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신규 출점 제한에 유사편의점 논란'배달 서비스' 강화하는 편의점… B마트 등 경쟁영세 편의점 피해 VS 소비자 니즈 반영
  • ▲ 편의점업계가 과밀출점에 따른 자율규약을 시행하면서 신규 출점이 제한된 가운데 최근 이른바 ‘유사 편의점’들이 등장하고 있다. 소포장 배달 서비스를 본격화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과 편의점으로 변신한 슈퍼 등에 덜미가 잡혔다. ⓒBGF리테일
    ▲ 편의점업계가 과밀출점에 따른 자율규약을 시행하면서 신규 출점이 제한된 가운데 최근 이른바 ‘유사 편의점’들이 등장하고 있다. 소포장 배달 서비스를 본격화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과 편의점으로 변신한 슈퍼 등에 덜미가 잡혔다. ⓒBGF리테일
    “햇반 1개, 라면 1봉, 바나나 2개… 5000원부터 배송됩니다.”(B마트)

    편의점업계가 과밀출점에 따른 자율규약을 시행하면서 신규 출점이 제한된 가운데 최근 이른바 ‘유사 편의점’들이 등장하고 있다. 소포장 배달 서비스를 본격화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과 편의점으로 변신한 슈퍼 등에 덜미가 잡혔다. 여기에 취사가 가능한 헬스&뷰티숍(H&B)까지 등장하며 편의점업계가 온·오프라인 모두 위협당하는 모양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은 지난달 기존 베타서비스로 선보이던 배민마켓을 ‘B마트’로 리뉴얼해 오픈했다. 

    B마트는 초소량 즉시 배달서비스로 최근 점차 늘어나고 있는 1인 가구 및 맞벌이 부부들이 주요 타깃이다. 간편식 및 생필품 등 조리식품 외 대형마트에서 살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제품을 갖추고 있다. 최소 주문금액은 5000원, 주문 후 한 시간 내 배송을 원칙으로 한다. 이는 다른 배달 앱과 제휴한 편의점 배달서비스보다 최소주문금액이 절반이나 낮다. 

    기존 이커머스 업체와 달리 즉시 배송이 가능한 이유는 배송트럭이 아닌 이륜차로 배달을 하던 기존 인력인 배민라이더스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내 15곳에 도심형 물류창고를 개설하고 직매입 방식으로 3000여종의 물품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기존 이커머스 대비 빠른 배송이 가능한 이유다. 배달의 민족은 현재 서울 지역만 운영되고 있는 B마트의 서비스 범위를 전국 단위로 넓혀나갈 계획이다.
  • ▲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은 지난달 기존 베타서비스로 선보이던 배민마켓을 ‘B마트’로 리뉴얼해 오픈했다. ⓒ배달의민족
    ▲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은 지난달 기존 베타서비스로 선보이던 배민마켓을 ‘B마트’로 리뉴얼해 오픈했다. ⓒ배달의민족
    CU는 지난 2010년 편의점업계에서 가장 먼저 배달서비스를 시장했다. 당시에는 전화로 주문하면 배달 인력을 갖춘 점포에서 직접 배달을 나갔다. 현재는 위치 기반, 실시간 재고 연동 시스템을 갖춘 배달 모델로 발전했다. 

    지난해에는 배달 전문 플랫폼 ‘요기요’와 전략적 업무 제휴를 맺고 주소지 반경 1.5km 이내에 위치한 CU 점포에서 상품 재고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구매할 수 있다. 최소 구매 금액은 1만 원이며 배달 가능 시간대는 오전 11시~밤 23시다.

    경쟁사의 최소 주문금액도 평균 1만 원, 평균 배달료도 3000원대로 비슷하다.

    GS25 역시 현재 서울 강남권 10여 개 매장에서 운영 중인 배달서비스를 1분기 내 확대할 계획이다.

    후발 편의점 브랜드인 이마트24도 요기요와 손잡고 편의점 상품 배달서비스를 시작했다. 전국 35개 직영점을 통해 배달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판매데이터의 수집과 운영의 효율성을 향상할 방안을 도출해 추후 확대 여부를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배달서비스는 점포의 추가 매출을 올리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한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배달하는 고객들의 평균 객단가는 1만 원을 훌쩍 넘는다. 여기에 비가 내리거나 흐린 날씨에는 평소보다 이용률이 40%까지 높게 나타난다”고 전했다.

    반면 경쟁자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소포장 배달 시장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와 롯데마트, 킴스클럽 등 대형마트와 슈퍼마켓도 배달 앱과 제휴를 맺고 소포장 배달 서비스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 ▲ ⓒGS리테일
    ▲ ⓒGS리테일
    반면 오프라인에서도 변종 매장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현재 GS리테일의 H&B 스토어 랄라블라는 지난해 10월 말 주력 상품인 화장품과 일반의약품 이외에 삼각김밥과 도시락, 샌드위치, 맥주를 들여놓고 팔기 시작했다. 편의점과 비슷한 형태의 취식 공간까지 마련했다.

    랄라블라 바로 옆 상점엔 편의점 CU가 나란히 붙어 있다. 해당 CU 점주 측은 "랄고 라블라 때문에 손님이 뚝 떨어졌고, 즉석식품이 팔리지 않아 폐기량이 두 배 이상 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GS리테일 측은 “랄라블라를 찾는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판매 품목을 조금 늘린 것 뿐”이라는 입장이다.

    롯데슈퍼도 슈퍼 안에 편의점처럼 취식·조리 공간을 마련한 델리카페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강남의 한 롯데슈퍼 델리카페는 CU 편의점과 불과 10m 거리에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유사 편의점들이 자율규약의 근간을 흔들고 기존 편의점들의 영업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변종 편의점 매장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이들 매장이 효과를 낼 경우 골목상권까지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장은 “이런 영업이 허용되면 대기업이 운영하는 슈퍼나 H&B 스토어들도 모두 편의점 물품을 팔기 시작할 것이고, 편의점은 모든 유통업체와 경쟁하는 처지로 내몰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시장 포화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로써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배달, 배송 경쟁이 유통업계의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다. 편의점 업계 내에서의 싸움이 아니라 유통업 전반으로 전쟁이 확대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