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실패 상임이사 외 본부장 2명 추가 징계 예정마사회 "자체 징계위 준비중"… 솜방망이 처벌 지적도20년 넘게 연임한 회장 없어… 낙하산이 기강해이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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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회장을 비롯해 고위 임원직이 전문성이 떨어지는 낙하산으로 채워지면서 마사회의 기강해이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1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마사회 등에 따르면 지난 3월28일 마사회 상임이사 4명이 근무시간에 술을 마시고 노래방에 가는 등 1·2차에 걸쳐 음주·가무를 한 것으로 확인돼 징계 처분을 받았다.
연임에 실패한 상임이사 A씨가 함께 탈락한 B씨와 다른 2명의 상임이사를 불러 낮부터 술판을 벌인 뒤 2차로 노래방에 간 것으로 전해졌다. 재임용되지 못한 상임이사 C씨는 이날 동석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정부와 국민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며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안간힘을 쏟던 시기에 개인적인 이유로 근무시간에 음주·가무를 하고 직원사기 진작 용도의 업무카드로 술값을 긁었다가 국무총리실 복무감찰에 걸렸다.
농식품부는 조사를 통해 주동자인 A씨는 해임, 카드 등을 사용한 B씨는 직권면직을 각각 요구하고 나머지 인원에 대해선 마사회가 자체 징계하도록 통보했다.
그러나 추가 확인 결과 이날 술판에는 현직 고위간부 2명이 더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마사회는 이들이 일반 '직원'이라고 설명했지만, 농식품부 확인 결과 본부장급 직원(2급)으로 밝혀졌다. 마사회는 7개 본부를 두고 있고 일부 본부장은 상임이사를 겸한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대낮 술판에 총 6명의 고위급 간부가 참석했다. 연임에 실패한 A씨를 달래려고 대부분의 본부장이 근무시간에 자리를 비우고 노래방에 집결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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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이번 사안을 엄벌토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솜방망이 처분으로 흐지부지 덮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농식품부는 주동자인 A씨만 해임을 요구했을 뿐 B씨에 대해선 직권면직을 통보했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법)에 따라 임면되는 상임임원은 '해임' 말고는 따로 징계가 없다. 직권면직 처분을 받은 B씨의 경우 농식품부는 해임과 진배없다는 설명이지만, 일각에선 농식품부가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운법에서 정한 '해임'을 교묘히 피해 1500만원 상당의 퇴직금을 전액 받을 수 있게 용인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다른 2명의 상임이사에 대해서도 '경고' 수준에서 징계를 마무리했다. 연임이 불투명한 처지에서 상임이사에게 경고장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견해가 적잖다. 농식품부는 상임이사가 아닌 본부장 2명에 대해선 마사회가 자체적으로 징계토록 했다. 마사회는 농식품부로부터 징계 통보를 받은 지 열흘이 넘었지만, 아직 징계위원회를 열지 않고 있다. 마사회 관계자는 "징계위를 열려고 준비 중"이라고 했다. 징계수위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보통 상급기관에서 징계 지침을 전달하는 게 일반적이다. 경제부처 한 감사관실 관계자는 "통상 징계 통보 때 경징계·중징계를 나누고 비위 정도가 심하면 구체적인 징계수위를 가이드라인으로 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농식품부 관계자는 "마사회 인사규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징계양정을 정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딱히 지침을 주지 않았다는 얘기다. 농식품부와 마사회 일각에선 A씨를 꼬리 자르는 선에서 이번 사안을 무마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마사회 한 관계자는 "(다른 본부장들은) A씨가 호출해 불려 나간 것으로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마사회가 이번 사안이 세간에서 잊혀질 때까지 시간 끌기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일반적으로 징계처분을 통보하면 30일 이내 이의제기를 할 수 있고 재처분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징계결과 보고가 이뤄질 때까지 최장 120일이 걸릴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코로나19 '심각' 단계였던 지난 3월1일 기획본부장 등 고위간부가 골프 회동을 해 물의를 일으켰던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교통안전공단은 관련자 전원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다. 교통안전공단은 감사결과가 나오면 추가적인 징계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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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순 회장을 비롯해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들이 마사회 기강 해이를 부채질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은 "이번에 물의를 일으킨 A씨는 평소 김 회장을 회장이란 호칭 대신 '형님'으로 부르며 친분을 과시했다"면서 "친소 관계에 기반한 무능력 낙하산 인사와 기강해이가 만연해 있고 이 때문에 각종 내부 부조리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고 전했다.
마사회 한 관계자는 "회장은 외부에서 낙하산으로 내려온다"면서 "최근 20년 가까이 회장이 연임한 사례가 없다.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옷을 벗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상임이사도 연임 비율이 20~30% 수준"이라며 "이번에 문제 된 상임이사들도 지난 2년간 딱히 성과가 없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인) D등급(미흡)을 받을 게 유력하다 보니 오히려 연임하는 게 이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사회 상임이사 7명 중 최근 3명의 임기가 끝났고, 모두 연임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 사달이 벌어진 배경인 셈이다.
마사회 관계자는 "(김 회장이) 이번 사안으로 화가 많이 났다. 코로나19 사태로 사업장 문을 못 여는 상황에서 난감해한다. 스트레스로 몸무게가 4㎏ 빠졌다고 한다"면서 "(임직원에게) 또다시 이런 일이 생기면 알아서 하라고 엄포를 놓은 상태"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마사회 안팎에선 김 회장도 조직 쇄신의 목소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견이 많다. 김 회장은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본부 조직본부 부본부장을 지내고, 공공기관장으로 재취업에 성공한 사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