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텍사스 법원에 특허訴 제기"퀀텀닷 특허 5개 침해" 주장수 년째 매각 추진중… 韓 기업 외면에 중국행 가능성딜 성사 '무리수' 논란… "잘나가는 QLED 인기 편승" 지적도
  • ▲ 2020년형 QLED 8K 신제품 'Q950TS' 제품 사진 ⓒ삼성전자
    ▲ 2020년형 QLED 8K 신제품 'Q950TS' 제품 사진 ⓒ삼성전자
    영국 퀀텀닷 소재기술 기업인 나노코가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특허 소송에 나선데 대해 매각 전 노이즈 마케팅에 나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몇 년째 회사 매각을 추진해오고 있는 나노코는 국내기업들에 태핑(수요조사)을 시도하다 최근에는 중국으로 눈을 돌려 매각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기에 딜을 성사시키기 위해 QLED로 글로벌 기술력을 인정받은 삼성을 끌여들였다는 지적이다.

    19일 관련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영국 나노소재 기업인 '나노코(Nanoco)'는 최근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 법원에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나노코가 피고로 지목한 곳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삼성전자 미국법인, 삼성종합기술원, 삼성디스플레이 등 퀀텀닷 기술 개발과 생산에 관여한 곳들이 모두 포함됐다.

    나노코는 삼성전자가 자사 퀀텀닷 기술 특허 5건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0년 삼성과 LCD 모듈 소재 개발을 협력하는 과정에서 퀀텀닷 샘플을 제공하는 등 관련 기술을 공개했고 삼성이 이를 활용해 QLED TV를 개발하고 판매해 승승장구했다는 논리다.

    삼성은 10여 년 전부터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연구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LG가 OLED로 일찌감치 방향을 정하고 개발에 몰두해온 동안 삼성은 색 재현율이 거의 자연색에 가까운 정도로 높아지는 동시에 매우 희귀한 소재로 여겨졌던 '퀀텀닷'에 승부수를 걸었다.

    그 과정에서 나노코와 협력하기도 했다. 같은 시기 미국의 또 다른 퀀텀닷 소재 전문 기업인 '나노시스(Nanosys)'와도 사업 협력을 맺으면서 지분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나노코와는 달리 나노시스와는 현재까지도 지분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이후 2016년에는 퀀텀닷 기술을 보유한 또 다른 미국 기업 'QD비전'의 지식재산권(IP)를 인수하며 QLED 사업을 본격화했다.

    이번 나노코의 특허소송에 대해 삼성은 "관련 특허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진행함과 동시에 소송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히며 QLED에 사용된 수백여 개의 특허 중 단 5개에 국한된 이번 소송에 의문을 표했다.
  • ▲ 나노코 로고 ⓒ나노코 홈페이지
    ▲ 나노코 로고 ⓒ나노코 홈페이지
    업계에서도 10년 전 협력했던 사실을 빌미로 뒤늦게 삼성에 칼을 겨눈 나노코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특히 나노코가 최근 회사 매각을 결정하고 주로 한국과 중국기업들에 인수의사를 타진하고 있어 이번 소송에 매각 관계자들의 눈과 귀도 쏠려있는 상황이다.

    나노코는 앞서 몇 년 간 일부 기업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인수·합병(M&A)을 제안했지만 지금까지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해 말부터는 매각 주간사를 선정해 본격적인 매각 작업을 시작했다.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퀀텀닷 시장에서 나노코 인수에 참여할 수 있는 기업은 다양하겠지만 나노코 입장에선 특히 한국기업과의 딜 성사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이미 퀀텀닷 기술을 활용한 QLED로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기도 하고 중국이나 일본 대비 TV 기술력 자체를 리드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어 나노코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한국기업이 M&A 1순위일 것"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예상대로 매각 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이른바 매각을 조기에 성사시키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매각을 앞두고 매물이 시장의 주목을 받을 수 있게 이슈를 만들어 내기 위해 소(訴)를 제기하는 방식은 이미 M&A업계에서 공공연히 사용되는 방법이다.

    특히 이번에 나노코가 제기한 것처럼 해당 분야의 1등 사업자를 상대로 이슈를 만드는 방식이 전형적이다. 삼성은 퀀텀닷 기술을 활용한 디스플레이 기술로 글로벌 판매량 1위에 오른 기업인 동시에 최근 OLED 디스플레이 기술과 대척점을 이룬 중심에 있어 시장의 주목을 받기에 더 용이하다.

    동시에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유망 기술기업 인수를 서슴지 않는 중국기업에도 나노코의 매력을 드러낼 수 있는 영리한 방법으로 해석된다. 현재로서 나노코는 한국기업에 대한 차선책으로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한국기업들의 선진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나노코가 삼성 QLED 개발에 사용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소송전으로 보여줘 잠재적 매수자들을 수면 위로 이끌어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540만 대 판매 기록을 올린 삼성 QLED TV 성공에 편승하는 차원에 지나지 않는다"며 "QD 디스플레이로 또 한번 승부수를 띄운 삼성에 매각을 압박하는 모습으로도 보인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