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강화 및 주유소 확보수소 생산 등 미래 에너지 선도 정조준공유수면 추가 매립 등 신규 산단 부지 조성도
  • ▲ (좌로부터) 맹정호 서산시장, 양승조 충남도지사,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가 투자 업무협약을 맺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좌로부터) 맹정호 서산시장, 양승조 충남도지사,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가 투자 업무협약을 맺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오일뱅크가 업황 침체에도 공격적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설비 신증설에 나서는 한편, 주유소업계 2위 입지도 굳히기에 들어갔다. 다만 부진한 영업실적에 따른 재무안정성 저하로 공격적인 투자가 자칫 '악수'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오일뱅크는 자회사 현대케미칼을 통해 충남 서산시 소재 현대대죽1산업단지 67만㎡ 부지에 2조7000억원을 투입, 정유 부산물 기반 석유화학공장을 신설하는 투자협약(MOU)을 충남도, 서산시와 체결했다.

    현대오일뱅크는 현재 'HPC 프로젝트(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 에틸렌·프로필렌·폴리머 등 생산)'를 진행 중으로, 2021년까지 설비투자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간 폴리에틸렌 75만t, 폴리프로필렌 40만t을 생산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현대대죽1산단 82만㎡에 1900억원을 들여 공유수면 추가 매립, 신규 산단 부지를 조성하는 내용도 협약서에 담았다.

    이에 따라 현대오일뱅크는 서산에 총 2조8900억원을 투입해 공장 신설과 신규 산단 조성에 나서게 된다.

    향후 에틸렌·프로필렌 유도체, 고부가 윤활기유, 수소 생산 등 미래 에너지 산업 선도를 위한 부지 활용안을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정기보수를 마친 대산2공장에는 정기보수기간 동안 상압증류설비(CDU)와 중질유 탈황설비(RDS)를 증설하는 2480억원의 투자를 병행했다.

    증설에 따라 경질유 생산능력은 기존의 하루 10만배럴에서 12만배럴로, 저유황유(LSFO) 생산능력은 하루 5만배럴에서 6만7000배럴로 각각 늘어났다. 두 제품 모두 운송연료로 쓰이는 고부가 제품들이다.

    아울러 현대오일뱅크가 일본 코스모오일과 만든 합작사 현대코스모의 방향족(아로마틱스) 생산설비 효율화에 1000억원을 투자하는 계획도 정기보수와 함께 이뤄졌다.

    이달부터는 인수한 SK네트웍스 주유소 302곳의 영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현대오일뱅크는 1999년 한화에너지플라자 주유소 1100여개의 운영권을 인수해 업계 3위로 올라선 지 20년 만에 2위로 올라섰다. 인수에 따라 현대오일뱅크의 전국 주유소 수는 2500여개로, SK(3100여개) 다음으로 많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로 제품 공급 채널을 늘리면서 판매 안정성을 대폭 강화했다는 평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와 지정학적 요인에 크게 좌우되는 수출 시장에 비해 내수 경질유(휘발유·경유·등유 등) 시장은 수요 기반이 탄탄해 변동 폭 또한 작다"며 "이 같은 시장에 하루 2만배럴의 고정 공급 채널을 확보했다는 것은 안정적 판로를 확보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특히 인수 주유소의 절반 이상인 159개가 수도권에 포진하고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수도권 시장에서 경쟁사에 비해 열세였던 주유소 수가 기존 591개에서 750개로 늘어났다. 거주 및 유동인구가 절대적으로 많은 수도권 주유소 확보로 매출은 물론, 인지도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 충전기 등 차세대 수송용 연료 기반의 신사업이나 플랫폼 비즈니스 등을 선보일 가능성도 열리게 됐다. 현재 주유소 공간을 활용한 패스트푸드, 편의점, 창고대여 등 수익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여성안심택배, 무인도서 반납 등 민관협력 공익사업도 펼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이번 인수는 안정적인 판매 채널을 확보하고 수도권 권역의 영업망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주유소 수를 늘려 고객들에게 다양한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라고 말했다.

  • ▲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사장이 SK네트웍스로부터 인수한 서울 강남구 오천주유소를 방문, 일일 주유원으로 활동하면서 고객을 맞이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사장이 SK네트웍스로부터 인수한 서울 강남구 오천주유소를 방문, 일일 주유원으로 활동하면서 고객을 맞이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업계에서는 신증설과 주유소 인수 등 과감한 투자에 따른 자금 소요가 적지 않은 만큼 재무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정제마진 악화에 올 들어 국제유가까지 급락하면서 영업실적이 부진한데다 최근 5년간 투자지출 및 배당 등으로 재무건전성이 저하됐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석유제품 수요 감소와 유가 하락 등으로 1분기 영업손실 5631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에도 실적 부진이 이어졌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반기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지만, 1분기 손실이 너무 크다보니 완전히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원무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올 들어 유가 급락으로 대규모 재고 관련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점, 코로나19 확산으로 정제마진 및 석유화학제품 스프레드 약세 등 생산 제품 전반의 마진이 하락한 점 등을 감안하면 올해는 전반적인 매출과 영업이익이 상당 폭 저하될 전망"이라고 판단했다.

    송미경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연간 영업이익은 손익분기점에 머무르거나 적자를 다소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수년 동안 CAPA가 확대된 점을 고려하더라도 2014~2017년까지 보였던 견조한 실적 개선 흐름은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1분기 기준 차입금 규모(4조4356억원)가 2016년(2조2159억원)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나는 등 이 기간 부채가 4조6406억원에서 7조2828억원으로 56.9%증가했다.

    △석유화학 부문(현대케미칼) 설비 신설 △원유 및 고도화설비 용량 증대 △SDA(잔사유로부터 아스팔트를 제거하는 설비) 신설 △현대OCI 증설 투자 등으로 매년 7000억~8000억원 규모의 자본적 지출이 발생했고, 지주사의 재무부담 완화를 위해 매년 2500억~3500억원의 배당금도 지급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앞선 신증설 투자를 고려하면 연결 기준 투자소요는 올해 2조2000억원, 2021년 1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주유소 인수의 경우 총 인수금액 1조3321억원 가운데 현대오일뱅크가 부담한 금액은 668억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리츠 지분투자(500억원) 및 코람코자산신탁과의 임대차 계약으로 차입 부담이 커졌다.

    임대차 계약을 보면 연간 임대료는 370억원 선이며 책임임차 기간(10년) 동안 한 차례 임대료를 높이기로 했다. 상승률은 1.5% 선이다. 임대보증금은 30개월 치 임대료에 해당하는 924억원이다.

    권기혁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재무융통성과 유가 하락에 기인한 운전자금 감소 등을 고려하면 비교적 양호한 수준의 재무구조가 유지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실적 저하로 인한 현금창출력 약화가 예상되는 만큼 투자자금 지출과 외부 차입이 현금흐름과 재무안정성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