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급락해 증여액이 증여세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져 절세 차원에서 증여 시점 변경… 증여액은 지난번과 같아
-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해 말 두 자녀에게 한 주식 증여를 취소하고 재증여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급락해 증여액이 증여세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지자 시점을 변경한 것으로 관측된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9일 장녀 이경후 CJ ENM 상무와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에게 증여한 CJ신형우선주 184만1336주를 지난달 30일 취소하고, 이달 1일자로 다시 증여했다고 2일 공시했다.
증여 시점만 변경됐고, 지난 증여와 마찬가지로 두 사람에게 92만주씩 똑같이 증여됐다. 현행 상속세법에 따르면 증여한 달의 마지막 날부터 3개월 안에 증여를 취소할 수 있다.
재증여에 나선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주식 가액이 최초 증여 시점보다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두 자녀에게 증여한 주식 가액은 최초 증여 시점 당시 6만5400원으로 한 명당 602억원씩 총 1204억원 규모였고, 증여세는 700억원대였다. 증여세는 증여일 전후 2개월간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1일 기준 CJ우선주 주가는 4만1650원으로 첫 증여 시점과 비교해 약 36% 내려갔다. 주식가치는 약 450억원 감소한 762억원이다. 증여 규모가 증여세와 비슷해진 셈이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은 증여 취소 기간인 3월 31일 하루 전에 증여를 취소하고 이틀 뒤 재증여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증여세 규모는 이달 1일 기준 전후 2개월간 평균 주가에 최대 주주 증여 할증을 포함해 결정될 예정이다.
두 자녀에게 증여된 CJ우선주는 2029년 보통주로 변환된다. 증여가 마무리 되면 두 자녀는 나란히 2.7%씩 지분을 얻게 돼 경후씨는 CJ㈜의 지분 3.8%를, 선호씨는 5.2%를 확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