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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코오롱티슈진의 최고임상책임자(CMO)가 인보사 성분이 변경됐다는 STR(유전학적 계통검사) 분석 결과의 심각성을 알리고, 즉각 대응할 것을 요청했으나 이범섭 전 코오롱티슈진 대표가 "인보사 가치를 해하는 자료를 모으지 말라"고 만류한 정황이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소병석 부장판사)는 16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와 코오롱생명과학·티슈진 법인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코오롱티슈진 주식 상장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권모 코오롱티슈진 재무총괄이사(CFO)와 양모 코오롱생명과학 경영지원본부장에 대한 4차 공판준비기일도 진행됐다.
검찰과 변호인 양측은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 사건에 관한 PT로 공소사실 관련 쟁점과 기본적인 입장에 대해 발표했다. 이날 검찰은 1시간, 변호인 측은 2시간 동안 PT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변호인 측은 5시간 이상 PT를 진행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이우석 대표가 과연 언제 인보사의 성분 변경을 인지했느냐다.
검찰은 이 대표가 지난 2017년 10월 인보사 2액의 세포 기원의 착오를 알게 됐으나 은폐하고 계속 인보사 허가 절차를 진행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변호인 측은 이 대표가 지난해 3월 인보사 세포 기원에 대한 착오를 알게되자 곧바로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이 대표는 2017년 10월18일 2액 세포가 GP2-293세포인 사실과 그 위험성을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이 대표가 인보사 성분 변경에 대해 인지했다는 근거로 내세운 것 중 하나는 지난 2017년 10월18일 거다얄 칼시(Gurdyal Kalsi) 전 코오롱티슈진 최고임상책임자(CMO)가 하얏트호텔에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저희 세포가 추가 조사를 해봐야 할지 모른다"고 언급했다는 것이다. 칼시는 2017년 10월경 코오롱티슈진의 상장을 위한 IR(기업설명회) 활동 목적으로 한국에 방문해 10월19일 출국한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범섭 전 코오롱티슈진 대표는 지난 2017년 9월27일, 이우석 대표는 2017년 10월8일경 칼시로부터 STR결과를 보고 받아서 그 의미와 중요성을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1년 반 동안 이를 은닉해 왔다.
지난 2017년 4월5일 코오롱티슈진의 연구원은 GP2-293세포의 유전자형이 HEK-293세포와 일치한다는 STR검사 결과를 수령했다. 같은해 9월23일 칼시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즉시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같은해 9월27일 이범섭 코오롱티슈진 대표는 칼시에게 "인보사 가치를 해하는 자료를 모으지 말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같은해 10월24일 코오롱티슈진 직원은 향후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 2액 세포가 GP2-293세포인 근거, 경위에 대해 작성해 칼시 등에게 메일을 발송했다. 그러나 코오롱생명과학·티슈진 임원진은 이에 대해 알고도 묵과했으며, 지난해 2월25일 이우석 대표는 이에 대해 다시 알고도 즉각 판매 중단을 실시하지 않았다.
변호인 측은 "이 대표가 2017년 10월 인보사 성분 변경을 인식했다는 검찰 주장의 유일한 근거는 칼시의 보고"라며 "정말 중요한 본질적 문제였다면 IR 활동까지 끝내고 출국 전날 식사 자리에서 잠깐 이야기했을까"라고 반문했다.
당시 칼시는 식사 서두에서 "우리 세포에 문제가 없을 수도 있는데 추가로 확인해봐야 될 것은 있을 수도 있다"는 정도로 모호하게 언급했기 때문에 이 대표로서는 문제를 인식하기 어려웠다는 게 변호인 측의 설명이다. 변호인 측은 "칼시가 어떤 방식으로 진술했는지는 칼시가 이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서 그날의 일에 대해 증언하면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우석 대표는 칼시와 식사를 한 다음날 이범섭 전 코오롱티슈진 대표에게 해당 이슈에 대해 문의했다. 이범섭 전 대표는 이에 대해 확인한 후 문제 없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이우석 대표에게 발송했다. 이에 이우석 대표가 구두로 문제가 없는지 다시 확인하자 이범섭 전 대표는 "문제 없다"고 답변했기 때문에 이우석 대표로서는 문제를 인식할 수 없다는 게 변호인 측의 주장이다.
변호인 측은 "이우석 대표가 (해당 문제에 대해) 보고받았다면 후속조치가 있어야 할텐데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이 대표가 2액 세포 기원 은폐에 관한 모의나 의사연락했다는 내용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2017년 STR검사 결과를 인지한 채 은닉하고 있었다면 이 대표가 2018년 말에 자발적으로 다시 STR 검사를 의뢰한 사실에 대해서는 상식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당시 코오롱생명과학은) 진상 파악에 몰두할 뿐, 은폐하려는 정황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변호인 측은 칼시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변호인 측은 "칼시는 2018년 중 학력·경력 위조, 인종차별 등의 문제로 해고됐다"며 "해고 당시 90억원 상당의 스톡옵션을 전부 몰취했으나 칼시는 어떠한 이의 제기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 주장처럼 칼시가 내부고발자라서 해고했다면 칼시도 스톡옵션 몰취를 이의 없이 수용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검찰은 칼시 진술의 신빙성을 깎아내리는 것에 대해 반발했다. 검찰은 "칼시가 학력을 속인 것 등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칼시의 이메일 등을 통해 사실관계는 확인됐다"며 "2017년에 주고 받은 이메일을 칼시가 조작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맞받아쳤다.
한편, 이우석 대표는 지난해 2월20일 약사법 위반, 자본시장법 위반, 보조금관리법 위반 등 7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