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점포 줄이고 허리띠 졸라맬 때 오히려 ‘점포 확대’면세점 위기에 시내면세점 인수 이어 공항면세점까지 진출연이은 신사업 발표… 재원 마련 위한 계열사 매각도
  • 최근 유통업계의 화두는 ‘위기’다. 수년간 소비가 줄어드는 경제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닥치면서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처지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를 ‘기회’로 삼으려는 노력도 지속되고 있다. 패러다임이 변하는 순간에는 늘 변화를 통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았다. 위기를 양분으로 기회를 찾는 유통기업들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외부 변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계획된 중장기 계획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의 말이다. 실제 현대백화점은 최근 폐점, 온라인 강화 일색인 유통업계에서도 단연 이질적인 존재다. 코로나19라는 거대한 악재에도 불구하고 예정된 아울렛 및 백화점의 신규출점이나 신규 사업 등의 확장, 공격적 투자를 지속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전략을 두고 ‘위기에 투자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은 다른 유통그룹과는 명백하게 다른 길을 걷는 중이다. 경쟁사인 롯데그룹이나 신세계그룹이 수익이 안 나는 점포를 폐점하거나 온라인 배송 중심으로 체질전환을 시도하는데 반해 현대백화점은 기존 사업의 강화, 확대에 방점이 찍혀있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6월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을 시작으로 오는 11월에는 남양주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아울러 내년 1월에는 현대백화점 여의도점(가칭) 오픈도 예정돼 있다. 3개의 대형 점포가 연이어 오픈하는 것. 

    특히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은 영업면적 8만9300㎡(약 2만7000평)에 달하는 서울지역 최대 규모의 초대형 점포로 첨단 유통 기술과 차별화된 MD전략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다. 
  • ▲ ⓒ현대백화점
    ▲ ⓒ현대백화점
    면세점 사업도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한 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확장 전략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하반기 두산이 철수한 면세점 사업장을 인수해 지난 2월 서울 동대문에 시내면세점을 추가로 연 데 이어, 최근엔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며 큰 변수가 없는 한 오는 9월부터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면세업계가 최근 코로나19로 전방위적 위기를 겪고 있음에도 과감한 확장전략을 택한 셈이다. 

    이 외에 온라인 강화 계획도 진행 중이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7월 신선식품 배송 전문 온라인몰 ‘현대식품관 투 홈’을 열 예정이다. 5000여 개의 현대백화점 식품관 제품을 통째로 집으로 배달해준다는 콘셉트로 새벽배송과 더불어 낮 시간에는 백화점 식당가 음식을 인근 지역으로 1~2시간 내 배송해주는 특화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가 위기에 대비해 투자를 온라인에 집중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중에도 현대백화점은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며 “경기부진과 코로나19 등으로 경쟁이 둔화되는 시점에 오히려 과감한 확장전략으로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포부로 풀이된다”고 평가했다. 

    이는 글로벌 자산운영사들의 교본 같은 투자이기도 하다. 다운 사이클이라고 하더라도 이후 회복 시기를 대비하지 않을 경우 미래 성장동력이 크게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가 바닥일지 알 수 없더라도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국내외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는 이유기도 하다.

    실제 이같은 현대백화점그룹의 움직임은 유통 분야 외에도 곳곳에서 나타나는 중이다. 계열사 현대그린푸드도 지난 3월, 케어푸드 전문 브랜드 ‘그리팅(Greating)’을 론칭하며 케어푸드 사업 확장에 본격 나선 상황. 패션계열사 한섬은 코스메슈티컬(기능성 화장품) 전문기업인 클린젠코스메슈티칼의 지분 51%를 인수하고 화장품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이에 대한 투자재원 마련을 위한 비핵심자산 매각도 진행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케이블TV 5위권의 알짜 계열사인 현대HCN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현대HCN 인수전에는 통신3사가 뛰어들면서 뜨거운 경쟁 양상을 보이는 중이다. 이 역시 투자를 위한 재원이다. 

    현대백화점 측은 “올해 안에 현대HCN 매각이 완료될 경우, 매각 대금을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에 재투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