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공포가 좀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일상 마저 송두리째 바꾼 지 벌써 두달째.
연기할 수 있는 건 모두 뒤로 미루고 있다지만 곳곳에서 마찰음이 들린다. 마음대로 취소를 못하고 또 그 취소요청를 받아주지 못하는 딱한 사연들이 잇따른다. 위약 논란이 벌써 4000건에 달하고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할 지경이다.
성수기인 3, 4, 5월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들은 한숨만 가득하다. 6개월∼1년 전부터 준비한 결혼식이지만 기약없이 연기를 하거나 규모를 대폭 줄여 가족들만 참석하는 스몰웨딩으로 바꾸고 있다. 축하 받을 자리가 외려 고민을 안겨주는 곳이 됐기 때문이다.
#A씨는 지난 주말 4년에 한 번 오는 2월29일에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6개월 넘게 준비를 했으나, 고민끝에 식을 미뤘다. "축하만 받기에도 좋은 날, 와주신 분들에게 죄송합니다로 시작해야할까봐 고민하다 연기를 선택했다"고 아쉬워 했다.
#2월 중순 서둘러 결혼식을 올린 B씨는 예식장과 실랑이 끝에 최소보증인원을 300명에서 250명으로 줄였지만 하객들은 수십명에 불과했다. 결혼식 전 3번씩이나 방역에 대한 안내 문자를 보냈지만 썰렁한 결혼식은 피할 수 없었다.부담을 느끼기는 하객들도 마찬가지. 온라인으로 축의금을 대신하고 식장을 찾았다가도 눈도장만 찍은 채 식사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잦아졌다. 웃픈 현실은 곳곳에 복면결혼식을 만들고 있다. 기념사진 조차 마스크 일색이다. 혼주들은 행여하는 마음에 방역에 더 신경을 쓴다.
입구부터 체온을 재고 손소독을 한다. 신랑신부랑도 2~3미터 이상 떨어져 눈인사로 축하를 전한다. 이 와중 찾아온 하객들에겐 답례품으로 마스크가 제공된다.
취소도 못하고 연기도 쉽지않자 어쩔 수 없이 스몰웨딩이 늘어났다는게 웨딩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 예비신혼부부는 "웨딩촬영부터 결혼식까지 모두 미루고 싶었지만 날짜를 미루면 위약금이 600만원, 취소하면 1200만원이 든다고 해 그냥 하기로 했다"고 씁쓸해 했다.
가까스로 결혼식은 올리더라도 신혼여행은 언감생심이다. 유명 신혼여행지 등 벌써 111개국이 한국발 입출국을 막고 있기에 위약금을 물면서 평생 한번뿐이라는 신혼여행을 포기하고 있다. -
장례식의 모습은 더 안타깝다. 부고는 커녕 빈소 조차 차리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한다. 억지로 연기할 수도 없는 형편인지라 가족들만 모여 서둘러 장례를 치르고 있다.
상주 이외 조문객을 찾아볼 수 없으며 조화가 그 자리를 대신한 지 한참이다.어쩌다 빈소를 찾는 이들도 모자와 마스크, 장갑까지 중무장이다. 조문시 외투와 모자 등을 벗어야 한다지만 지금은 오히려 마스크 착용이 필수 예절이 됐다.
#5일 기자가 직접 찾은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은 출입객 모두에게 문진표를 작성하게 했다. 이름과 전화번호, 최근 대구·경북 지역과 외국 방문 유무에 대한 질문지였다. 이후 체온 검사 거쳐 출입확인증 스티커를 부착해야만 입장할 수 있었다.
장례식장 관계자는 "최근 장례식장 등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곳에 대한 걱정이 커지면서 조문객 방문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와서도 음식도 안먹고 돌아가는 조문객이 대다수"라며 "직장에서도 가지말라는 권고가 있다보니 한 사람이 부의금을 다발로 들고 오는 경우가 잦다"고 전했다.
프리드라이프와 보람상조 등 상조업체는 장례지도사의 마스크·장갑 착용을 의무화했고, 의전 행사차량 방역도 수시로 실시하고 있다. 보람상조는 직영장례식장에서 조문객들의 식사도 1인1식으로 바꿨다.
일부에서는 아예 빈소를 차리지 않거나 3일장 대신 하루장, 가족장 등을 권유하고 있다.
상조업계 관계자는 "조문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음식을 제공하지 않는다거나 아예 조문객을 받지 않는 상주도 늘었다"며 "수십년 동안 한번도 보지 못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