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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의 웅진코웨이 인수 작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두 달이 흘렀지만 의미 있는 새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시장에선 당초 넷마블이 제시했던 가격 1조8000억원이 과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10월 11일 코웨이 딜에깜짝 등판한 넷마블의 인수 의지는 철철 넘쳤다. 실사도 없이 단박에 1조8000억원을 써내 우선협상자가 되기까지 단 나흘. 당시 시장은 두 회사 간 조건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진 것으로 판단해, 빠른 딜 종료를 예상했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나도록 딱히 진척이 없다. 넷마블과 웅진은 11월 초부터 SPA 체결 일정을 조율했지만 계속 어려움을 겪었다. 일정을 세 차례 연기한 끝에 지난 6일 주식매매계약(SPA)을 위한 자리를 마련했지만, 넷마블 측이 불참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은 이 같은 상황을 이미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업종과 매물에 대한 이해 없이 의욕만 앞세운 넷마블의 초기 태도를 지적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넷마블은 11월 이후 진행한 실사결과를 바탕으로 가격 협상을 다시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렌탈업계 관계자는 “딜 초기 넷마블은 코웨이 실적과 점유율만으로 매물 가치를 근시안적으로 판단했다”면서 “이후 진행한 추가 실사에서 리스크가 발견돼, 웅진 측에 가격협상을 요구하느라 거래가 지연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1조8000억원이라는 당초 제시가는 코웨이가 가진 국내외 700만여 계정 가치가 온전히 반영된 금액이 아닐 것”이라며 “해지 임박 고객, 장기 미납계정 등 개별 계정 가치를 따져 일일이 반영하면 전체 몸값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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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선 앞서 타 후보들이 제시한 1조 중반대가 적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7월 진행한 예비입찰에서 SK네트웍스, 중국 가전기업 하이얼 등은 적정가로 1조 중반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넷마블의 꿍꿍이는 1조 중반대의 가격이다. 관건은 웅진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다. 웅진은 코웨이 재인수를 위해 1조6000억원을 외부에서 조달했다. 원금과 이자 비용 등을 고려하면 웅진에겐 현재 가격이 적정하다.
넷마블이 가격 깎기에 성공할 경우, 현재 떠오른 딜 지연 요인은 자연히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설치기사 1500여 명의 직고용 요구로 불거진 노무 이슈는 곁가지란 얘기다.
넷마블은 한달 넘게 이어지는 노무 이슈를 이유로 차일피일하고 있지만 이는 가격 협상용일 뿐 궁극적으로 거래를 뒤흔들 요인으로 판단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시장 내 타 업체에서 비슷한 갈등이 여러 번 있었던 만큼, 넷마블도 어느 정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넷마블이 원하는 정도의 가격 협상이 이뤄진다면 타 업체 사례처럼 노조와의 갈등 해소도 그리 큰일은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