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워커힐호텔앤리조트 김치파트 김재학 조리장 인터뷰24회 분쇄 거친 고운 입자 고춧가루, 항아리 숙성 등이 특징 청와대 만찬 단골 김치… 깔끔한 맛으로 마니아층 입맛 사로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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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시대가 저문지 오래다. 특히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포장김치가 식탁에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고, 소비자들은 맛과 품질 측면에서 더욱 차별화된 김치를 원하게 됐다. 특급호텔이 김치 사업을 확대하는 이유다. 뉴데일리는 호텔 김치 3대장으로 불리는 롯데호텔, 조선호텔, 워커힐호텔 김치 담당자를 직접 만나 각사 김치의 특성과 사업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워커힐은 수 년간 연구를 통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깔끔한 맛의 수펙스 김치를 개발해 냈고, 이후 큰 국가적 행사 만찬 단골 메뉴로 활용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게 됐습니다."지난 26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로 소재 비스타 워커힐 서울 명월관에서 만난 워커힐호텔앤리조트 김치파트 김재학 조리장은 "워커힐은 예로부터 김치에 진심이었다"며 이같이 밝혔다.김 조리장은 2001년 워커힐 입사 이후 23년 가량을 식음업에 몸 담아왔다. 2018년 워커힐이 세컨드 김치브랜드 '워커힐호텔 김치'를 론칭할 당시 김치사업부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최근 김치사업부를 이끄는 조리장으로 승진했다.워커힐이 본격적으로 김치 제조에 나선 시기는 1989년이다. 호텔 내에 김치 연구소 '워커힐 수펙스(SUPEX) 김치 연구소'를 설립하고 5년간 김치 레시피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이후 1994년 수펙스 김치를 완성, 인허가 등 준비 과정을 거쳐 1997년 정식 판매에 돌입했다. 2008년에는 호텔업계 최초로 해썹(HACCP) 인증을 획득했다.김 조리장은 "수펙스 김치의 경우 프리미엄 김치 중에서도 최상급에 속한다"며 "식자재부터 조리과정, 숙성까지 최상의 맛을 유지하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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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펙스 김치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선홍빛이 고운 고춧가루 입자다.
김 조리장은 "일반 김치 공장에서는 약 12회 가량 분쇄과정을 거친 고춧가루를 사용하는데 반해 수펙스 김치는 24회 분쇄해 거의 밀가루 입자와 비슷한 크기의 고춧가루를 사용 중"이라고 설명했다.촘촘한 입자의 고춧가루를 사용해 김치 외형을 정갈하게 했고, 취식 시 치아 사이에 끼는 일도 미연에 방지했다. 청와대 만찬, VIP 행사 등에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김 조리장은 "다양한 젓갈을 사용하는 다른 김치들과 달리, 수펙스는 민물새우와 새우젓만을 사용하는 것도 특징"이라고 했다.일반 액젓은 무거운 맛을 내는데, 새우젓은 가볍고 깔끔한 맛을 내며 특히 민물새우의 경우 감칠맛과 개운한 맛이 강해, 수펙스 김치가 추구하는 자극적이지 않고 깔끔한 '서울 중부식 김치' 맛을 내는데 적격이라는 설명이다.깔끔한 맛을 위해 육수 재료도 최소화했다.
김 조리장은 "과한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기조"라며 "한우 양지 육수를 사용해 영양을 더하는 동시에, 불필요한 재료는 생략해 김치 맛이 무거워지지 않도록 했다"고 말했다. -
무엇보다 식자재 품질을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각별히 기울인다. 김 조리장은 "배추 등 주요 식자재 신선도를 파악한 후 조금이라도 상태가 좋지 못하면 전량 반품 후 다시 구매한다"며 "이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생산 중지까지 감행할 정도로 철저히 품질을 관리 중"이라고 밝혔다.균일한 맛을 내기 위해 식자재 상태에 따라 레시피를 조절한다. 그는 "계절에 따라 저장배추, 고랭지 배추 등을 매입한 후 바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김치를 담가보고 기존 레시피와 동일하게 사용할지, 배추 상태에 맞춰 염도, 절임과정 등 레시피를 수정할지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김치 연구소 내에서는 7여명의 셰프가 김장 중이다. 전 과정은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배추김치의 경우 격일로 300kg정도 생산하며 나박김치, 열무김치, 오이소박이, 깍두기 등 9개 김치는 재고 수량과 계절에 따라 생산량을 변동한다.김 조리장은 "김장 후 항아리 숙성을 거치는 것이 워커힐 수펙스만의 또 다른 특징"이라고 강조했다.그는 "항아리는 숙성과정이 느리고 기공을 통해 좋은 공기를 머금고 나쁜 공기를 배출하는, 일명 '숨 쉬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장점"이라며 "20kg 항아리에 배추를 담을 때 공간이 생기지 않도록 신경써야하고, 양 조절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발효도 잘 되고 맛도 최상으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고객은 항아리를 통해 원하는 정도로 숙성된 김치를 맞춤 구매할 수 있다. 워커힐은 현재 베이커리 르 파사쥬에서 김치 제품을 판매 중인데, 고객 요청이 들어올 경우 각기 다른 날짜의 김장 항아리에서 김치를 꺼내 포장해준다. 일명 '큐레이션' 서비스다.오랜 시간 김치사업을 전개해온 만큼 마니아층도 굳건하다. 올해 워커힐의 김치 정기구독·큐레이션 서비스 이용률은 지난해 대비 140.7% 늘었다. 수펙스 김치는 136.4%, 세컨드 브랜드 워커힐호텔 김치는 156%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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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힐에서 생산 중인 수펙스 김치는 현재 10종. 김 조리장은 "호텔김치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무리하게 라인업을 늘리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그는 "새 김치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레시피 개발은 기본, 인허가부터 직원 테스트, 고객 테스트까지 상당히 까다로운 과정을 거치게 된다"며 "신중하게 접근하려고 하는데, 저염 건강식 트렌드에 따라 양배추 김치를 추가 생산해보기 위해 테스트 과정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김 조리장은 "늘 고객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김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저염 트렌드에 따라 과거보다 김치에 사용되는 소금량을 줄이는 등 다양한 부분에서 신경쓰고 있다"고 밝혔다.또 "판로를 넓혀 고객들의 구매 편의성을 확대하는 방향도 논의 중"이라며 "현재 호텔, 자사몰, 컬리 등 일부 채널에서 판매 중인데, 홈쇼핑 등 채널과 판매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수펙스 김치는 해외로도 발을 뻗고 있다. 항공 배송을 통해 미국 한인마트 등에 김치를 수출 중이다. 베트남 등 타 국가와도 항공 배송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선박을 통한 수출도 계획하고 있다.김 조리장은 "수펙스 김치는 자극적이지 않고 깨끗한 중부지방 김치로, 간이 세지 않아 외국인들의 취식이 비교적 편하다"며 "수펙스 김치가 우리나라 김치의 표준이 돼,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이어 "개인적으로는 김치 명인에 도전하는 것이 꿈"이라며 "워커힐의 맛과 멋을 널리 알리기 위한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