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환 이후 2년 내 처리해야… 2020년 말 시한경기 악화로 부담 요인 늘어나… 본격적인 매각 작업 지연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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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성의 지주사 전환 마지막 과제인 캐피탈 매각이 소문만 무성한 채 아직 본격화되지 않고 있다.

    지주사 전환 이후 2년 내 처리가 필수적이지만, 업황 회복이 더딘 탓에 적당한 시기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효성캐피탈의 매각 작업은 아직 윤곽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경쟁 매물이던 롯데캐피탈 매각이 이뤄지면서 효성캐피탈에 관심이 집중됐지만, 기대한 것보다 시장 관심도가 크지 않은 분위기다. 본격적인 매각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효성캐피탈 처리 문제는 올 초부터 수면 위로 떠올랐다. 효성이 지난해 6월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지주사인 ㈜효성이 금융·보험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효성은 효성캐피탈의 최대주주로 9월30일 기준 884만154주(97.50%)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효성그룹은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6월 1일자로 지주회사인 ㈜효성과 4개 사업회사로 분할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효성의 지주사 전환 기준일은 지난해 12월 31일, 지주사 전환일은 올해 1월 1일이다. 따라서 올해 1월 1일을 기준으로 2년 내인 2020년 말까지 효성캐피탈을 정리해야 한다. 

    최근 업계에선 경쟁 매물로 여겨지던 롯데캐피탈이 일본 롯데그룹으로 넘어가면서 효성캐피탈 매각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다. 그동안 롯데캐피탈에 관심을 갖던 원매자들이 효성캐피탈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시장 기대감도 한층 올라간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효성 측은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매각 관련 올해 초와 비교해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설명이다. 효성 관계자는 "캐피탈의 경우, 2020년 말까지 처리해야 한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시간적 여유가 있긴 하지만 매각 작업에 속도가 붙지 못하는 건 부진한 업황 탓이 크다. 실제로 경기가 갈수록 안 좋아지면서 캐피탈 업계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은행보다 신용도가 낮기 때문에 경기 악화로 인한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함께 위협받고 있다. 

    현대캐피탈, KB캐피탈 등 국내 주요 회사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부진했다. 캐피탈사 관계자는 "최근 경기가 안좋아지면서 부담 요인이 늘어나고 있다"며 "효성캐피탈도 여기저기서 원매자를 찾고 있다고 들었지만, 매력적인 매물로 보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효성캐피탈의 실적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188억원으로 전년 동기 290억원에 비해 100억원 이상 감소했다. 전통 주력사업인 산업기계와 공작기계의 설비금융수요 위축으로 사업안정성이 약화된 영향이다.

    한국신용평가도 지난 5월 효성캐피탈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한 바 있다. 한 캐피탈사 관계자는 "효성캐피탈의 차주 구성은 중소기업 쪽에 치중된 편이라 경기에 더 영향을 받는다"면서 "휴랜드산업개발, 대원크레인 및 대원중기 등 잔존 부실여신은 아직 회수가 더디고, 이에 따른 부담 요인도 크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금융 계열사 정리에 최대 1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내년 말까지 매각이 되지 않을 경우 과징금을 부담하고 매각 기한을 연장할 수도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사 전환 후 기한 내 금융계열사를 처분하지 못하면 과징금을 내고 2년을 추가 연장할 수 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효성캐피탈 매각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 같지 않다"면서 "현재 효성캐피탈 신용등급에는 그룹 지원 가능성이 반영돼 있지 않지만, 계열이 변경되더라도 신용등급이 드라마틱하게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