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유해성분 분석 발표 12월로 미뤄져액상형 전자담배 사실상 시장서 퇴출'유해성 검증 없다' 비판도
-
액상형 전자담배 성분과 유해성을 분석하고 있는 식약처의 발표가 달을 넘기면서 업계 안팎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전 국민과 업계 관심이 높은 사안인 만큼, 식약처로선 부담감으로 작용해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에 대해 정확한 정보 없이 무리하게 사용중단 권고를 내려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4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국내 유통 액상형 전자담배에 THC와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함유됐는지 조사에 나섰으나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지난 6월부터 액상형 전자담배 성분 분석에 착수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공인된 시험법이 없다 보니 시험법 개발부터 진행하고 있다.식약처는 액상형 전자담배 전체 성분 분석 결과가 나오려면 궐련형 전자담배 사례처럼 1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이나, 주요 유해 성분인 THC와 비타민E 아세테이트을 최대한 빨리 검증해 우선적으로 결과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당초 예고했던 발표가 11월을 넘기자, ‘쥴’, ‘KT&G’ 등은 정부의 연구 결과 발표를 기다리는 상황이다.식약처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발표 시점을 논의 중”이라며 “관계 부처들과의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 또 관련 기관에 자문을 구하는 등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연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분이 많기 때문에 빨리 발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업계는 정부의 결과발표가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에서 발생한 중증 폐손상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대마성분 THC와 비타민E 아세테이트는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 물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쥴과 버믈몬, 릴 베이퍼 등 액상형 전자담배에서 대마 성분 등 해가 되는 물질은 없다. 문제는 일부 소비자가 미국 직구를 통해 사용하는 담배나, 직접 재료를 만들어 사용하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실질적인 사각지대다. 정부도 이러한 유해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먼저 사용중지 권고를 내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액상형 전자담배가 사실상 판매 금지되자, 전자담배 사업자들과의 갈등도 점점 깊어지고 있다. 한국전자담배산업협회와 전자담배 총연합회는 지난달 24일 서울역 광장에서 담배사업법 개정안 반대 집회를 열고 정부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 권고 등을 규탄했다.전자담배 규제를 강화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도 진통을 겪고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 업자들은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현재 3만 원대에 판매되는 30㎖ 액상에 세금만 5만4000원이 붙어 액상형 전자담배 소비자 가격이 9만 원대로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협회 관계자는 “기획재정부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발주한 ‘전자담배 관리방안 및 전자담배 제세부담금 개편방안 연구’ 용역에서도 우리나라 전자담배 과세 수준이 매우 높고, 궐련 담배와 동일한 과세체계를 가진 유일한 국가로 기술돼 있다”며 “영국의 경우 보건 당국이 전자담배 사용이 일반 흡연보다 약 95% 안전하다는 주장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사용 중지 권고에 대한 근거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시장에서도 정부의 사용 중단 권고로 인해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가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기획재정부의 ‘2019년도 3분기 담배시장 동향’에 따르면 폐쇄형 액상형 전자담배(CSV)의 판매는 5월 250만 포드에서 6월 360만 포드, 7월 430만 포드로 정점을 기록한 뒤 8월 270만포드, 9월 280만 포드로 판매량이 감소했다.업계에서는 담배제품에 대한 새로운 규제의 틀을 짜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자담배 시장은 무수히 많은 전자담배가 제조·수입되고 있으나 액상형은 ‘쥴’ 등 폐쇄형(CSV) 제품만 공식통계에 포함되는 등 관리체계가 허술하다는 지적이다.또 다른 관계자는 “해외처럼 현 정부도 안전관리를 강화하면서도 위해 감축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된 전자담배를 궐련담배 흡연자에게 대안으로 제시함으로써 국민건강을 증진시켜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