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에 한국 피해 누적, GDP 최대 0.122% 감소 전망수출 판로 다양화해야… "CPTPP 가입 가장 효과적 정책"지원규모만 불리는 소부장 정책 안 돼… 전면 재검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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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갈등으로 사이에 낀 한국의 피해가 누적되는 가운데 대(對)중국 수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송영관 KDI연구위원은 30일 '확산되는 세계무역질서의 불확실성과 한국의 정책대응'이란 보고서를 통해 "중국에 대한 수출비중이 높은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CPTPP 가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분석했다.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을 지칭하는 CPTPP는 일본, 베트남, 멕시코 등 아시아·태평양 11개 국가가 참여하는 경제동맹체다.이번 보고서는 정부 산하기관으로 보수적 경제정책 기조를 가진 KDI에서 정부의 중국 친화적 정책을 비판한 것이라 더욱 주목받는다.보고서에 따르면 미중 무역전쟁으로 한국의 GDP(국내총생산)은 최대 0.122%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보고서는 2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전망했는데, 1단계 미중 무역합의로 양국 관계가 봉합되는 경우와 그렇지 못하고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를 추가부과하는 경우를 상정했다.양국 갈등이 봉합되지 못한 시나리오2의 경우 GDP는 0.122%, 수출은 0.37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전자산업(0.728%), 화학산업(0.743%)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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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특히 같은 제조업 중심의 독일과 일본에 비교해 한국이 무역갈등 이슈에 더 취약하고 피해가 크다고 지적했다.독일은 시나리오2 기준 0.021%, 일본은 0.030%의 GDP 감소로 전망됐다.실제로 송 연구위원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과 독일의 수출액 지수를 계산한 결과, 한국은 지난해 1분기 91.47에서 3분기 87.71로 큰폭 하락한 반면 독일은 같은기간 102.32에서 101.53으로 소폭 하락에 그쳤다.이런 배경에는 수출비중이 44%(한국)와 47%(독일)로 비슷한 양국이지만, 對중국 수출의존도가 27%(한국), 7%(독일)로 4배 가량 차이나는 점이 작용한다.송 연구위원은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양국의 수출감소는 한국의 중간재 수출감소를 야기하고 양국 내수감소 역시 한국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그는 이어 "한국은 통상지형을 확대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데 집중해야 한다"며 CPTPP 가입을 적극 추천했다.특히 CPTPP 국가들이 누적 원산지 제로를 통해 교역이 이뤄지는 모든 중간재를 자국 생산품으로 인정하는 점을 강조했다.송 연구위원은 "CPTPP는 누적 원산지 제도로 일본과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글로벌 가치사슬을 창출할 가능성이 높다'며 "회원국 내 투자와 중간재 무역거래를 활성화 시키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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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 지원정책 다시 점검해야보고서는 일본과의 수출갈등으로 야기된 소재·부품 산업지원 정책을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송 연구위원은 "단손히 지원 규모 등 외형에만 중점을 둘 게 아니라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증진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어 "소재산업의 중소기업 생산성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수요자인 대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소부장 산업의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직접적 지원보다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협력 구도를 강화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정책적 수출지원에 대한 비효율성도 꼬집었다.보고서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수행한 사업에 참여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 수출지원사업들의 직접 효과, 즉 수출액이나 수출국 수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문제를 제기했다.이에 대해 송 연구위원은 "코트라를 비롯한 정부부처와 관련 공공기관들이 중소기업 해외 진출지원을 위해 수행하는 각종 사업들이 과당경쟁과 중복문제가 제기된다"며 "이 사업에 대한 정부개입의 범위와 한계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