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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범 사장이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형제간 경영권 분쟁설에 휘말리고 있다. 하지만 안팎의 녹록치 않은 경영현실을 감안할 때 외려 형제경영 강화로 위기 극복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타이어 업계는 수년간 지속된 완성차 업계의 부진과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잇따르는 공장 셧다운, 수요 위축, 미국의 반덤핑관세 부과 움직임 등 모두 만만치않은 난제들이다.
그나마 최근 현대차와 화해무드가 조성되면서 실적 반등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자칫 경영권 분쟁이 빚어질 경우 모멘텀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인다.
실제 한국타이어는 최근 몇 년간 영업이익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 7934억원에서 2018년 7026억원, 지난해에는 543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24.7% 감소한 106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신차용 타이어(OE), 교체용 타이어(RE) 수요가 모두 급감한 탓이다.
공장 셧다운 등으로 전반적인 경영 환경이 악화된 것을 감안하면 2분기 실적은 더 암울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3.9% 감소한 593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를 비롯한 모든 계열사 임원 100여명이 5월부터 급여 20%를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상무부가 한국산 타이어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미철강노조(USW)가 지난 5월 미국 상무부와 국제무역위원회(ITC)에 한국, 대만, 태국, 베트남 등에서 수입하는 타이어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달라고 제소했고, 미국 상무부가 조사에 들어갔다. 자칫 반덤핑 관세를 부과 받으면 수출 경쟁력에 큰 타격을 받게 돼 대처도 면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현대차그룹과 다시 조성된 화해무드를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협력 체계로 만드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한국타이어는 2015년 현대차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에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했다. 하지만 타이어 편마모에 따른 진동과 소음으로 대규모 리콜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책임 소재를 놓고 갈등을 벌인 바 있다. 이후 현대차는 제네시스에 한국타이어를 비롯한 국산 타이어 장착을 배제시켰다.
현재도 제네시스 라인업에는 외국 브랜드만 신차용 타이어로 장착되고 있다.
GV80에는 19인치(피렐리), 20인치(미쉐린), 22인치(미쉐린) 타이어가 장착된다. 이외에도 G70에는 17인치(브릿지스톤), 18인치(브릿지스톤), 19인치(미쉐린) 타이어, G80에는 18인치(피렐리), 19인치(콘티넨탈), 20인치(피렐리) 타이어, G90에는 18인치(미쉐린), 19인치(콘티넨탈) 타이어가 장착된다.
이런 가운데 모처럼 희소식이 들렸다. 지난달 17일 한국테크놀로지그룹과 현대차그룹이 충청남도 태안에 건립될 아시아 최대 ‘한국타이어 태안 주행시험장’에 ‘현대차그룹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를 건립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1970년생으로 초등학교 동창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조현식 한국타이어 부회장이 직접 협약식에 참석해 양사간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2021년 상반기에 준공 예정인 한국타이어 태안 주행시험장은 부지면적이 축구장 약 176개 크기인 126만㎡(약 38만평)에 달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이다.
현대차그룹의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는 한국타이어 태안 주행시험장 내에 고객경험에 특화된 주행체험 시설과 고객 전용 건물을 추가로 건설해 2022년 상반기에 개장할 예정이다.
양사의 협력 분위기가 궁극적으로 제네시스 라인업에 다시 한국타이어가 신차용 타이어로 장착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결국 이런 상황들을 종합해보면 한국타이어는 형제간 갈등보다는 협력과 단합이 절실하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