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 3000만계좌 돌파, 저가매수 위해 신규투자자 크게 늘어주식거래 계좌 수 급증·개인투자자 월간 순매수 규모도 역대 최고 수준각종 이벤트도 투심 자극…"증시 변동성 극심, 무분별한 투자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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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주식시장이 급락하자 저가 매수의 기회를 노리며 주식 투자에 뛰어든 신규 개인투자자가 급증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신규 계좌 개설 이벤트까지 공격적으로 진행되면서 투심에 불을 지피는 모습이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주식투자에 참여하는 계좌인 '주식거래 활동 계좌' 수가 최근 사상 처음으로 3000만계좌를 돌파했다. 지난해말 2935만6620계좌에서 지난 9일 3004만6623계좌로 69만3계좌가 늘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하락 추세인 상황에서도 오히려 투자자는 증가한 것.

    지난 12일 코스피지수가 4% 가까이 폭락한 가운데 개인투자자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 538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개인들은 이달 들어 5조4978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미 지난 2월 역대 월간 최대 순매수 금액 4조8974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개인투자자들이 폭락장에서도 공격적으로 주식을 사재기하는 이유는 현재 시황을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심리 때문이다. 과거 사스(SARS)와 메르스(MERS) 당시 감염자 증가 추이가 둔화하면 증시가 급반등했다는 일종의 학습 효과다.

    실제 최근 인터넷 주식 카페에는 증권사 신규계좌 설립에 대한 문의에서부터 주식 거래 방법·주식 투자 팁 등 주식에 입문하고자 하는 예비 엄지족들의 질문이 급증하는 모습이다.

    투자 콘텐츠를 제공하는 증권사 공식 유튜브 채널이나 유명 유튜버들도 최근 저가매수·분할매수를 주제로 한 동영상들을 속속 제공하면서 투자자들의 투심을 자극하고 있다. 실제 관련 콘텐츠들은 높은 조회수를 올리며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증권사별로 공격적으로 진행되는 신규계좌 개설 이벤트는 개인 투자자들의 투심에 더욱 불을 지피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비대면 계좌 거래와 관련한 각종 이벤트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와 손을 잡고 비대면 계좌 최초 개설 고객에게 3월 말까지 축하금 지급과 수수료 평생 무료 제공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해외주식 첫 거래고객 축하금을 3월 말까지 제공하고 있다.

    키움증권도 이달 중 비대면 계좌 신규 고객의 주식 거래 시 최대 4만원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유진투자증권도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비대면 계좌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총 5만원의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한화투자증권은 2월 생애 첫 비대면 계좌를 개설하는 고객에게 최대 8만원의 투자지원금을 주는 이벤트를, 하이투자증권은 오는 31일까지 비대면 신규 계좌를 개설하고 거래 시 최대 현금 3만원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선보이고 있다.

    경쟁적으로 진행되는 각종 이벤트는 실제 신규 고객 유입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월과 비교할때 2월 비대면계좌 개설 수가 67% 늘었다. 키움증권과 유진투자증권 등 이 기간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 증권사들의 분위기는 대체로 비슷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두 달 새 신규 계좌 개설자들이 예년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면서 "때문에 평소보다 비대면 계좌개설 이벤트를 더 공격적으로 이어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분위기가 초보 투자자들의 무분별한 투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인터넷 재테크 카페에는 주식 초보들의 무모한 투자 후기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울산에 사는 회사원 A씨는 '저가 매수, 위기를 기회로 삼으라'는 말들에 지난 2일 난생 처음으로 주식계좌를 만들었다. 평생 수수료 무료·현금제공 이벤트가 제공되는 증권사 중 가장 익숙한 회사의 계좌를 개설, 막연히 좋은 기업이라고 생각한 회사 중 최근 들어 가파르게 하락했던 3곳에 그저 '감'으로 4000만원을 투자했다. 덜컥 매수한 후 A씨는 그제서야 재태크 카페에 가입해 주식 공부 비법에 대해 문의하는 글을 올렸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업황이 녹록치 않다보니 투심을 독려하고 있지만 저점을 전망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변동성이 심한 증시 상황"이라면서 "이 기회로 신규 투자자가 급증하는 것을 마냥 편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