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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연일 화웨이에 대한 압박 수위를 고조시키면서 국내 통신 업계의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이번주 회의를 열고 화웨이·ZTE 장비 구매 금지와 관련 표결을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FCC는 이번 표결에서 보편적 서비스 기금으로 중국 통신장비 구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보편적 서비스 기금은 FCC가 저소득층의 통신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금이다.
또한 이미 설치돼 있는 금지 장비를 철거하는 방안도 논의한다. FCC는 통신사들이 더 신뢰할만한 공급업체로 옮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미국 정부가 지난 5월 화웨이를 제재 리스트에 올려 자국 기업이 화웨이와 거래하려면 정부의 별도 승인을 받도록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간 조치다.
화웨이는 이례적으로 장문의 성명를 내고 자사 네트워크의 보안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으나, 미국이 세계적 '화웨이 진입 견제'에도 나서며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엔 브라질 정부에 화웨이 진출을 허용하면 미-브라질 국방 협력을 훼손할 수 있다며 압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6일엔 키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이 미 대사관저에서 열린 만찬 행사에서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이통사들에게 화웨이 제품을 쓰지 말아 달라는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크라크 차관의 발언이 미비한 수준에서 끝났다는 주장이 존재하나, 미국 관료가 우리나라에도 공식적인 뜻을 전달했다는 점에서 향후 추가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해석이나온다.
이에 국내 이통사들은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언제 종결될 지 예측불허 인데다가, 5G 장비 구축이 한창인 상황 속 보안우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쟁사 대비 많은 수의 화웨이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LG유플러스는 매번 화웨이발 이슈 제기에 덩달아 뭇매를 맞고 있다.
최근엔 5G 단독모드(SA. Stand-Alone/ 오직 5G로 데이터를 송수신 하는 기술)에서의 화웨이 장비 사용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A 방식은 LTE망 없이도 5G 망만으로 통신할 수 있는 3GPP 표준규격이다. 이미 구축된 화웨이 LTE 장비의 영향을 받지 않아도 된다.
아울러 화웨이 스마트폰 출시에도 영향을 받고 있어, 중국 제조사들의 중저가폰 수급 문제로 관련 사안이 번질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이통3사는 화웨이 폴더블 폰 '메이트X' 출시 등을 놓고 상황을 그저 관망만 하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 폴드'에 이어 업계서 2번째로 선보여지는 폴더블 폰인 만큼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높음에도 불구, 국민 여론을 고려해 출시 계획을 짜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화웨이의 '비와이 1~3' 단말기, 'H폰'을 판매 중이나, 추가적인 중국 제조사 단말 판매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진 화웨이 제재 이슈가 쉽사리 끝날 것 같지 않은 만큼 정부의 명확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화웨이를 택한 나라들의 벤치마킹 등 어정쩡한 상황이 지속되는 것을 막아 이통사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