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2회 사업보고회 '하반기 1회'로 축소"올 상반기 보고회 없다"'수시 전략회의' 시대 열어...실용성 최우선 리스크 관리취임 3년차 맞은 구 회장 경영전략 수면 위로...'젊은 총수' 색채 더했다
  • ▲ 지난 2월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해 미래형 커넥티드카 내부에 설치된 의류관리기의 고객편의성 디자인을 살펴보고 있는 구광모 LG 대표 ⓒLG
    ▲ 지난 2월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해 미래형 커넥티드카 내부에 설치된 의류관리기의 고객편의성 디자인을 살펴보고 있는 구광모 LG 대표 ⓒLG
    올해로 취임 3년차를 맞은 구광모 LG그룹 대표이사 회장이 '실용주의'를 앞세운 새로운 경영전략회의를 도입한다. 상반기와 하반기에 나눠 진행하던 사업보고회를 하반기에 한번 개최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골자다. '코로나19'와 같이 예측하기 어렵고 변화무쌍하게 돌아가는 글로벌 경영환경에 보다 기민하게 대응하겠다는 구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정으로 보인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연간 두 차례에 걸쳐 운영하던 사업보고회를 올해부터 하반기에 한차례만 운영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LG그룹 관계자는 "회의체의 실용적인 운영 차원"이라며 "올 상반기 사업보고회는 별도로 실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 간 사업보고회는 구광모 LG그룹 회장 주재로 상반기에는 5월 경, 하반기에는 10월 경 개최됐다.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과 사업본부장 등 주요 임원들이 모여 지난해 사업 성과를 되짚어보고 올 한해 경영전략을 짜는 중요한 그룹 전략 회의로 이어져왔다.

    올해부턴 상반기 사업보고회 없이 오는 10~11월에 하반기 사업보고회만 예년처럼 치러질 방침이다. 하반기 보고회의 특성 상 올 한 해 사업성과를 점검하고 내년도 사업계획을 중심으로 그룹의 굵직한 현안에 대한 논의가 오갈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 외에도 미래 중장기 사업 육성을 위한 전략들도 중점적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올해 이처럼 상반기 사업보고회가 별도로 실시되지 않게 되면서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취소로 보기도 했지만 구 회장 주도로 경영전략 회의 방식 전반을 변화시키려는 시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정례적인 사업보고회 대신 수시 경영점검을 늘리겠다는 의도가 내포된 결정으로 풀이된다.

    LG그룹 관계자는 "급변하는 경영환경 변화로 수시로 계열사의 주요 전략방향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때문으로만 상반기 사업보고회가 취소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 했다.
  • ▲ 연초 공개된 구광모 LG 대표의 디지털 신년 영상 메시지 스틸 컷 ⓒLG
    ▲ 연초 공개된 구광모 LG 대표의 디지털 신년 영상 메시지 스틸 컷 ⓒLG
    구 회장의 의중대로 최근 기업들이 맞닥드린 글로벌 경영환경은 말 그대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수준으로 복잡해지고 있다. 지난해는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분쟁으로 국내는 물론이고 글로벌 IT업계가 경영 불확실성에 휩싸인 바 있고, 뒤이어 일본의 무역제재 이슈까지 터지며 당장 다음달, 다음 분기 경영 계획을 세우는데도 변수가 많았다.

    여기에 올해는 연초부터 코로나19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이 시작되며 시장을 분석하고 경영계획을 세우는 일 자체가 어려워졌다. 1분기 LG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비교적 선방한 실적을 거둔 가운데도 2분기 이후 수요나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해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던 것도 이 같은 상황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구 회장의 결론대로 경영환경을 수시 점검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시시각각 글로벌 거래선들과의 소통으로 시장 상황을 파악하고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사전에 점검해 경영 전략에 실시간 반영하는 방법이 지금으로선 최선으로 여겨지고 있다.

    LG그룹의 이번 결정은 당장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 속에 나온 자구책이긴 하지만 동시에 구 회장이 앞으로 그룹을 이끌어갈 큰 가치관을 대외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철저히 '실용주의'에 입각해 LG그룹의 큰 경영 밑그림을 그려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될 수 있다.

    구 회장은 선대 회장들의 경영 철학을 지켜가는 동시에 현 시대에 맞는 자신만의 철학을 더해 젊은 총수로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지난 2018년 고(故) 구본무 회장의 타계 이후 42세 젊은 나이에 총수 자리에 오른 구 회장은 지난해부턴 본격적으로 자신의 경영 색채를 드러내며 업무 효율성에 방점을 두고 빠른 의사결정을 실천하고 있다는 평가다.

    CEO를 중심으로 계열사의 주요 경영 결정을 내리는 체제를 이어가는 동시에 구 회장은 미래사업과 인재를 발굴하는 중장기적 경영 전략 수립에 집중하는 것도 특징 중 하나다. 구 회장은 취임 직후 각 계열사별로 미래사업 육성을 위한 펀드를 조성해 운영하며 빠르게 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데 중심 역할을 하고 있어 또 한번 효율적인 경영 체계를 다졌다고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