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에 물동량 늘어해운업계, 수익성 향상·주가 상승 기대조선업계, 신중론 대두… 유로화 환율 변수
  • ▲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VL탱커(초대형원유운반선)ⓒ대우조선해양
    ▲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VL탱커(초대형원유운반선)ⓒ대우조선해양
    저유가 기조에 따라 탱커(원유·가스운반선) 운임이 급등하면서 해운업계와 조선업계 전망이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탱커 선사들의 경우 운임 상승으로 수익성 개선이 지속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반면, 조선업계에는 단기적인 운임 급등으로는 탱커선 발주량 증가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VL탱커(초대형원유운반선) 운임은 지난달 초 3만3000달러에서 한달 사이 19만 달러로 오르면서 약 6배 상승했다. 이는 유가 하락으로 석유 물동량이 늘어나는 가운데 이를 실어 나를 탱커 선박은 부족해 운임이 급등하고 있어서다.

    현재 국제유가는 연초대비 약 60% 이상 하락해 20달러 수준까지 급락했다. 코로나19에 따라 원유 수요가 30% 줄어든데다 산유국의 감산 합의마저 실패하면서 유가가 최근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 것이다. 

    유가 급락으로 수요가 늘어나면서 탱커 운임은 폭등했다. 이에 따른 수혜는 해운업계로 이어졌다. 업계에선 장기적인 저유가 현상이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탱커 선사들의 수익성 향상과 주가 상승이 지속될 것이란 긍정적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탱커 선사들의 수익성은 전년 4분기에 순이익률 30% 수준으로 급격히 상승했다. 이처럼 이미 지난해 이란 제재로 탱커 운임이 오름세로 돌아선 만큼, 올해 탱커 선사들의 순이익률은 40%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해운업계와는 달리 조선업계에선 신중론이 대두되고 있다. VL탱커 수주 잔량은 60척으로 운항중인 선박량의 7%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조선업계도 탱커 발주량 증가에 대한 기대감을 품었으나 선주들이 기대에는 한참 못 미친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선 운임 급등이 VLCC 발주로 이어지기엔 무리가 있다고 보고있다. 선주 입장에선 현재 운임보다 인도 시점부터 20년 동안의 운임 흐름이 더욱 중요하다. 약 1년 반에서 2년 후에 인도를 받게 되고, 그 이후 해당 선박을 20년 이상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VLCC 운임 급등은 다소 투기적인 영향이 컸기 때문에 선주들이 단기적인 운임 급등만으로 발주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설명이다. 선주들이 결단을 내릴 결정적인 요인으로는 부족한 것이다. 

    유로화 환율도 변수다. 유럽 선주들은 달러 대비 유로화가 강세일 때 더 많은 달러 자산을 확보하게 되면서 발주여력이 높아진다. 그러나 최근 선주들이 선박 발주를 위해 참고하는 유로화 환율이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올해 초 VL탱커 발주량은 62척이 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아직까지 2척 발주에 머물고 있다. 업계에선 결국 VLCC 발주의 핵심은 석유 수요 회복으로 판단한다. 3월말 기준으로 VLCC 선복량 대비 수주잔고 비율은 7.6%로 역사상 최저점을 기록하고 있다. 

    배세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노후화된 선박의 교체발주까지 고려한다면 공급 측면에서의 공급과잉은 우려 사항이 아니라는 판단"이라며 "향후 코로나19 이후 수요 회복의 속도와 강도가 VLCC 발주를 결정하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