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부터 이중문… 신용카드 인증 및 CCTV 얼굴 인식 후 입장 가능신용카드 및 핸드페이로 간단하게 계산 완료신용카드 없는 미성년자 이용 힘들듯…자녀 입장 힘들다는 한계도
  • ▲ ⓒ코리아세븐
    ▲ ⓒ코리아세븐
    흔히 무인시스템이라고 하면 불편함, 허술함과 등치되는 단어로 생각된다. 사람이 하면 간단한 것을 무인 시스템에 적용하면 오히려 불편해지고 허술해질 것이라는 선입견이 든다. 이 때문에 무인편의점의 등장은 늘 불편함, 허술함에 대한 우려와 함께 했다. 

    그런 의미에서 코리아세븐이 새롭게 선보인 무인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3.0’은 새로운 무인편의점의 미래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간편하고 쉽지만 동시에 무인편의점이 갖는 보안의 허점을 보완했다는 점이 기존 무인편의점과 차별점이다. 

    1일 오픈한 무인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DDR(Dual Data Revolution)점’을 직접 방문해봤다. 
  • ▲ 시그니처 DDR점에 배치된 담배자판기.
    ▲ 시그니처 DDR점에 배치된 담배자판기.
     “신용카드를 대 주세요.”

    코리아세븐이 새롭게 선보인 미래형 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3.0’ 매장 입구에서 들을 수 있는 안내 멘트다. 이 무인편의점은 입장부터 철저한 보안 시스템과 만나야만 한다. 신용카드 및 엘포인트(L,POINT), 핸드페이가 없으면 입장 자체가 불가능하다. 

    신용카드를 대고 나서야 입구의 자동문이 열린다. 이어 마주하는 2차 관문은 지하철 개찰구처럼 생긴 자동문이다. 여기에서 서서 CCTV에 얼굴을 인식하고, 버튼을 눌러야만 문을 열 수 있다. 천정에 설치된 화면에 얼굴이 비춰진다. 

    이 일련의 입장과정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여기에서 계산 없이 물건을 가져가면 신용카드와 CCTV 안면인식 시스템을 통해 인식된 신원이 바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3.0’이 보완을 대폭 강화한 것도 바로 이런 대목이다. ‘무인경비시스템’도 갖춰져 있어 화재, 기물파손(유리 등), 이상소음 등 점포에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경비업체가 5분내 출동해 확인하며, 경영주에게도 즉각 알람이 간다고 한다. 

    사실 무인편의점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바로 '보안'이었다. 사람이 지키고 있어도 도난 사건이 종종 벌어지는 상황에서 무인 편의점은 그야말로 무법지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꾸준히 있어왔다. ‘시그니처 3.0’은 이런 우려를 가장 합리적으로 해결했다는 평가다. 

    매장에 들어서자 천정에 설치된 10개의 CCTV가 눈에 띈다. 화면은 매장 내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고해상도 CCTV가 매대를 지키면서 고객의 손길을 하나하나 바라본다. 

    재미있는 것은 바닥에 설치된 총 54개의 다목적 ‘전자인식 셀(Electronic Cell)’이다. 바닥을 밟을 때마다 불이 들어오는 방식이다. 단순히 고객의 동선을 확인한다는 의미 외에도 시각적인 재미를 주는 것이 재미있는 지점이다. 이 고객의 동선은 데이터로 축적돼 빅데이터로 활용된다고 한다. 

    이날 ‘시그니처 DDR점’은 유인시스템으로 운용됐지만 무인 시스템을 이용해보기로 했다. 흔히 매장에 사람이 없으면 구매가 힘든 담배는 자판기로 구매가 가능하다. 대형 화면에 제품을 바로 선택할 수 있어 첫 이용이었음에도 구매는 간편했다.

    다만 담배의 구입은 성인확인이 필수적이라 핸드페이로만 구매가 가능하게 했다. 핸드페이는 손바닥의 정맥 인증으로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하게 한 롯데카드의 결제 시스템이다. 롯데카드센터에서 본인인증을 한 뒤에 등록이 가능하다. 

    무인 계산대에는 AI 결제로봇 ‘브니’가 자리하고 있다. 커피음료를 들고 가니 곰의 모습을 한 로봇이 친절하게 절차를 화면에 띄워준다. 신용카드나 엘포인트, 핸드페이를 통해 결제할 수 있다. 바코드를 하나하나 인식하자 “2+1 상품입니다”라는 메시지도 충실하게 들려준다. 

    빡빡해 보이던 입장과 달리, 결제는 간편하고 편안했다. 오히려 종업원과 대면할 필요가 없는 것이 장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별도의 질문이나 궁금증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심플했기 때문이다. 
  • ▲ AI결제로벗 '브니'.
    ▲ AI결제로벗 '브니'.
    앞으로 ‘시그니처 3.0’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일행이 있을 경우 일일이 입구에서 신용카드 인증을 하며 입장해야 한다는 점이 그렇다. 인증 후 한번에 두 명 입장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보니 신용카드나 엘포인트, 핸드페이가 없는 자녀와의 입장은 곤혹스럽기 쉽다. 자녀가 어리면 안고 입장하면 된다고 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 쯤 되면 그러기도 힘들다. 당연히 미성년자가 간식을 사기 위해 ‘시그니처 DDR점’을 방문하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그니처 3.0’은 편의점 점주들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될 것 같다. 안전하게 점포를 비울 수 있고 상대적으로 인건비 부담이 큰 심야나 주말에도 보안에 대한 걱정 없이 점포를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세븐일레븐은 ‘시그니처 DDR점’을 평소 유인시스템으로 운용하면서 심야에는 무인시스템으로 운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