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기식 다이소 입점 후폭풍 … 약사들 반발, 일양약품은 철수편의점 CU, 건기식 출시 목표로 실수요 모니터링제약업계 "아직 편의점 건기식 출시 아냐 … 약국 영업 영향 우려"
  • ▲ CU명동역점 진열대. ⓒBGF리테일
    ▲ CU명동역점 진열대. ⓒBGF리테일
    제약사의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이 다이소에 입점한 것에 대해 약사들이 반발하며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제약업계는 다이소는 물론 편의점, 마트 등으로 유통채널을 확대하는 전략에도 약사들의 반발이 확산될까 고심하는 분위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CU는 건기식 판매를 위해 실수요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CU명동역점은 건기식 판매 허가를 받고 제품 몇 종을 판매하고 있다. 건기식은 정부의 허가를 받은 곳에서만 판매할 수 있다. 현재 CU명동역점을 제외한 CU편의점에서는 판매하지 않는다. 

    CU명동역점에서만 테스트용으로 건기식을 판매하고 있음에도 제약업계는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에게 제약사가 편의점에서 건기식을 판매한다고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벌어진 '다이소 논란' 여파다. 일양약품, 대웅제약은 지난달, 종근당건강은 이달 다이소에 건기식을 출시했다. 입점 제품은 3000~5000원대로 기존 약국에서 판매되는 것과 비교하면 저렴한 수준이다. 저렴한 다이소용 제품 출시가 가능했던 이유는 기존 건기식 제품과 성분, 함량, 원산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또 1개월분 단위로 포장된 것이 특징이다. 

    소비자들은 저렴한 건기식에 환호했지만 대한약사회가 '건기식 유통 폐기'를 압박하고 일부 약사들은 해당 제약사에 대한 불매운동을 언급하기도 했다. 결국 일양약품은 다이소 입점 닷새만에 철수했다. 이 과정을 두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약사회의 법 위반 사항이 있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약사들의 거센 반발로 제약사들은 건기식이 아닌 제품의 편의점 출시마저 부담을 느끼고 있다. 배신자로 낙인찍혀 일선 주요 사업군인 일반의약품의 약국영업에 지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이소 입점 논란때문에 현재 편의점에서 건기식을 판매하는게 아님에도 제품 출시 등에 쏠리는 눈길이 부담스럽다"며 "이미 편의점에 건강식품이 판매되고 있는데 이는 편의점 입점 제품의 특성상 소포장 제품으로 약국보다 가격이 높다"고 설명했다. 

    제약사들은 이미 편의점에 건강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편의점에서는 비타민, 마그네슘 등의 성분이 들어갔지만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제품을 건강식품이라고 부르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을 거쳐야만 한다. 이에 제약사들이 편의점에 판매하고 있는 건강식품은 캔디류나 혼합음료 등에 속한다. 

    하지만 약사들의 반발이 거세자 제약사들은 일반 제품의 출시마저 주저하고 있다. 유통채널을 늘려 수익을 극대화하고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넓히는 것이 중요한데도 약사들의 포화를 피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에서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예를 들어 숙취해소제의 경우 약국에도 판매하지만 편의점, 올리브영 등 타깃고객이 자주 방문하는 유통채널에 입점하는게 매우 중요한데 다이소 논란이 생겨버린 현재 상황상 제약사가 유통채널을 넓히는 것 자체에 대한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소비자단체는 다이소 논란을 야기한 약사들의 반발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건기식은 의약품이 아닌 만큼 소비자가 자유롭게 구매할 권리가 있다"며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합법적인 유통이 제한되는 것은 공정한 시장 질서를 해치고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