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용 국내 사업 철수 마무리반도체용 '폴리실리콘-고순도 과산화수소' 주력바이오 투자 등 사업다각화에 재무안정성도 탄탄
  • ▲ 서울 중구 소재 OCI 본사. ⓒ성재용 기자
    ▲ 서울 중구 소재 OCI 본사. ⓒ성재용 기자

    중국발 저가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공세에 손을 든 OCI가 제2의 도약을 위해 날갯짓을 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제조사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한편, 고순도 과산화수소 등 고부가 첨단소재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또 부동산개발, 제약·바이오 투자 등을 통해 사업다각화도 추진 중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OCI는 지난달부터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던 군산공장 설비 변경을 마무리하고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에 전격 돌입했다. 이 공장에서는 과거 시범적으로 소량의 반도체용 소재를 생산한 바 있지만, 설비 변경을 통해 라인 전체에서 반도체용을 만드는 것은 처음이다.

    최근 수율 조정 등을 거치면서 고품질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OCI가 군산 1공장에서 계획 중인 판매량은 올해 약 1000t에 달한다. 목표는 2022년 5000t가량을 판매하는 것이다.

    OCI는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등의 수요 증가로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수요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OCI 측은 "최근 국내와 대만에서 반도체용 폴리실리콘과 관련된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다"며 "3분기부터는 판매량이 현재보다 10~20%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수요는 태양광용에 비해 13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가격이 4배 이상 비싸 수익성이 담보된다. 대신증권에서는 제품 가격을 ㎏당 30달러로 가정시 1800억원의 매출액이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태양광 셀에 사용되는 폴리실리콘을 주력으로 생산했던 OCI는 지속적인 기술 투자와 원가절감 노력에도 중국발 물량 공세로 인해 2018년 하반기부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실적도 2018년 4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결국 2월 국내에서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대신 군산공장 설비 일부만 가동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꼽히는 반도체용 생산에 나서기로 했다. 태양광용은 원가경쟁력을 갖춘 말레이시아 공장에서만 생산하는 '투 트랙' 전략을 세웠다. 말레이시아 공장의 생산량은 연간 2만7000t 규모다.

    이어 3월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한 달여 만에 관련 절차를 매듭지었다. 군산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다수 인력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부 인력은 다른 공정으로 재배치했다. 희망퇴직 직원들에게 최대 20개월치 급여를 위로금으로 지급하는 등 가동 중단에 따른 사업재편 비용으로 785억원이 투입됐다.

    이와 함께 반도체·디스플레이 삭각, 세정에 쓰이는 고순도 '과산화수소' 생산에도 속도를 더해 반도체 소재기업으로 입지를 굳힐 계획이다.

    OCI는 국내 3위 과산화수소 생산업체로, 지난해 포스코케미칼과 손잡고 과산화수소 합작법인(JV)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대규모 증설에 나서면서 수요가 급증하는 시장 환경을 기회로 삼기 위해서다.

    JV는 7월 설립을 목표로 한다. 포스코케미칼이 51%, OCI가 49%의 지분을 갖는다. 전남 광양 내 4만2000㎡ 부지에 연산 5만t 규모의 생산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포스코케미칼이 원료로 제철 부산물을 공급하면 OCI가 수소를 추출해 전자급 고순도 과산화수소를 생산하는 구조다. 상업생산 시점은 2022년 하반기로 보고 있다.

    JV 관계자는 "7월까지 서류절차를 마무리하고 연내 착공할 계획"이라며 "아직 합작 법인명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 ▲ 지난 2월 민경준 포스코케미칼 사장(좌)과 김택중 OCI 사장이 고순도 과산화수소 생산 합작법인 설립 계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OCI
    ▲ 지난 2월 민경준 포스코케미칼 사장(좌)과 김택중 OCI 사장이 고순도 과산화수소 생산 합작법인 설립 계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OCI

    OCI는 이외에 미래 먹거리로 제약·바이오와 인천 학익동 부지에 부동산개발사업도 추진 중이다.

    우선 올 하반기 자회사인 DCRE를 통해 OCI 옛 공장부지인 인천 용현·학익 1블록 도시개발사업에 집중한다. HDC현대산업개발과 컨소시엄으로 총 154만㎡ 용지에 아파트와 단독주택 등 주거단지 1만3149가구와 업무·상업시설을 조성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상반기 착공에 나서 하반기 1차 분양(2100가구)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제약·바이오 부문에서는 성장성이 높은 벤처에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사업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OCI가 지분을 투자한 제약·바이오 벤처 및 펀드는 총 4곳이다.

    또한 부광약품과 50대 50 합작사인 비앤오바이오를 통해서도 투자를 진행 중이다. 직접적인 신약 개발보다는 유수의 바이오 벤처에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분산하면서 성장 가능성을 엿볼 방침이다.

    OCI 측은 "도시개발, 바이오, 첨단화학 등 차세대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며 "올해는 구조조정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각 사업 분야를 안정화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고, 내년부터는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신사업 진출을 위한 체력은 갖춰진 것으로 분석됐다. 태양광 폴리실리콘 부진 여파 등으로 영업현금흐름이 저하됐음에도 재무안정성을 꾸준히 유지한 덕으로 풀이된다.

    1분기 연결 기준 부채는 2조1278억원으로, 2015년 1분기 4조2939억원 이후 지속 감소하고 있다. 차입금 규모도 1조1649억원으로, 1분기 기준 직전 5년(2015~2019년) 평균 1조6453억원보다 줄어들었다.

    수익성 저하에 따른 자본완충력 축소로 부채비율(17.6%p)과 차입금의존도(5.88%p)는 전년대비 악화했으나, 수치는 80.0%, 43.8%로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보유하고 있다. 유동비율 역시 소폭 하락(-41.4%p)했음에도 200%대를 유지했다.

    송미경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단기적으로 포스코케미칼과의 JV 출자, 자사주 매입, 경상적인 유형자산 투자 등에 따른 자금소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운전자금 감소, 풍부한 보유 현금성 자산 등을 감안할 때 제반 자금소요에 자체적으로 대응 가능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유사시 종속기업 지분 매각을 통한 자금 조달 가능성, 상장사로서의 금융시장 접근성 등을 고려하면 재무적 융통성은 비교적 우수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이 본격화되고 말레이시아 공장 원가개선 작업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연말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전반적인 실적은 사업구조 재편과 코로나19 영향으로 부진하겠지만, 안정적 재무구조를 갖춘 만큼 펀더멘탈은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