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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매출 5000억원 규모의 중상위권 제약사들이 지난해 희비가 엇갈린 성적표를 내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중상위권 제약사의 지난해 실적을 살펴보면 견조한 성장세를 보인 보령제약과 어닝쇼크를 낸 JW중외제약, 일동제약이 대조됐다.
◆ 보령제약, 창립 이래 최초 연매출 5000억원 돌파… 카나브패밀리 선전 덕분
보령제약은 연매출 5000억원의 벽을 넘으면서 중상위권 제약사로서 입지를 다졌다.
보령제약이 지난달 30일 공시한 잠정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5242억 6867만원으로 전년 대비 13.87%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90억 5347만원으로 54.59% 급증하고, 당기순이익은 322억 1804만원으로 58.66% 늘었다.
지난 1963년 창립 이래 최대 매출을 기록하면서 연매출이 역대 최초로 5000만원을 넘어섰다. 이로써 보령제약도 JW중외제약(2017년), 일동제약(2019년)에 이어 5000억원대 매출을 낸 제약사 명단에 올라섰다.
이 같은 실적 성장에는 '카나브패밀리' 등 자체 개발 신약의 선전과 라니티딘 사태로 인한 반사이익 등이 기여했다.
카나브패밀리는 단일제인 카나브와 이를 활용한 복합제로 이뤄진 제품군을 지칭한다. 카나브, 듀카브, 투베로, 라코르 등 4개 제품이 포함된다. 카나브패밀리는 지난해 처방실적 810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단일제 카나브가 전년 대비 10.1% 성장한 443억원, 듀카브가 49.5% 증가한 271억원, 투베로가 40.3% 상승한 31억원을 기록했다.
라니티딘 사태의 수혜를 입은 영향도 있었다. 지난해 하반기 위장약 성분인 라니티딘, 니자티딘에서 발암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이하 NDMA)'이 검출됐다. 라니티딘 성분의 전 제품과 니자티딘 성분의 일부 제품이 판매금지를 당하면서 라푸티딘 성분의 항궤양제 '스토가'의 처방실적이 139억원으로 전년 대비 20.8% 성장했다.
보령제약은 이날(19일) 카나브패밀리 중 5번째로 '듀카로(Dukaro)' 4종을 출시하면서 국내 고혈압·이상지질혈증 3제복합제 시장에 출사표를 냈다.
국내 고혈압·이상지질혈증 3제복합제의 전체 처방 실적은 유비스트 기준으로 지난 2018년 31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137억원으로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현재 국내 고혈압·이상지질혈증 3제복합제로는 한미약품 '아모잘탄큐', 일동제약 '텔로스톱플러스', 대웅제약 '올로맥스' 등이 출시돼 있다. 이번 듀카로 출시로 각 사 경쟁을 통해 시장규모가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 JW중외제약, 역기저 효과로 '적자 전환'… 일동제약, 라니티딘 사태 '직격탄'
반면, 이미 연매출 5000억원을 돌파했던 JW중외제약과 일동제약은 지난해 부진한 성적표를 내놨다.
JW중외제약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이 76억 9150만원으로 전년 영업이익 215억 8408만원에서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5237억 8086만원으로 2.5% 줄고, 당기순손실은 204억 1590만원으로 전년 순이익 80억 5689만원에서 적자 전환했다.
JW중외제약은 지난 2018년에 비해 기술료 수익이 감소한 데 따른 역기저 효과가 컸다고 보고 있다.
JW중외제약은 지난 2018년 8월 덴마크 제약회사 레오파마(Leo Pharma)와 4억 200만 달러(약 4514억원) 규모의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JW1601'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같은해 JW1601의 기술료 수익 181억원이 반영됐다.
지난해에는 통풍 치료제 'URC102' 기술수출 계약금 60억원, JW1601 분할인식 계약금 8억원 등이 있었으나 총 68억원 규모에 그쳤다. 이는 전년 대비 62.4%나 감소한 수치다.
일부 주요 제품 일시적인 실적 부진과 일부 재고 폐기에 따른 원가 상승도 이번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IFRS 15호 수익인식기준 회계처리 변경에 따른 영향도 반영됐다. 주로 일회성 요인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일동제약은 라니티딘 사태로 인한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았다.
일동제약의 지난해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85억 100만원으로 전년 대비 69.2% 급감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5174억 1000만원으로 2.8% 늘고 당기순손실은 11억 4000만원으로 전년 121억 1600만원 흑자에서 적자 전환했다.
라니티딘 사태로 인해 간판 제품이었던 '큐란'이 시장에서 퇴출된 영향이 컸다. 큐란은 연간 200억원대의 매출액을 기록해온 효자품목이었다.
일반의약품 아로나민 시리즈의 유통 재고 조정으로 인한 타격도 있었다. 무형자산 손상자산 등도 실적 부진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보령제약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JW중외제약과 일동제약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며 "일동제약의 경우 벨빅 시장 퇴출로 인해 올해 1분기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