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원 0명에 정원 0명 맞대응 봉합 전략 안갯속 … 무대응 일관'실손·간호법' 등 풀어야 할 숙제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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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의사협회(의협) 집행부의 행보에 비판론이 확산하고 있다. 1년이 넘은 의료대란 사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환자는 물론 내부에서도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꺼낸 2026년 '증원 0명'은 합리적 대안인데 이조차 거부하고 의대 신입생을 뽑지 말자는 '정원 0명' 주장은 젊은 의사(의대생, 전공의)에게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손보험이나 간호법 문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라고 입을 모았다.

    11일 시도의사회장 등 의료계 주요 관계자들은 "김택우 의협회장은 적절치 못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가장 시급했던 군대 문제도 그렇고 정작 논의해야 할 사안을 다루지 않는 모양새"라고 직격했다. 

    현재 군 미필 사직 전공의는 약 3300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들 중 군의관 630여명, 공보의 250명 등만 입대한다. 나머지 2400명은 최대 4년 대기의 시작을 거쳐야 한다. '입영 대기자' 신분으로 전락했다.

    지난해부터 이 문제는 의료계 내부에서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이에 따라 사전 대책이나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해결을 봐야 했다는 의료계 중론이다. 그러나 결국 대화 단절로 이어졌고 '낙동강 오리알'을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최근 정부는 의정 갈등 막판 대책으로 의료인력 수급추계위를 건너뛴 '증원 0명'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의료대란 피해를 받은 국민과 환자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의료계 친화적 접근법이었는데 이 역시 의협회장이 거부하는 입장을 취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지난 8일 전국광역시도의사회 회장단 비공개 회의에 참석한 김 회장은 "내년엔 의대생을 단 한명도 뽑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주요 인사들의 반론이 거셌던 것으로 확인됐다. 

    참석자 A회장은 "갑론을박이 아니라 제대로 업무를 하라고 지적했다. 아무리 일부 전공의를 등에 업고 회무를 본다고 해도 이 정도면 너무하지 않냐는 내부 불만이 쌓인 것"이라며 "급변화하는 시점에 결단력이 너무 떨어진다"고 했다. 

    그는 "사태를 풀기 위해 무엇을 얻고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 교통정리가 시급한데 관망만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전임 회장은 욕을 먹더라도 치열하게 발언은 했는데 이번엔 그것도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환자는 물론 젊은 의사를 비롯해 의료 생태계가 무너지는 가운데 1년 전과 동일한 입장을 고수하고 의대증원에만 함몰된 상태라는 분석이다. 때문에 정작 중요한 문제를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주요 비판 중 하나다.

    물론 김택우-박단 의협 체제는 그간 외면받았던 젊은 의사들의 입장을 반영하고 의대증원 해결을 위해 탄생한 것이어서 본질을 바꾸기 어렵지만, 지금은 적정 수준에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다. 

    실제 의대증원을 넘어 도덕적 해이를 빌미로 현장 의료진과 환자에게 직접적 피해로 이어지게 될 '실손보험 개혁'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론도 제시하지 못했고, 하반기 시행될 간호법 관련 '간호사 업무 범위' 논란 등 발등에 떨어진 안건이 산적하다.

    B회장은 "조만간 터질 것으로 예상되는 문제가 눈앞에 있는데 왜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박단 부회장의 입장만을 반영한 회무가 일선 의료현장에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소신발언했다.

    의료계 종주단체인 의협의 입장이 곧 사태 봉합의 열쇠다. 강대강 대치 국면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없다면 한걸음 물러서서 의료정상화를 위한 현명한 판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붕괴 직전에 의대 학장들이 증원 0명을 제안했고 정부가 수용한 것도 동일한 목표다.

    따라서 의협이 구체적 셈법을 제시하기 어려운 '의학교육 마스터플랜'과 정책적으로 불가능한 영역에 있는 '신입생 모집 중단' 등의 입장을 취할 것이 아니라 본격적 대화와 봉합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중론이다. 

    상황이 꼬일수록 환자들의 불안감은 커진다. 지방, 필수의료부터 무너지는 시점에 출구전략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환자단체 C회장은 "증원 0명은 죽음의 공포를 견딘 환자들에게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다. 이조차도 의협이 반대 입장만 밝힌다면 더는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것"이라며 "공을 넘기려하지 말고 이제라도 환자를 위해 노력해주길 간곡히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