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기자회견"철강제조는 포스코가, 물류는 전문업체에게 맡겨달라""물류 효율화 공감하지만, 결국 해운업 진출할 것"
  • ▲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포스코의 물류통합 계열사 출범을 반대하는 해운·물류업계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다.ⓒ뉴데일리 엄주연 기자
    ▲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포스코의 물류통합 계열사 출범을 반대하는 해운·물류업계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다.ⓒ뉴데일리 엄주연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해운업계가 포스코의 물류 통합법인 설립에 "상생 방안을 마련해달라"며 읍소했다. 포스코가 물류 효율화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자회사가 생길 경우 생존을 위한 사업 확대는 결국 필수라는 주장이다. 

    해운업계는 앞으로도 정부 부처를 비롯해 관련 단체 등을 통해 포스코의 물류 통합법인 설립 저지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55개 해양관련 단체·법인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는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포스코의 물류통합 계열사 출범을 반대하는 해운·물류업계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간담회는 해운업계의 극심한 불황을 대변해주듯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회원들이 포스코의 계열사 출범 반대를 위해 한자리에 모인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살아남기 위해서 이번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강무현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회장은 "해운업계 장기불황 여파와 코로나19로 극심한 어려움에 처한 해양산업계의 현실을 고려할 때 시기적으로도 매우 부적절하고, 상생 차원에서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면서 "포스코가 물류 자회사를 설립할 경우 해운뿐만 아니라 물류 생태계가 급속도로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류 자회사 설립은 포스코의 '기업시민' 경영이념과도 역행한다"면서 "이같은 결정을 철회하고, 해운·항만·물류업계와 함께 지혜를 모아 상생 방안을 마련해줄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포스코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물류통합 계열사 '포스코GSP(가칭)'의 출범을 공식화하면서 포스코GSP 설립은 각 계열사에 흩어져 있는 물류업무를 통합해 시너지를 내기 위한 작업일 뿐 해운·물류업 진출은 없다고 못박았다. 스마트인프라 구축 등을 통한 협력업체와 상생과 해운·물류업계의 생태계 강화도 약속했다.

    하지만 관련 업계는 이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포스코의 물류 주선업 진출이 결국 해운업으로의 진출로 귀결된다는 주장이다. 내부적으로 물류 전담 조직을 만들 수 있는데도 외부에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앞으로 해운업에 진출할 여지를 만들어놓기 위함이라는 관측이다.

    1991년 상법 개정으로 선박을 소유하거나 빌리지 않고도 누구든 화주와 운송 계약을 체결하면 운임 획득이 가능하게 됐다. 업계에선 포스코가 해운법상으론 해운업 진출이 아닌것이 맞지만, 상법상은 운임과 운송료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해운업에 진출했다고 보는 편이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영무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사무총장은 "포스코의 물류 자회사 설립에 지금까지 거래하던 해운·물류 회사들과의 의사소통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면서 "설사 의견을 나눴다고 하더라도, '슈퍼 갑'인 포스코가 일방적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대신, 을의 의사가 반영된 것은 거의 없지 않았나 싶다"고 꼬집었다. 

    업계에선 포스코의 물류 자회사 설립으로 인한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해운조합에 따르면 철강제품 운송량은 전체 화물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포스코가 물류 자회사를 설립하면 현재 6개 선사가 활용하고 있는 장기운송계약 체결도 불투명한 상태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최두영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철강제조는 포스코에게 물류는 전문 물류업체에게'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물류 질서를 지켜달라"면서 "소탐대실하지 말고 포스코는 국민기업으로서 진정한 제철강국의 위상과 품위를 지켜달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 산하인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은 이 문제를 한국노총에 공식 의제로 상정, 각종 노동단체와 연대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는 이번 입장표명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으로도 정부 부처를 비롯해 관련 단체 등을 통해 포스코와 물류 자회사 설립 관련 협의가 완료될 때까지 지속적인 대응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강무현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회장은 "물류 효율화를 추진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포스코가 자회사를 설립할 경우 생존을 위해서는 사업 범위를 확대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렇게 될 경우 해운·물류 쪽에 진출하게 되고, 이는 제 3자 물류를 육성하는 국가정책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는 지난달 28일 청와대와 정부, 국회에 포스코의 물류 자회사 설립을 반대하는 '해양·해운·항만·물류산업 50만 해양가족 청원서'를 제출한 데 이어 포스코 대표이사와 사외이사에게 우리나라 해운·물류생태계 보전과 상생발전을 위해 물류자회사 설립계획을 전면 철회해달라는 건의서를 냈다.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는 건의서를 통해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은 결국 해운업 진출로 귀결돼 해운산업 생태계를 취약하게 만들 것"이라며 "한국전력이나 가스공사와 같은 다른 대량화주가 해운물류산업에 진출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