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별 공적마스크 판매 시간대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각양각색보통 아침엔 고령자, 낮·저녁엔 직장인 몰려… 판매 개시 30분 만에 동나약사들, DUR 작업에 업무 마비… 공적마스크 판매 마진 하루 최대 10만원
  • ▲ 9일 오후 7시부터 공적 마스크를 판매하는 서울시 구로구의 약국 앞에 6시50분부터 손님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 ⓒ뉴데일리
    ▲ 9일 오후 7시부터 공적 마스크를 판매하는 서울시 구로구의 약국 앞에 6시50분부터 손님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 ⓒ뉴데일리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인 9일 서울시 약국에서는 예상과 달리 늦은 시간까지 구매자들이 줄 서 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약국마다 공급·판매 시간이 제각각이어서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약사들의 업무피로감도 여전했다.

    정부는 이날부터 출생연도에 따른 요일별 마스크 5부제 판매를 시행했다. 월요일은 1·6년, 화요일 2·7년, 수요일 3·8년, 목요일 4·9년, 금요일 5·0년으로 출생연도가 끝나는 이들이 약국에서 1인당 공적마스크 2매를 살 수 있다. 평일에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한 경우에는 출생연도와 상관없이 주말에 구매할 수 있다.

    뉴데일리는 이날 공적마스크가 판매되는 서울시 구로구를 비롯해 약국 10여 곳을 둘러봤다. 약국마다 공적마스크가 판매되는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오전 시간에는 고령자들이 주로 몰리고, 낮 시간대부터 직장인들이 구매에 나선다는 게 약사들의 설명이다. 직장인들의 퇴근 시간대를 고려해 오후 6시 이후 공적마스크 판매를 시작하는 약국들도 있었다.

    본지 기자도 오후 6시30분 공적마스크 판매를 개시하는 약국에서 구매해 보기로 했다. 10분 전인 오후 6시20분 해당 약국에 도착하자 이미 60여 명이 줄 서 있었다. 10분 전에 줄 서도 될 것이라던 느긋한 생각은 이제 와서 줄을 서도 마스크를 살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으로 바뀌었다. 시민들은 약국이 공적마스크 판매를 시작하기 1시간 전부터 줄을 선 것으로 확인됐다.

  • ▲ 본지 기자가 25분간 줄을 선 끝에 겨우 구매한 공적 마스크 2매 ⓒ뉴데일리
    ▲ 본지 기자가 25분간 줄을 선 끝에 겨우 구매한 공적 마스크 2매 ⓒ뉴데일리

    약국에서 예고해둔 시간에 공적마스크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공적마스크 200개(대형 100개, 소형 100개)는 30분 만에 동이 났다. 대부분의 다른 약국들도 공적마스크 판매 후 30분 만에 품절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 기자는 25분간 줄을 선 끝에 다행히 71번째 손님으로 공적마스크 구매에 성공했다.

    일부 손님은 출생연도 끝자리가 기준이라는 점을 착각해 헛걸음하기도 했다. 월요일인 이날은 출생연도 끝자리가 1 또는 6인 사람만 마스크를 살 수 있는 날이다.

    54년생인 A씨의 "8월 6일생인데 왜 판매가 안되나"라는 질문에 약사는 "생일이 아니라 출생연도 끝자리가 기준이다. 죄송하다"고 양해를 구했다. A씨는 30분 가량 줄을 서서 겨우 마스크를 집었지만 결국 사지 못한 채 돌아섰다.

    아쉽게 공적마스크를 놓친 시민들은 좀처럼 발걸음을 돌리지 못했다.

    이날 저녁 허탕을 친 70대 B씨는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에게 마스크가 필수적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구할 수가 없다"며 "인터넷을 통해 구매하는 것도 어렵고 약국에서 마냥 기다리는 것도 힘들고 여러모로 지친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좀 더 공적마스크를 구하기 쉬운 방법이 나와야 한다"며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됐지만, 약국 5곳을 돌아도 구매를 못하고 집으로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 ▲ 9일 오후 6시20분 서울 구로구의 공적 마스크 판매처 약국 앞에 60여 명이 줄을 선 모습. ⓒ뉴데일리
    ▲ 9일 오후 6시20분 서울 구로구의 공적 마스크 판매처 약국 앞에 60여 명이 줄을 선 모습. ⓒ뉴데일리
    마스크 대란에 약사들도 지치는 것은 매한가지다. 공적마스크 판매가 끝난 약국들은 문 앞에 '공적마스크 품절' 안내문을 붙여뒀다. 대부분의 약사들은 공적마스크 판매가 끝났는데도 마스크에 대한 문의가 끊이지 않는 것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했다.

    한 약사 C씨는 "주말부터 몇시에 가야 마스크를 살 수 있는지 묻는 문의 전화가 많았다"며 "물량이 들어오는 시간이 정해진게 아니기 때문에 일일이 설명하는데 피로감이 있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약사 D씨는 "DUR(의약품안전사용정보시스템)을 하려면 일일이 환자들 주민번호를 다 입력해야 하는데 그러면 조제·투약은 뒷전으로 미뤄둬야 한다"며 "정부가 동네 약국은 노는 줄 아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약사 1명이 근무하는 동네 개원약국의 경우 DUR에 주민등록번호를 일일이 수기로 기입하는 작업을 하느라 다른 업무를 모두 중단해야 하는 실정이다. 일반 시민들의 예상과 달리 공적마스크 판매로 인한 마진도 그리 많진 않다.

    의약품 유통업체인 공적 마스크를 지오영·백제약품은 약국에 1100원으로 공급하고 있다. 약국에서는 공적 마스크를 1개당 1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공적 마스크의 하루 공급량은 약국 1곳당 최대 250매다. 약국의 하루 공적 마스크 판매 마진은 최대 10만원에 불과하다.

    D씨는 "차라리 마스크를 무료로 나눠주는 봉사활동을 하는 게 낫겠다"며 "조제·투약도 해야 하는데 공적마스크 판매 때문에 업무가 마비됐다"고 토로했다.
  • ▲ 9일 하루분의 공적 마스크 판매가 끝난 약국이 문 앞에 '공적 마스크 품절' 안내문을 붙여뒀다. ⓒ뉴데일리
    ▲ 9일 하루분의 공적 마스크 판매가 끝난 약국이 문 앞에 '공적 마스크 품절' 안내문을 붙여뒀다. ⓒ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