요 형태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연합뉴스
    ▲ 트럼프 행정부의 기술유출 단속과 새로운 기술안보 법규를 고려할 때 미국의 강력한 수출규제와 외국에 대한 경계는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주요 형태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연합뉴스
    미중 무역협상 합의가 칠레 정상회의 무산을 계기로 다시 얼어붙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이 자국의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를 앞세운 반도체 굴기(崛起·우뚝 섬)도 힘을 빠지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포착되는 모습이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중 정상은 당초 16∼17일(현지시간) 칠레에서 열릴 예정이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1단계 무역 합의에 서명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칠레가 반정부 시위로 정상회의가 취소되면서 서명 일정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양국은 이번 협상에서도 중국의 지적재산권 보호와 기술 강제 이전 문제가 걸림돌로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워싱턴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중국에 대한 기술견제를 강화하라고 행정부를 몰아붙이고 있어서 미국이 가장 강경하게 나오는 대목이다.

    아예 미국은 중국과의 협상이 장기화될 것을 고려해 화웨이에 대한 수출규제를 협상카드로 사용하려는 듯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 산하 국가안보·기술이전 관리실(NSTTC) 아일린 앨버니즈 실장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통신 공급망에서 화웨이를 금지시킬 규칙을 심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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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지난 5월 1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외부 위협으로부터 미국 정보통신을 보호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상무부에 시행 계획을 수립하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해당 명령은 특정 국가나 기업 이름을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을 겨냥한 조치로 풀이돼왔다. 

    지난해 미국 의회는 중국의 기술 도용 등을 우려해 첨단 기반 기술의 수출 기준을 강화하기 위한 규칙 제정을 요구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특히 상무부는 지난 5월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화웨이를 거래제한 명단(entity list)에 올리고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와 거래 하려면 미 정부의 특별승인을 받도록 했다.

    화웨이는 미래 산업의 핵심인 차세대 이동통신기술인 5G에서 글로벌 선두주자라는 평가를 받으며 세계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이에대해 상무부는 미국 기업들의 핵심부품, 기술 지원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화웨이를 제재했다.

    중국 반도체 거물인 푸젠진화는 화웨이보다 더 빠른 작년에 제재대상이 됐다. 푸젠진화는 중국이 기술 굴기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되는 반도체를 자립 수준으로 강화할 핵심수단으로 지정하고 지원하던 업체였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고속통신, 사물인터넷 등 미래 첨단산업에서 반도체가 필수적으로 차지하는 역할을 들어 미중 무역전쟁이 결국 반도체 전쟁으로 귀결될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 ▲ 미국은 세계시장에서 화웨이에 대한 집중 견제를 펼치고 있다. 이와중에 화웨이는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이달부터 강력한 라이벌 삼성전자와 폴더블폰 대결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연합뉴스
    ▲ 미국은 세계시장에서 화웨이에 대한 집중 견제를 펼치고 있다. 이와중에 화웨이는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이달부터 강력한 라이벌 삼성전자와 폴더블폰 대결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연합뉴스
    푸젠진화는 미국 상무부가 미국 기업들의 부품·기술 공급을 차단함에 따라 생산과 연구개발에 심각한 차질을 겪고 있다.

    앞서 통신업계의 다른 거물인 ZTE(중싱통신)도 화웨이, 푸젠진화처럼 상무부의 수출제한 블랙리스트(entity list)에 올라 제재를 받았다.

    다만 ZTE는 작년 미중 정상회담 후 미국에 10억 달러 벌금을 내고 10년간 미국의 감시를 받는다는 조건으로 폐업을 모면했다.

    미중 무역협상 과정에서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글로벌 업체들이 '알아서 중국과의 거래를 끊는' 상황도 계속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장비업체인 네덜란드 ASML은 중국 최대의 파운드리업체인 국영 SMIC에 반도체의 성능을 비약적으로 높여주는 차세대 장비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납품을 보류키로 했다. 

    EUV노광장비는 ASML이 독자 개발해 독점 생산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대체가 불가능하다. 반도체의 성능 향상은 회로 선폭을 얼마나 미세하게 하느냐가 핵심인데 회로 선폭이 미세할수록 연산처리 능력이 높아진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미세화가 진전될수록 난이도도 함께 높아지는데 EUV노광장비는 이런 기술적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 개발됐다. 

    이에 따라 중국의 차세대 이동통신 5G 전략에 차질은 물론 첨단 반도체 자체생산을 추진중인 중국의 국가전략에도 큰 차질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중 무역 분쟁은 반도체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 미중 무역협상에서 결정되는 지적재산권 이슈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상당기간 지연시킬 수 있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에 반사이익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