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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의 4분기 영업이익이 3분기에 비해 60% 이상 급락할 것으로 보인다. 기초소재에 편중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보니 경쟁사에 비해 시황 영향에 가장 민감한 편이다. 그룹에서 5조가량을 투입해 조성하려던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 프로젝트도 잠정 보류됐다.
해법은 찾은 것으로 보인다. 롯데첨단소재와의 합병을 기점으로 고부가 스페셜티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한편, 합병 과정에서 효율성을 제고해 통합 롯데케미칼을 연착륙시키겠다는 방침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 실적 전망치 분석 결과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4분기 매출 3조4834억원, 영업이익 1193억원의 영업성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매출액은 전분기(3조9400억원)에 비해 11.5% 줄어들었으며 영업이익은 3145억원에서 62.0% 급락한 수준이다.
전반적인 제품 마진 하락으로 전 사업 부문의 감익이 예상된다. 높은 원료가격 투입에다 △비수기 수요 부진 △공급 부담 △국제유가 및 나프타 반등 등의 3중고가 겹치면서 주요 제품 스프레드 하락 폭이 더욱 커졌다.
또한 올레핀 대산공장 정기보수 기회손실 400억원과 아로마틱 PTA(고순도테레프탈산설비)의 PIA(고순도이소프탈산설비) 전환에 따른 기회손실 100억원이 반영되면서 실적 둔화 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강동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나프타 가격 상승 및 지속적인 증설로 인한 폴리에틸렌(PE) 및 모노에틸렌글리콜(MEG) 물량 부담으로 전반적인 스프레드가 크게 악화됐고, 지난 5년간 톤당 500~600달러 수준으로 스프레드를 유지했던 폴리프로필렌(PP)도 최근 350달러 수준으로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역내 PDH(프로판탈수소화설비) 및 NCC(나프타분해설비) 증설 지속으로 과잉공급이 심화되면서 부타디엔(BD) 역시 예상보다 수익성이 더 악화됐다"고 덧붙였다.
롯데첨단소재의 경우 4분기가 전방산업향 수요가 계절적 비수기에 들어서면서 소폭 악화될 전망이다. LC Titan은 주요 제품 생산마진 악화로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해 미국산 화학소재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로 집중되면서 역내 화학제품 생산마진이 악화된 탓이다.
LC USA의 경우 Westlake의 콜옵션 행사에 따라 ECC(에탄분해설비) 실적이 한 달만 반영되면서 지분 매각 및 생산마진 악화로 증설효과가 일부 감쇄됐다. 영업외 일회성 요인으로는 롯데-베르살리스 지분법 회사 '롯데베르살리스엘라스토머'의 고무 인증 지연에 따른 실적 부진에 따라 지분법 손실로 약 2000억원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연간 실적도 2018년에 비해 뒷걸음칠 전망이다. 연간 매출 추정치는 15조1799억원으로, 전년 16조5450억원에 비해 8.25% 감소할 전망이며 영업이익은 1조9763억원에서 1조757억원으로 45.3%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자 신규 해외투자도 위축됐다. 업계 불황 등을 감안해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경영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는 '2020 석유화학업계 신년인사회'에서 "미국 루이지애나 공장 보수 이외에 예정된 다른 투자는 없다"며 "설계도 하고 부지도 정리하는 등 준비하고 있지만, 시황이 어려워 아직 쉽사리 투자 의사결정을 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반면 다운스트림 확장 및 스페셜티 제품 확장, 사업다각화 등 새로운 성장전략을 구상하는 단계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기초 제품 중심에서 벗어나 스페셜티 제품 등 첨단소재 분야로 중장기 포트폴리오를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롯데첨단소재 합병 및 울산 메타자일렌(MeX), 여수 폴리카보네이트(PC) 증설, GS에너지와의 JV(조인트벤처) 설립 등이 이러한 과정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도 롯데케미칼이 제품 원료에서부터 최종 제품까지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원료구매처도 다변화해 시장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롯데첨단소재와의 합병을 통해 원가절감과 시너지 창출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롯데첨단소재의 스페셜티 소재 분야에서 전문적인 기술과 다양한 제품의 양산 체제를 가속화할 예정이다. 또 자동차용 컴파운딩 제품의 교차 판매를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학 R&D, 구매 등 지원 부문까지 통합해 효율성을 강화할 예정이다.
김교현 대표은 "롯데케미칼 통합 원년인 올해 인력을 효율적으로 재조정하고 내실을 다니는 작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특히 기존 R&D 인력을 스페셜티 분야 중심으로 전면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롯데케미칼과 롯데첨단소재간 합병을 통해 출범한 통합 법인의 수장이다. 임병연 기초소재사업 대표(부사장), 이영준 첨단소재사업 대표(부사장) 등 양 사업 대표들과 함께 통합 법인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통합 법인의 안착에도 드라이브를 걸 예정이다. 김 대표는 "기업이 언제까지 앞만 보고 달릴 수는 없다"며 "올해는 뒤도 돌아보고 조직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법 등 통합 법인의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