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공, 임추위 구성도 못 해… 총선 겹쳐 하명만 기다리는 형국수공, 5개월여만 3~4배수 후보 재추천… 환경부 관료 하마평
  • ▲ 도로공사.ⓒ연합뉴스
    ▲ 도로공사.ⓒ연합뉴스

    총선이 9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수장이 없거나 교체를 앞둔 공공기관들이 '눈치작전'에 들어갔다. 문재인 정부 들어 소위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로 대변되는 낙하산 코드인사가 공천 탈락자를 달랠 요량으로 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14일 세종 관가에 따르면 기관장이 공석이거나 임기가 만료된 일부 공공기관이 후임 사장 찾기에 나설 예정이거나 검증 작업에 돌입한 가운데 내부 승진보다 낙하산 인사로 채워질 공산이 커 보인다.

    대표적인 곳은 한국도로공사다. 도공은 지난해 12월19일 이강래 전 사장이 올해 총선을 위해 중도 하차했다.

    그러나 도공은 사장이 공석이 된지 한 달이 다 되도록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조차 구성치 못하고 있다. 도공의 한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임추위 구성에 관해 의결이 있어야 한다"면서 "오는 20일쯤에나 이사회가 열릴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도공은 보통 월말께 이사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에도 이 전 사장이 옷을 벗고 나간 뒤 이사회가 열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도공은 이 전 사장이 퇴임하고 열흘쯤 지나 열린 이사회에서 후임 사장을 물색하기 위한 임추위 구성과 후임 사장 공모에 관해 의결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총선 정국과 맞물려 도공 처지가 난감하다고 분석했다. 후임 사장 공모와 인선에 통상 두세달쯤 걸리는 가운데 총선이 90여일 앞으로 다가와 윗선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오는 3월 중순 늦으면 3월 말께나 각 정당의 공천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본다. 청와대나 여권에서 공천 탈락자에게 공공기관장 자리를 정략적으로 챙겨줄 생각이라면 도공이 임의로 공모를 진행하기가 불편할 수 있다는 견해다.

    도공과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는 임추위 구성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수건돌리기 하듯 책임을 떠넘기는 형국이다. 공운위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법)에 따라 '지체 없이' 임추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견해로, 구체적인 내용은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토부는 다시 해당 공공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할 부분으로, 국토부가 관여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태도다.

    반면 사장 공석이란 경영상 리스크를 안은 도공은 부처들 눈치를 보는 모양새다. 도공으로선 총선 공천 윤곽이 잡힐 때까지 공모를 늦추고 직무대행 체제를 유지하거나 사실상 낙하산 인사를 위한 재공모를 염두에 두고 우선 무늬만 공모를 진행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 ▲ 수자원공사.ⓒ연합뉴스
    ▲ 수자원공사.ⓒ연합뉴스

    환경부 산하 한국수자원공사도 후임 사장 인선을 놓고 코드 인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세종 관가 복수의 관계자 설명을 종합하면 환경부는 지난주 수공 임추위가 3~4배수로 압축한 사장 후보자 명단을 공운위에 제출했다. 공운위 관계자는 "현재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답했다.

    수공은 지난해 8월 공모를 통해 사장 후보자 5명을 추천했고 공운위도 검토 결과 '부적격' 사유가 없다고 보고 환경부에 임명 제청 절차를 밟아달라고 회신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수공에 후보를 다시 추천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조직 개편으로 수공이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넘어오면서 수질과 수량을 통합관리하는 공기업으로 위상이 커진 만큼 환경부가 그에 걸맞는 후보자를 원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을뿐 구체적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현 정부 들어 위상이 높아진 환경부가 최대 산하 공기업이 된 수공에 정부 입맛에 맞는 인사를 보내려고 재공모를 진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환경부 한 고위 관료가 사실상 수공 사장으로 낙점됐다는 하마평이 돈다"면서 "결국 (청와대에서) 원하는 사람이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세평이 도는 A관료는 환경부에서 4대강과 보 관련 업무를 맡아왔다. 현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4대강 사업을 적폐로 몰아붙이면서 보 강제 철거 등을 추진해왔다. 공교롭게도 수공은 이명박(MB) 정부에서 4대강사업을 시행한 원죄(原罪)가 있는 공기업이다.

    한편 지난해 9월22일 임기가 만료된 이학수 수공 사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돼 현역으로 있는 유일한 기관장이다.

  • ▲ 이학수 수공 사장.ⓒ연합뉴스
    ▲ 이학수 수공 사장.ⓒ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