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라, 빅2 재고자산 3개월만에 6500억원 가량 순증부진한 실적에 잠재 위험요인… 재고평가손실 비용 높아질 듯일반판매도 지지부진… 기대에 못미칠 경우 막대한 손실 불가피
  • ▲ 싸늘한 인천국제공항 모습.ⓒ뉴데일리DB
    ▲ 싸늘한 인천국제공항 모습.ⓒ뉴데일리DB
    면세업계가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1분기 기준 재고자산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보다 대폭 증가하면서 재고 부담이 부쩍 늘어난 것. 입점 수수료를 챙기는 백화점과 달리 직매입을 통해 판매하는 면세업 특성상 이런 재고 부담은 향후 실적에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에서 일시적으로 면세 재고의 재판매를 허용했지만 이를 현실화 시키는 것은 적어도 하반기가 돼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8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주요 면세점의 재고자산은 순증 규모만 수천억원에 달한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지난 1분기 상품 재고자산은 총 1조313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32.5% 증가했다. 시내면세점 코엑스점, 제주점을 운영하는 롯데디에프리테일, 롯데면세점제주 등 국내 자회사와 해외 면세자회사를 포함할 경우 상품 재고자산은 1조6885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24.2% 늘었다.

    이는 호텔롯데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DD·사드) 사태로 적자를 기록했던 2017년 당시와 비교해도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호텔신라의 상황도 좋지 않다. 호텔신라의 1분기 말 기준 상품 재고자산은 9238억원으로 42.8%가 증가했다. 이미 호텔신라는 재고자산평가 과정에 재고자산평가손실충당금을 12억원 가량 반영해둔 상태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호텔신라 역시 2017년 사드 사태 당시 재고자산이 3554억원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증가 규모다. 

    신세계디에프와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면세부문의 재고자산이 독립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모회사인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의 연결기준 재고자산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미뤄 재고자산의 급증을 추정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1분기 중 2, 3월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하늘길이 막히고 하루 입국자 수가 1000명대까지 떨어지면서 막대한 재고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며 “재고의 유통기한은 물론이고 장기보관에 따른 훼손, 변질을 생각하면 향후 막대한 평가손실의 반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출국, 외국인 관광객 감소로 매출과 영업이익에 막대한 타격을 받고 있는 면세업계에서 막대하게 쌓인 재고는 그야말로 잠재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 분위기가 해소되지 않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재고 부담은 2분기에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면세업계는 정부가 처음으로 허용한 ‘재고 면세품의 일반판매’에 각별한 기대를 걸고 있지만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해외명품 브랜드과 이 재고 할인판매에 반대하면서 좀처럼 협의를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실제 일반판매로 풀리는 재고 물량은 중저가 패션, 잡화에 그치리라는 우려도 나온다. 만약 판매되더라도 할인 폭에 따라서는 대규모 재고평가손실 반영이 불가피하다. 일반판매시 부과받는 관세 등을 감안할 때 실제 가격할인 여력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 경우 면세업계의 커질 대로 커진 재고자산은 그야말로 ‘화약고’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이 초유의 위기를 맞아 사활을 건 다양한 해법을 논의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전망은 불확실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