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에 힘 싣어 주는 SPC그룹… 승계구도 윤곽? 허진수 부사장 두번째 최대주주로 등극SPC "승계 작업 아냐"… 지주사 파리크라상 지분 변수될 듯
  • ▲ 허진수 부사장
    ▲ 허진수 부사장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장남 허진수 부사장에게 SPC삼립 보유 지분의 절반을 증여했다. 이에 따라 창업주 고 허창성 회장과 2세 경영인 허영인 회장을 이어 SPC그룹에 3세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는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PC삼립은 전날 허 회장이 장남인 허 부사장에게 회사 보통주 40만주를 증여했다. 금액은 전날 종가(6만6300원) 기준 265억원 규모다. 허 회장의 지분 증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허 회장의 SPC삼립 지분율은 9.27%에서 4.64%로 낮아졌고 허 부사장의 지분율은 11.68%에서 16.31%로 높아졌다. SPC삼립의 최대 주주는 파리크라상(40.66%)에 이어 허 부사장(16.31%), 허 회장 차남인 허희수 전 부사장(11.94%), 허 회장(4.64%) 순이 됐다.

    증여 이전까지 SPC삼립 지분은 허 회장과 허 부사장, 허 전 부사장이 각각 9.27%, 11.47%, 11.44%를 보유하고 있었다.

    허 부사장은 1977년생으로 연세대 졸업 후 미국제빵학교(AIB)에서 연수하고 2005년 SPC그룹의 지주회사인 파리크라상 전무 등을 지낸 뒤 2015년 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허 부사장은 그룹 내에서 글로벌 BU장 해외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특히 파리바게뜨가 해외 매장을 확대하는 데에 일조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파리바게뜨는 2004년 9월 중국 상하이에 첫 매장을 오픈, 미국, 베트남, 싱가포르, 프랑스 등 전 세계 주요 국가에 차례로 진출해 약 4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캄보디아에 현지기업과 함께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면서 동남아 시장 확대의 발판을 마련했다. 공식 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던 허 부사장이 협약식에 참석하면서 업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허 회장의 이번 지분 증여로 승계 구도의 윤곽이 나오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SPC삼립은 SPC그룹 계열사 중 유일한 상장사로 승계 구도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다만 지주회사 격인 파리크라상의 지분 감안하면 승계를 논하기 이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립식품 등 주요 계열사 지분 대부분을 보유한 파리크라상 최대주주(2018년 기준)는 허 회장으로(63.5%), 뒤를 이어 허 부사장이 20.2%, 허 전 부사장이 12.7%, 아내인 이미향 씨가 3.6% 등을 소유하고 있다. 60%가 넘는 허 회장의 지분이 장차남에게 어떻게 승계될 지가 관건인 셈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SPC삼립이 주가가 폭락하면서 주식을 증여해 절세 효과를 노렸다는 시각도 있다. SPC삼립의 전날 종가는 6만6300원으로 52주 최고가(14만원)와 비교해 52.6%나 급감했다. 상속세와 증여세법에 따라 세금이 부과되는 주식 가치가 증여일을 기준으로 앞·뒤 2개월, 4개월간의 종가를 평균해 정해진다.

    SPC그룹 관계자는 "단순 증여"라면서 "회사 경영적인 측면에서 볼 때 주식 증여를 한다고 해서 변동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