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등 채권단 압박송현동 부지로는 양에 안 차… 다 내어줄 판허허로운… "매각 검토 중인 사업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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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이 기내식, 마일리지 사업 등 굵직한 ‘캐시카우’ 매각을 검토한다. 산업은행 등 조 단위 지원금을 내어준 채권단이 강도 높은 자구책을 요구하면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주요 사업부 매각을 검토 중이다. 물망에 오른 사업은 마일리지, 기내식, 항공기정비 등이다.

    대한항공이 실제로 매각을 추진할 경우 수조원 대의 현금을 융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그룹은 앞서 계획을 발표한 송현동 부지 등과 함께 사업부 매각을 추진해 채권단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기내식 사업부의 매각이 가장 순탄할 것으로 예상한다. 운항 정상화 시 가장 빠르게 실적을 회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1위 항공사로서 대한항공 자체 기내식 발주량도 상당해 인수자 입장에선 미래 가치를 충분히 높게 평가할 수 있다. 

    업계 내 비슷한 사례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수년 전 외국항공사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해 기내식 부문을 분리하고 현금을 확보했다.

    2018년 하이난항공과 세운 기내식 업체 ‘게이트고메코리아’가 그 예다. 현재 아시아나는 해당 업체 지분 39.94%를 가지고 있으며 상대방은 나머지를 갖고 있다. 일부 지분을 유지하며, 대다수를 외부에 매각하는 효과를 냈다.

    항공기 정비를 뜻하는 MRO(정비·수리·점검) 부문도 높은 몸값이 예상된다. 현재 대한항공을 제외한 다수 국내 항공사는 자체 정비 능력이 없어 정비 물량을 외부에 맡기고 있다. MRO 사업부를 갖춘 대한항공은 저비용항공사(LCC)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업계는 MRO 사업이 매물로 나올 경우 딜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인수자 입장에서는 연 2조원 대의 국내 항공정비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매각설이 나올 때마다 사모펀드 등을 중심으로 시장 관심도 뜨겁다. 지난해에는 한화그룹에서 대한항공 MRO 사업부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진다.

    가장 높은 가치가 예상 되는 것은 마일리지 부문이다. 대부분의 항공사는 신용카드 기반의 우수고객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카드사와 연계해 전용 카드를 발급하는 제도로, 이때 항공사는 카드사에 마일리지를 팔아 수익을 올린다.

    마일리지 사업 매각은 해외에도 사례가 많다. 에어아시아, 아에로멕시코 등 외국 항공사는 자사 마일리지 부문을 떼어내 지분을 매각한 바 있다. 꾸준한 현금창출이 가능한 만큼 시장에서 쳐주는 몸값도 높다. 마일리지 사업을 매각한 항공사 대부분은 수조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현재 대한항공 마일리지 부문은 ‘사업부’ 형식이 아닌 하위단계 소조직 형태로 편성돼있다. 실제 매각을 추진할 경우 외부에서의 독자 사업이 가능하도록 조직 개편 등이 선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지원 조건으로 자구노력을 전제한 만큼 확실한 가치를 지닌 매물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해당 사업들이 항공사 경쟁력과 직접 연관된 요소인 만큼 최대한 갖고 있으려는 듯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관련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송현동 부지 등 기존 언급한 매각 대상 외 추가 검토 중인 건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