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임시대의원대회서 고통분담 없이 임협 요구안 확정사측, 2분기 실적급감에 해외 수요회복 불확실성까지 '한숨'올해는 코로나19 극복과 미래차시장 주도권 잡을 갈림길
  • ▲ 현대자동차 노조가 22일 울산 북구 현대차 문화회관에서 올해 임금협상 요구안을 확정하는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있다.ⓒ연합뉴스
    ▲ 현대자동차 노조가 22일 울산 북구 현대차 문화회관에서 올해 임금협상 요구안을 확정하는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있다.ⓒ연합뉴스

    현대차 노조가 올해 임금협상을 놓고 벌써부터 사측과 이견을 보이고 있어 향후 난항이 예상된다. 코로나19로 인한 해외판매 부진과 미래차 준비에 동분서주하는 사측과 달리 노조는 고용안정과 임금인상 카드를 꺼냈기 때문이다.

    2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지난 22일부터 이날까지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2020년 임금협상' 요구안을 확정했다.

    문제는 시작부터 노사간 현실 인식과 위기극복의 방법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노조 집행부가 마련한 초안은 고용안정을 위해 해외 추가 생산 물량을 국내로 전환하고, 고용안정기금을 마련해 완전 고용 보장을 위한 노사간 사회적 합의를 마련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임금 관련해서는 기본급 월 12만304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을 추진한다. 이는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의 결정을 따른 것이다.

    노조는 대부분 원안대로 임협 요구안을 확정했다. 이를 향후 사측에 전달하고, 내달 13일부터 교섭을 시작해 추석 이전에 타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신중하게 추이를 살피는 모습이다. 노조로부터 공식적인 요구안을 통보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려스러운 것은 현실과 미래가 낙관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일단 이날 발표된 2분기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현대차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2.3% 감소한 5903억원을 기록했다. 예상보다 내수실적이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물론 해외에서의 현지 판매와 수출이 급감한 것은 악재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수요를 위축시켜 향후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는 것이 사측의 가장 큰 걱정거리이다.

    게다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미래차 시장을 준비하는 것도 사측의 최대 고민 중 하나이다. 이를 위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두 차례 회동을 갖고 긴밀한 협력 관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LG그룹 구광모 회장과 SK그룹 최태원 회장과도 릴레이 회동을 하면서 이른바 'K-배터리 연합전선'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전기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테슬라의 독주를 막고, 미래 친환경차 더 나아가, 미래 모빌리티 주도권을 잡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는데 가장 중요한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중요한 시점에 노사간 교섭이 장기화되거나 협상이 결렬돼 파업 등 생산차질이 초래된다면 '골든타임'을 놓칠 것이란 관측이다.

    반면 현재 노조 집행부가 온건 실리파인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처럼 올해도 긍정적인 합의 도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나온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기본급 4만원 인상, 성과금 150% 및 일시금 300만원,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에 합의했다. 8년 만에 파업 없이 교섭을 끝내면서 상생의 좋은 사례가 됐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난해 수준에서 노사가 위기극복을 위해 대타협에 나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임금인상 요구안은 금속노조의 지침이고, 다음달부터 현대차 노사가 본격적으로 교섭을 시작하면 그 간극을 좁힐 가능성이 크다”며 “만약에 이견이 너무 커서 교섭이 장기화되면 올해 실적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