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터널 지났는데… 업황 회복 급제동스마프폰 및 PC용 수요둔화 및 생산차질 우려글로벌 척도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조정 국면 돌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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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수출과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 경기를 두고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들의 낮은 재고 수준과 수요 상승을 감안하면 업황 회복세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지만 '코로나19'가 복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인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반도체 업황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당초 업계에서는 올해부터 반도체 경기가 불황의 터널을 지나 개선세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월 글로벌 반도체 가격이 상승 전환된 점도 이 같은 낙관론에 힘을 보탰다. 

    실제 D램 가격은 1년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 1월 말 PC용 범용제품인 DDR4 8기가비트(Gb) D램 제품의 계약 가격은 2.84 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12월 말 대비 1.07% 올랐다.  

    반도체 가격이 상승전환된 것은 지난 2017년 12월 말 이후 13개월 만이다. D램 가격은 지난 2018년 10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가파르게 하락했다. 지난해에도 낮은 수준으로 가격이 형성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의 실적 쇼크를 이끌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제조사들의 재고 소진과 함께 수요 업체들의 구매 재개가 이뤄지며 업황 반등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특히 올해 들어 미국을 중심으로 서버용 D램 수요가 다시 살아나며 가격 상승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미국 인터넷 기업 중심으로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마존웹서비스, 페이스북의 아시아태평양 투자확대, 구글의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 강화, 마이크로소프트의 미 국방부 계약체결 등이 수요를 견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올해 D램 가격은 기존 전망치보다 약 3%, 낸드플래시는 약 7%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 수출도 다시 기지개를 켰다. 관세청에 따르면 2월 1~20일 반도체 수출 잠정치는 전년동기 대비 15.4%늘어났다. 지난 2018년 12월 전년대비 -8.4% 역성장한 이후 14개월만에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이 같은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휴대폰 등 수요가 둔화되거나 생산차질로 이어져 반도체 경기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세계 반도체 경기의 척도로 여겨지는 미국의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조정 국면에 들어간 모습이다. 25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3.2% 급락하며 나흘 동안 하락세를 이어갔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대유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반도체 지수까지 조정에 빠진 것이다.

    노무라 그룹의 자회사 인스티넷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올해 세계 반도체 산업의 매출 전망치를 하향 조종했다. 종전 4370억달러(532조7000억원)에서 4290억달러(522조9000억원)로 낮춘 것. 이에 따라 반도체 산업 성장률 전망치도 6%에서 4%로 낮아졌다.

    무엇보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코로나19 영향으로 경기가 바짝 움츠러들고 있는 부분은 전반적인 반도체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스마트폰, PC 등 제품에 대한 수요 타격 및 경제 전망치 하락 등의 부담감은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리스크로 작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분기의 경우 전통적인 비수기 시즌인 만큼 반도체 회복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를 미리 예단하기는 어렵다"며 "코로나19 영향도 작용하고 있어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