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의료이용 추이 분석… 문케어 이후 쏠림 가속화 無의료계, 주요 통계로 이미 쏠림 현상 증명 ‘면피용 연구’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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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강화 정책이 시행된 이후 ‘대형병원 환자쏠림’ 현상이 가속화되지 않았다는 연구가 나와 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건강보험 통계 등 일련의 자료에서 빅5병원을 중심으로 상급종합병원 진료비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가 드러나고 있는데, 현 정부 정책의 실효성을 입증하기 위한 과도한 해석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의료이용 추이 모니터링 현황 분석’을 주제로 진행된 자체 연구를 통해 “2017년부터 시작된 문케어 이후 대형병원에 환자 집중현상이 심화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내용은 내부 발간 자료인 ‘HIRA 정책동향’에 실렸다. 

    이 연구의 핵심은 외래 및 입원환자가 대형병원을 방문하는 비율이 높아졌지만, 경증환자는 줄고 중증환자가 늘었기 때문에 올바른 방향성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전체 외래 진료 중 의원급 기관의 점유율은 2008년 대비 2019년 5.9% 감소했지만 상급종합병원의 외래 내원일수 점유율은 2008년 4.3%에서 2019년 5.7%로 늘었다. 

    입원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의 입원일수 점유율은 증가 양상이 두드러졌으며, 의원의 입원일수는 감소했다. 

    하지만 심평원 측은 “경증질환 관련 외래와 입원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부적절한 환자집중 현상이 완화됐다”고 밝혔다. 

    52개 경증질환을 통해 외래 경증질환 진료 점유율을 분석한 결과,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종합병원급 이상 기관들의 점유율이 2008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는 것이다.

    특히 2017년을 전후로 상급종합병원의 경증질환 외래 진료 감소 추이와 중증 입원 환자 비중 추이에 큰 변화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상급종합병원의 진료비 비중이 높아진 것은 전문진료질병군, 즉 중증 질환 관련 입원 비율이 올라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문진료질병군의 평균값은 2015년 32.7%에서 2019년 41.1%로 상승했으며, 최소값 역시 22.8%에서 27.7%로 점차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심평원 측은 “상급종합병원 이용 환자의 구성 상태를 관찰하면 중증 입원환자의 비중이 증가하는 등 의료적 필요에 의한 환자집중은 발생했으나 경증환자는 줄어 부적절한 의료행태가 개선되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 의협, “가속화된 쏠림현상 방어 위한 면피용 연구에 불과” 

    심평원의 주장과 달리 통계상 대형병원 쏠림 가속화는 이미 기정사실화된 상태다. 단기간 내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의료전달체계의 왜곡된 현실로 받아들여지는 보건의료 정책상 주요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건강보험 주요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총 건강보험 진료비는 86조4775억원인데, 상급종합병원이 15조1998억원을 차지했다. 이는 전체 진료비 점유율의 17.5%를 차지하는 수치다. 

    특히 빅5병원의 급여비는 지난해 4조2341억원으로 전년 대비 6.6% 증가했다. 상급종합병원 전체의 35.4%, 전체 의료기관(약국제외)의 8.1%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 심평원의 연구자료가 나오자 대한의사협회 측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의협 관계자는 “심평원이 대형병원 쏠림 가속화 문제를 현 정부 탓으로 돌리기 싫어 면피용 자료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쏠림현상은 과거부터 지속됐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으며 동네의원의 붕괴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본질적 문제를 감추지 말고 현실을 드러내고 개선방안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에 경증환자를 가지 못하고 하는 등 국민 선택권의 제한이 있어야 이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점을 숨겨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