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료인력 확충으로 공공·지역의료 체계 기반 형성에 집중 의협, 단순 통계로 의대설립·인력 확충 시 의료공급체계 ‘과부하’ 20대 국회서 합의점 찾지 못한 ‘공공의대 설립법’ 재추진 촉각
  • ▲ 코로나19 방역 최일선에서 활동 중인 의사들. ⓒ연합뉴스
    ▲ 코로나19 방역 최일선에서 활동 중인 의사들. ⓒ연합뉴스
    해묵은 논쟁인 ‘대한민국 의사 수는 적정한가’에 대한 찬반양론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21대 총선에서 슈퍼여당으로 거듭난 더불어민주당의 보건의료 주요공약에 의대 정원 확대 및 조정 등이 내용이 담기면서 ‘의사 수 늘리기’에 힘이 실릴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의료계는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먼저 민주당은 이번 총선 당시 보건의료공약 중 ‘의료인력 확충으로 공공·지역의료 체계 기반 강화’를 목표로 내걸었다. 

    구체적으로 ▲의대정원 확대를 통해 필수·공공지역 의료인력 확보 ▲의과대학 정원 합리적 조정으로 의학교육의 질 향상 ▲의사과학자 육성으로 공중보건 위기대응 및 미래성장 동력 창출을 세부과제로 설정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진환자가 급증한 대구·경북 지역은 의료인력 부족으로 큰 위기를 겪었다는 점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이러한 주장에 근거가 실리기 시작했다. 

    실제로 대구·경북지역에는 4주 군사교육을 받지 않은 공중보건의사 742명을 긴급 투입했다. 군의관 역시 교육기간을 단축해 코로나19 감염병 대응업무를 맡았다.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의료인력난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의사 수 늘리기’에는 OECD 통계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2017년 기준 인구 1000명당 의사수는 한국이 2.3명으로 OECD 회원국의 평균인 3.4명보다 낮아 안정적인 의료서비스 제공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20대 국회 임기 내내 논의됐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던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법’이 재추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립공공의대 설립법안은 공공의료인력 양성을 위해 의사면허 취득 후 10년간 공공보건의료기관 복무를 조건으로 학비 등을 지원하는 국립보건의료대학을 설립하는 것이 골자다. 

    의과대학 입학정원은 2006년 이후 14년째 3058명으로 동결된 상태이기 때문에 공공의대 설립 등을 주장하는 시민단체의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사인력 부족은 양질의 진료를 어렵게 하고 공공의료 수행에 차질을 빚게 한다. 의사들은 높은 노동강도로 힘들고 환자들은 부족한 의료서비스에 불만족스러워한다”고 주장했다.

    ◆ OECD 통계의 함정, 오히려 ‘공급과잉’ 우려 

    의료계는 최근 총선과 맞물려 의대 증설이나 증원 등의 공약이 무분별하게 쏟아지고 있지만, 본질적 문제에 대한 접근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으로 반박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의사 수 부족, 진실 아닌 정치적 주장일뿐’이라는 내용의 분석 보고서를 내놓고 일련의 상황을 진단했다. 

    이에 따르면 OECD 의사 수 국가 간 비교에 허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의사인력 산정 기준이 국가별로 상이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미국이나 네덜란드, 호주 등에서는 의사인력 산정에 있어 전일근무자(FTE, Full Time Equivalent) 개념이 적용되는데 우리나라와 일본은 근무시간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인력기준을 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인구감소와 활동의사 증가율을 고려하지 않는 의대 증원은 공급과잉 등의 사회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활동의사는 이미 2017년 약 10만명을 넘어섰다.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 수는 1.9명으로 2012년 이후 소폭이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반면 활동의사 1인당 인구는 2012년 590명에서 2017년 523명으로 약 12%정도 감소했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보다 더 정밀한 의사인력 추계가 요구된다. 임상의사 인력이 매년 약 2500명씩 증가하고 있는데, 인력과잉이 다양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현행 저수가 체계를 유지하면서 의사만 추가 배출해 공급이 과잉되면 의사는 불가피하게 의료수요를 창출할 수밖에 없게 되고, 이는 국민의료비를 증가시키는 악순환으로 연결된다는 분석이다. 

    의료정책연구소는 “의대 신설이나 공공보건의료대학원 설립만으로 지역별 의료격차를 해소할 수 없다. 양적 증대만이 능사가 아니다. 기존 취약지 소재의 공공보건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의료의 질이 담보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고 의료인의 근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대입한다거나 단순 통계에만 의지해 의료인력 수급을 관리하면 향후 공급과잉으로 인한 부작용을 필연적으로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