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5G·서버향 수요 회복 예상속 '변수' 등장PC·서버·스마트폰 ODM 최대 생산지 中 길목 막혀'유통-선적' 지연 등 차질 불가피… '하반기 급상승' 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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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부진을 겪었던 반도체업계가 올해는 수요 증가에 힘입어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예측했다. 연초부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알려진 중국발 '우한 폐렴'이 세계 제조업 시장에 변수로 등장하면서, 전형적으로 상저하고 패턴을 보였던 반도체 시장은 올 상반기 기존보다 더 저조한 수요 흐름을 이어오다 하반기 급성장하는 반전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업계는 기존의 상저하고 패턴을 나타내는 가운데 우한 폐렴이 연초 변수로 작용하면서 상반기와 하반기 차이가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말에 있었던 2019년 4분기 실적발표에 이은 컨퍼런스콜에서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었다. SK하이닉스는 "올해는 서버 고객들의 투자 재개와 5G 스마트폰 확대로 반도체 시장이 상저하고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예측하며 점진적으로 업황이 개선될 가능성을 기반으로 연간 전략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상저하고를 통상적인 흐름으로 인식하고 있었지만 지난해 업황이 바닥을 찍으며 이 같은 흐름에도 변화가 불가피했다. 상반기에 이미 바닥 가까이 내려간 상황이었지만 하반기에 실적 감소폭이 더 커지면서 이 패턴이 깨졌기 때문이다. 특히 D램 의존도가 높은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 4분기 2300억 원대 영업이익을 내는데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90% 넘게 이익이 줄었다. 앞서 3분기에도 5000억 원에 못 미치는 이익으로 하반기를 시작한 바 있다.

    올해는 상반기 서서히 수요를 회복해 하반기 뚜렷한 회복세를 되찾는 구조를 예상했지만 의외의 변수로 시장은 다시 혼란에 빠졌다. 연초부터 중국 우한 지역에서 발병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알려진 '우한 폐렴'이 춘절 연휴와 겹쳐 중국 현지는 물론이고 전 세계로 퍼지면서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멈춰서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 반도체 생산공장을 두고 있어 당장 우한 폐렴으로 인한 춘절 연휴 연장으로 조업에 제동이 걸렸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컨퍼런스콜에서 "2월 9일까지로 예정된 중국 당국의 휴무 조치가 추가적으로 연장되는 등 장기화되면 실제 조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해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함을 밝혔다.

    우한 폐렴으로 인한 조업 불가능 상황에서 벗어나더라도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에 꼬리표가 붙어 선적이나 유통과정에서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에서 생산된 반도체 뿐만 아니라 중국산 반도체가 탑재되는 PC, 서버, 스마트폰 등의 해외 수출길이 지연될 수 있어 이를 감안해 중국 내부에서도 반도체 수요가 지연 발생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반도체업계 코로나 바이러스 이슈에 대해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 수요 측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지만 최종 수요처로 가기 전 단계인 중간 서플라이체인이 되는 PC, 서버, 스마트폰 ODM사의 중국 비중이 높아서 생산 차질이 장기화되면 메모리 수요 제한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상반기 수요 흐름이 예상보다 더 저조해질 수 있다는 결론이다. 대신 수요 자체가 사라지는게 아니라 우한 폐렴 이슈가 해소될 가능성이 높은 하반기로 수요가 더 몰리면서 기존 상저하고 패턴보다 상반기와 하반기 갭(Gap)이 더 분명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수요가 없는 것이 아니라 지연된 것이기 때문에 수요 회복이 하반기로 미뤄지고 중국에 메모리 생산설비 증설도 미뤄진다면 하반기에 낸드를 중심으로 메모리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