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지연, 체불임금 때문만은 아니다"타이이스타젯 보증 등 미충족 선행조건 많아포기? 조건 변경?… 이스타 역공에도 무덤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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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항공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 일가의 지분 헌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스타측은 곧바로 "제주항공이 응답할 차례"라며 역공에 나선 모양새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지분 38.64%의 헌납 방식과 내용도 구체적으로 결정된게 없는데다 벌써부터 실효성 논란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제주항공은 인수작업이 지연되는 이유가 체불임금 때문만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가장 큰 이유는 미충족 선행조건이며, 이것들이 해결돼야 양사가 합의해 딜을 종료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알려진 선행조건으로는 타이이스타젯의 보증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리스사와 타이이스타젯의 B737-800 항공기 1대 임차 채무에 준하는 금액의 보증 계약을 맺었다. 금액은 3100만달러 정도로, 이 보증 문제는 아직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항공은 주식매매계약(SPA)에 포함된 비밀유지 준수 조항 때문에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이외에도 아직 충족되지 않은 문제들이 남아 있다고 주장한다.

    즉, 이상직 의원이 보유 주식을 모두 헌납해 딜이 마무리 되면 그 돈으로 체불임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는 것은 대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체불임금은 기존 경영진과 대주주가 당연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인수작업이 늦어지는 것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분 헌납 관련해 이스타항공 측으로부터 공식적으로 통보 받은 것이 없다”며 “헌납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등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스타의 1분기 자본잠식이 -1042억에 달하는 형편에 대주주 지분 운운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평가 절하한다. 실제 전날 이스타 측은 헌납금액이 410억원 쯤이라고 밝혔지만 밀린 세금, 각종 비용 등 체불임금에 앞서 변제할 비용을 제할 경우 실제 금액은 30억 미만이거나 아예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또 대주주 일가가 진정성있는 모습을 보이려면 이스타 M&A 이행보증금으로 받은 115억 등 사재출연에도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른쪽에선 여전히 미온적인 제주항공이 딜 클로징 보다 M&A 무산이나 조건변경, 정부지원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하고 있다.

    전날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은 "당초 내걸었던 M&A 약속을 확실하게 이행해 달라"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되면, 제주항공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한편, 이스타홀딩스는 올해 3월 보유 중인 이스타항공 지분 51.17%를 545억원에 제주항공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이스타홀딩스가 보유하던 이스타항공 주식 전량 39.64%와 기타 주식을 합친 물량이다.

    이 가운데 1%는 매각이 불가능해 실제로 이상직 의원과 자식들이 헌납할 보유 지분은 38.64%이다. 이상직 의원의 형인 이경일 전 이스타항공 회장의 회사 비디인터내셔널도 이스타항공 지분 약 7.49%를 보유 중이지만, 이번 지분 헌납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스타홀딩스는 이상직 의원의 아들이자 골프선수인 이원준(99년생)씨와 장녀 이수지(89년생)씨가 각각 66.7%, 33.3%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김유상 이스타항공 경영관리실장(전무)은 “38.64% 전체를 이스타항공에 헌납하는 것”이며 “지분 가치는 410억원으로, 향후 제주항공과의 협의 및 법률 자문 등을 통해 체불임금 해결에 사용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 여파로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월부터 5개월째 1600여명의 체불임금이 250억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