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6조5495억 만기… 통계작성 후 최대치두산重 6140억·대한항공 2400억… sk 6500억, 롯데 4750억정부 대책 ‘미스매치’… 한은 "회사채 매입은 정부 보증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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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의 자금 담당자들은 요즘 입이 바짝 마른다. 코로나 여파 속에 심각한 불황이 닥치면서 '돈줄'이 말라붙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에 회자되는 '4월 위기설'이 괜한 얘기가 아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12월 만기인 국내 회사채는 50조8727억원이다. 이 중 다음달 만기는 6조5495억원(12.9%)이다. 4월 물량으론 협회가 통계작성을 시작한 1991년 이래 최대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 5조9122억원과 비교해도 10.8% 많다.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기업들의 상환 부담은 어느 때보다 크다. 이 중 가장 큰 규모를 갚아야하는 곳은 개별기업 기준으로 두산중공업이다. 다음달 6140억원의 회사채를 해결해야 한다. 두산중공업은 전날 마감공시를 통해 산은과 수은에서 1조원 대출 받기로 했다고 밝혔 한숨을 돌리는 듯 했으나 은행측은 "모르는 일"이라고 반박해 혼선을 빚었다.

    SK그룹은 SK네트웍스 2400억원, SK머티리얼즈 2000억원, SK텔레콤 600억원 등 650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SK건설도 560억원이 내달이 만기다. 롯데그룹의 경우 4750억원이다. ▲롯데칠성음료 2200억원 ▲호텔롯데 1200억원 ▲롯데푸드 1000억원 등이다.

    대한항공의 만기도래 회사채는 2400억원이다. 항공산업이 고사위기에 빠진 가운데 경영권 분쟁도 진행 중이어서, 위기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회사측은 당장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ABS(자산유동화증권)를 6000억 규모로 발행하기로 했다.

    신세계·CJ그룹도 각각 190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하이트진로 1430억원, 풍산 1000억원도 만기가 다가왔다.

    회사채 만기가 코앞에 닥친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신규 회사채를 발행해 갚는 차환방식을 사용하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실물경기와 주식시장 폭락 등 찬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에 신규발행이 미지수다.

    정부는 최근 위기에 처한 우리 경제에 100조원 상당의 긴급자금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이 중 회사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위해선 금융당국의 ‘신속인수제’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사모 방식으로 회사채를 발행하면 산업은행이 80%를 인수해 기업의 리스크를 줄여주는 제도다. 단, 당국의 발표계획과 기업들의 회사채 만기수준에 차이가 있어 혼선이 나타날 것으로 관측된다.

    산업은행이 회사채 발행지원에 책정한 자금은 4조1000억원이다. 기업의 다음달 회사채 상환규모는 6조5494억원으로, 산업은행이 신속인수제도로 최대 80%(5조2396억원)를 인수한다고 해도 1조3098억원의 차이가 난다.

    또 모든 기업이 이 제도의 대상이 되는 것도 아니다. 항공과 유통 등만 지원대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른 기업은 회사채를 갚지 못해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등의 악재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정부는 4월 위기설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27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자금난에 시달리는 대기업 금융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은도 4~6월 주 1회 RP 수요를 제한없이 매입하겠다며 '한국판 양적완화'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회사채 매입 여부에 대해서는 "정부 보증이 필요하다"고 한발 물러섰다.

    재계 관계자는 “회사채 상환 등 단기 유동성 부족으로 기업들이 흑자부도에 몰릴 수 있다는 걱정이 많아지고 있다”며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실적까지 악화되면서 기업들은 초비상사태”라고 우려했다.

    잔인한 4월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