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드TV 주역에서 총괄 수장으로HE, MC 수장 겸임 등 차기 CEO 준비해 와'건조기 보상·올레드TV 주춤·적자 MC사업'… 분위기 쇄신 나설듯구광모 체제 후 첫 수장 교체 맞은 LG전자… 미래사업 육성 과제 풀어야
  • ▲ 권봉석 LG전자 신임 CEO ⓒLG전자
    ▲ 권봉석 LG전자 신임 CEO ⓒLG전자
    LG전자가 6년 여 간의 조성진 부회장 시대를 마무리하고 권봉석 사장을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맞아 새 도약에 나선다. 신임 권 사장은 올해로 LG전자에 입사한지 32년차를 맞는 전략·기획 전문가로 조 부회장과는 또 다른 리더십으로 LG전자를 이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28일 2020년 임원인사 발표를 통해 조성진 부회장이 CEO에서 물러나고 권봉석 사장이 신임 CEO 자리에 오른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에 앞서 조 부회장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에 세대교체 필요성을 이유로 사의를 표했고 구 회장이 이를 만류했지만 임원 인사를 통해 권 사장의 선임이 최종 결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조 부회장의 용퇴로 LG전자는 지난 2013년 이후 6년 만에 CEO가 바뀌는 대변화를 맞게 됐다. 그 사이 고(故) 구본무 회장의 타계로 아들인 구광모 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는 등 LG그룹 자체가 큰 변화를 겪었고 조 부회장이 이 과정에서 신임 구 회장이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했다고 평가된다.

    그런 까닭에 이번에 새로 CEO 자리에 오른 권봉석 사장은 사실상 구광모 체제로 전환된 이후 처음으로 발탁된 LG전자의 수장이라는 점에 의미가 크다. 지난해 그룹을 맡게 된 구 회장이 1년 여에 걸쳐 내부 현황을 파악하고 본격적으로 그의 색깔을 담은 경영을 펼치는데 권 사장이 첫 주자로 발탁된 셈이다.

    권 사장은 지난 1987년 LG전자에 입사한 정통 'LG맨'으로 전략이나 기획 등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존재감을 키워왔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조용한 카리스마가 돋보였던 조 부회장과는 다르게 냉철한 분석과 발빠른 실행력으로 비교적 강한 리더십의 소유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권 사장은 특히 LG전자의 정체성 중 하나로 볼 수 있는 TV사업에서 성과를 냈다. 중국의 저가 LCD TV와의 경쟁이 치킨게임으로 치달으면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기반으로 한 '올레드TV'를 LG전자 HE(Home Entertainment)사업의 핵심 방향으로 정하게 된 데도 권 사장의 역할이 주효했다는 후문이다. 올레드TV 사업을 본격화했던 지난 2015년 TV사업 수장에 오르면서 이후 올레드TV 대중화가 시작됐고 권 사장의 전략과 기획력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지난해부터는 위기에 빠진 MC(Mobile Communication)사업본부까지 맡게 되며 LG전자의 구원투수 역할도 톡톡히 했다. 권 사장은 적자에서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좀처럼 회복이 어려웠던 MC사업 주 생산기지를 국내에서 베트남으로 옮기는 과감한 결단을 보여줘 빠른 속도로 스마트폰 사업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이후 출시된 '듀얼스크린폰' 등의 혁신도 달라진 LG전자 MC사업본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제품이다.
  • ▲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9'에서 관람하고 있는 권봉석 LG전자 CEO 및 HE사업본부 경영진 모습. ⓒ장소희 기자
    ▲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9'에서 관람하고 있는 권봉석 LG전자 CEO 및 HE사업본부 경영진 모습. ⓒ장소희 기자
    하지만 권 사장이 CEO에 올라 해결할 과제는 여전히 산적하다. 실적에 상관없이 사실상 대부분의 사업부문에서 해결과제를 갖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무엇보다 가장 직면한 문제는 가전사업의 건조기 사태를 봉합하는 일이다. 자동세척 기능이 있는 건조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민원이 발생하며 시작된 이 사태는 최근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서 10만 원의 위로금을 권고하는 결론이 났지만 이에 소비자들이 더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더불어 145만 대 가량의 건조기가 판매된 상황에서 실제 이 위로금을 지급할 것인지 여부가 정해지지 않았고 그대로 진행할 경우 1500억 원에 달하는 비용이 발생하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추후 민사 소송으로 사건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9월부터 불이 붙은 삼성전자와의 TV전쟁도 권 사장이 CEO 자리에 올라 이어가야할 과제다. 특히 이 삼성과의 TV전쟁은 권 사장이 사업부장을 맡으며 진두지휘하던 주요 사안이라는 점에서 공세를 더 키워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더구나 LG전자는 삼성전자의 QLED TV를 견제하는 동시에 올해 주춤했던 올레드TV 판매에 다시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삼성 QLED보다 판매량에서 뒤지기 시작한 LG전자 올레드TV는 올 3분기까지 총 189만 대를 판매해 총 345만 대를 판매한 삼성과 두배 가까운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MC사업본부는 베트남 생산체제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폴더블이나 롤러블 등 폼팩터 변환이 이뤄지고 있는 시장 분위기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사명이 있다. 국내를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 5G가 확대되기 시작했다는 점도 LG전자 MC사업에겐 재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어 신임 CEO가 여기에 어느 정도 힘을 실어줄 지에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흑자 전환과 동시에 미래 기술까지 꾸준히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라 권 사장에겐 가장 어려운 과제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LG그룹의 주요 미래 사업을 LG전자에서 이끌고 있다는 점도 신임 사장이 짊어진 부담 중 하나다. 특히 지난해 전장사업분야에서 1조 4000억 원이 넘는 대규모 인수·합병(M&A)으로 오스트리아 전장업체 'ZKW'를 품에 안아 몸집을 키운 만큼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시너지를 내야한다는 필요성이 크다. 미래사업을 육성하는 일은 구 회장이 취임과 동시에 역점을 두고 진행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신임 CEO의 주요 관심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