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최소 50달러 돼야 일감 나올 것"글로벌 오일 메이져 20~30% 설비투자 삭감계약 취소된 드릴십 처분도 멀어져
  • ▲ 울산 신한중공업에서 카자흐스탄 텡기즈 유전으로 지난 2018년 5월 25일 출항한 대우조선해양의 원유생산 플랜트 첫 모듈. ⓒ대우조선해양
    ▲ 울산 신한중공업에서 카자흐스탄 텡기즈 유전으로 지난 2018년 5월 25일 출항한 대우조선해양의 원유생산 플랜트 첫 모듈. ⓒ대우조선해양
    한국 조선업계가 LNG(액화천연가스) 선박을 연이어 수주하며 상선 부문 일감 확보했지만, 조선업황 회복을 위해 꼭 필요한 해양설비는 여전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부진뿐만 아니라 산유국들의 증산 경쟁에 따라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저유가 악재로 인한 해양플랜트 일감 부족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1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오일 메이져들은 20~30%의 설비투자 삭감 및 구조조정을 결정했다. 이는 탐사와 최종투자결정(FID)이 임박한 사업들의 지연이나 중단을 의미한다.  

    실제로 호주 석유개발사 우드사이드는 브라우즈(Browse)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 FID를 내년 말로 6개월 연기하기로 했다. 노르웨이 국영석유사 에퀴노르도 캐나다 베이 두 노드 FPSO 프로젝트를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석유회사 쉐브론의 호주 잔스아이오(Jansz-Io) 프로젝트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진행하는 미얀마 슈웨3(Shwe3) 프로젝트 등은 FEED가 마무리되고 곧 입찰이 열릴 예정이지만, 이들도 사업 진행 여부를 고민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해양플랜트 사업 전망이 이처럼 어두워진 것은 저유가 영향이 크다. 해양플랜트 사업은 통상 유가가 최소 50달러로 회복돼야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현재 40달러 유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발주가 어려운 것이다. 

    조선 3사도 올해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단 한건도 수주를 달성하지 못했다. 지난 3월 현대중공업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와 장기공급계약(LTA) 양해각서(MOU)를 체결, 해상 유전·가스전 관련 사업에 참여할 자격을 얻게 됐지만, 수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최소 50달러선으로 올라가기 전까지는 해양설비 일감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로선 해양플랜트 업황이 매우 좋지 않아 발주도 줄줄이 지연되는 추세다. 수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불황에 따라 계약이 취소된 드릴십을 어떻게 처분할지에 대한 걱정도 남아있다. 드릴십 가동률은 올해 초 80%에 육박했으나 4월 초 기준으로 73%까지 낮아졌다. 국제유가 급락으로 해양유전 시추심리도 악화된데 따른 결과다. 

    현재 삼성중공업은 계약 취소 드릴십 5기를 보유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계약 취소와 인도 지연 드릴십을 보유한 상태다. 올해 초만 해도 재매각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업계 불황으로 드릴십 처분 문제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선 조선업의 회복을 위해서는 규모가 큰 해양플랜트 수주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조선부문에서 발주하는 물량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연간 수주 목표량 달성과 유휴인력 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해양플랜트 수주가 필수적이다. 

    박경근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유가수준에서는 추가적인 해양플랜트 개발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며, 진행 중인 해양 프로젝트들의 진행 가능성 역시 불투명한 상항"이라며 "유가하락으로 보유 중인 드릴십 등의 재고자산 평가손실 등의 가능성이 존재하기에 해양플랜트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