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 심한 코로나 바이러스 특성상 시장성은 글쎄… "공익 차원"우한폐렴 치료제 개발 후 향후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에 활용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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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바이오기업이 손해를 감수하고 공익 차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2019-nCov, 우한 폐렴)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최근 셀트리온도 가세하면서 우한 폐렴 치료제 개발에 활기가 돌지 기대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우한 폐렴 치료제 개발을 결정한 가운데 셀트리온도 동참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지난 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관련 기업인 간담회에서 우한 폐렴 신약후보물질 개발 계획을 밝혔다.

    셀트리온은 한국, 중국 정부와 협력해 우한 폐렴 치료제를 투트랙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우선 지난 2018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이하 메르스)와 관련해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에 중화활성을 갖는 결합 분자' 특허를 받은 치료 물질이 신종 코로나에도 효과가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이르면 이번주부터 테스트를 시작해 1~2주에 걸쳐 해당 물질의 약효를 살필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멸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중국 정부가 임상 진행을 결정하게 된다.

    아울러 셀트리온은 정부로부터 우한 폐렴 완치 환자의 혈액을 지원 받아 자체적인 치료제 개발에 착수한다. 해당 치료제 개발에는 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치료제가 개발된 시점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잠잠해질 가능성이 높아 시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세는 기온이 높아지는 5월 이후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러스의 특성상 날씨가 따뜻해지면 활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바이러스도 겨울부터 여름까지 약 6개월간 지속된 바 있다.

    서 회장도 이를 의식한 듯이 "국가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일뿐 상업적 목적은 아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상업성보다는 공익적 차원에서 신종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셈이다.

    이처럼 치료제를 개발하고 나면 이미 해당 바이러스의 유행이 끝나버리기 때문에 특정 바이러스의 치료제 개발에 선뜻 나서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는 RNA이다. RNA는 DNA보다 상대적으로 불안정해서 숙주세포에 들어가면 유전자 구조가 새롭게 바뀌어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계열의 질환으로는 메르스, 사스 등이 있다.

    변종이 쉽게 발생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특성상 우한폐렴에만 맞춘 치료제를 개발하기는 쉽지 않다. 우한폐렴 치료제를 개발하고 난 후 이미 변종이 발생해 해당 치료제의 약효가 없을 가능성도 높다.

    이에 정부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렸다 완치된 환자의 혈액을 치료제 개발 기업에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또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안전부, 질병관리본부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연구개발(R&D)에 총 5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현재 우한폐렴 치료제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업체로는 셀트리온 외에도 이뮨메드, 앱클론 등이 있다.

    이뮨메드는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는 바이러스억제물(VSF)을 기반으로 항체 신약을 긴급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을 계획이다. 해당 항체 신약은 인플루엔자 적응증 치료제다.

    앱클론은 지난달 31일 우한폐렴 항체 치료제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앱클론은 NEST(Novel Epitope Screening Technology)라는 항체 발굴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용 항체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앱클론은 지난 7일 한국화학연구원과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한미사이언스는 우한폐렴 치료제 개발에 힘을 보태기 위해 진단키트를 연구 목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공동 R&D를 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우한폐렴 치료제를 개발해두면 향후 코로나 바이러스 계열 질환의 치료제로 광범위하게 쓰일 수 있다는 희망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1996년 미국 바이오기업 길리어드가 개발한 타미플루는 신종 인플루엔자 환자에게 주로 처방된다. 타미플루는 지난 2005년 아시아를 강타한 조류 인플루엔자(H5N1)의 유일한 치료제로 주목된 데 이어 2009년 세계적으로 유행한 신종플루의 치료제로 각광 받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한 폐렴 항체를 개발하려면 시간이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정 질환인 우한 폐렴만을 타깃으로 한 치료제보다는 오리진(origin)이 유사한 사스, 메르스에 대한 공통적인 치료제를 목표로 개발하는 방향이 현실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특성상 기업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하고 치료제 개발에 뛰어드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