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온라인수업' 美 판매량 '2배' 증가TV·스마트폰 패널 생산에서 모니터로 눈 돌려길어지는 코로나 속 지속 성장 가능성에 전략 변화
  • ▲ 듀얼 QHD 게이밍 모니터 'CRG9' 49형 ⓒ삼성전자
    ▲ 듀얼 QHD 게이밍 모니터 'CRG9' 49형 ⓒ삼성전자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며 디스플레이업계의 비주력 제품이던 '모니터'가 다시 조명받고 있다. 재택근무가 늘고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는 이들이 늘며 개인용은 물론이고 B2B용 모니터 판매에도 불이 붙었다.

    특히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모니터 판매가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어 길어지는 코로나19에 대비하기 위해 모니터 비중을 키우는 기업들도 확대될 전망이다.

    29일 미국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Research And Markets)에 따르면 지난 3월 첫주부터 둘째주까지 2주 동안 컴퓨터 모니터 판매량이 8만 대를 넘어서며 기존 판매량의 2배를 기록했다. 지난 3월 초에는 코로나19가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을 넘어 글로벌로 확산세를 키워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시점이다.

    같은 시기 B2B용 컴퓨터 모니터 판매도 급증세를 나타냈다. 이 시기 미국에서 판매된 B2B용 모니터는 40% 넘게 증가해 개인용 모니터와 더불어 판매량이 17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급작스런 성장세는 나타나지 않았던 모니터 분야에서 이처럼 판매량이 증가하며 국내 10대 수출품에 컴퓨터와 모니터, 노트북과 같은 품목이 다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컴퓨터와 모니터 이외에 프린터, 스캐너,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등 관련 부품을 모두 포함한 집계이긴 하지만 지난해 수출품목 10위권 밖으로 밀렸던 컴퓨터 제품이 9위에 올라 주목받았다.

    모니터의 이같은 깜짝 성장은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온라인 강의 수강 등이 늘어난 영향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세트 제품을 판매하는 PC업체들 뿐만 아니라 모니터용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기업들도 모니터 시장의 이례적 성장에 주목하는 한편 새롭게 사업 전략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그 간 디스플레이업계에서 모니터는 주력제품에서는 다소 벗어나있었다. 대형 패널에서는 TV가, 소형 패널에서는 스마트폰이 주력 제품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제조사마다 포트폴리오 구성에 차이는 있지만 국내업체들의 경우 TV용과 스마트폰용 패널의 매출 비중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모니터용 패널은 대게 TV와 스마트폰용 패널의 뒤를 이어 노트북용 패널과 비슷한 수준으로 생산되고 있다.

    수익성 측면으로도 TV나 스마트폰용 패널에 비해서는 부가가치가 크지 않은 분야로 취급됐다. 그런 까닭에 최근 들어서는 단순 PC용 모니터 보다는 게임에 최적화된 '게이밍 모니터' 시장에 보다 우선순위를 두고 공략하고 있던 현실이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로 개인은 물론이고 B2B용 PC와 모니터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삼성과 LG를 포함한 디스플레이업체들도 모니터 시장을 다시 들여다보게 됐다. 주요 시장인 미국 등 북미 뿐만 아니라 유럽으로까지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고 이번을 계기로 재택근무와 같은 유연한 근무형태가 자리를 잡고 PC 관련 시장이 지속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잘 나가던 TV와 스마트폰이 상대적으로 주춤한 판매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이들의 공백을 채울 대안책으로 모니터와 같은 PC제품에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다. 실제로 LG디스플레이는 모니터, 노트북 등과 같은 IT제품 패널 생산을 늘리기 위해 생산라인을 전환해 활용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전략은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에도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기존에도 B2B 모니터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었던만큼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변화된 시장 분위기에 대응코자 발빠르게 새로운 전략 구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