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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잇따르면서 은행들이 수탁은행 자리를 기피하고 있다.
사모펀드 수탁사는 특례조항에 따라 자산운용사의 자산을 보관‧관리하는 정도의 역할을 맡아왔는데 사모펀드 불법행위가 터지면서 수탁사의 ‘관리자 의무’ 등 감시책임이 대두된 탓이다.
은행들의 방어태세가 자산운용업계의 신규펀드 조성 위축으로 번지면서 금융소비자의 상품 선택지가 줄어드는 등 연쇄파동이 일고 있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간 국내 사모펀드 자금 4조9225억원이 빠져나갔다.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신뢰가 곤두박질치면서 자금 역시 쪼그라든 것이다.
사모펀드 판매사이자 수탁은행을 맡아온 은행입장에서는 사모펀드가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그동안 수탁은행들은 자본시장법 제247조(운용행위감시 등)에서 규정한 신탁업자의 감시의무 특례를 적용받았다. 덕분에 투자재산 평가의 공정여부와 기준가격 산정 적정여부, 투자설명서 위반 확인과 시정 요구 등 감시 의무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러나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환매 중단으로 수탁사(하나은행)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어지고, 수탁사로서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해야하는 선량한 관리자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은행 관계자는 “사모펀드 수탁에 대한 수수료도 적은 편인데 사모펀드 리스크까지 떠안게 되면서 은행들이 신규 수탁업무를 거절하는 추세”라며 “은행들의 수탁업무 속도조절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부실관리 책임을 수탁은행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운용사에 대한 수탁사의 감시의무를 강화하는 행정지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수탁사는 월 1회 이상 펀드 자산보유내역을 점검해 특이사항이 발생하면 판매사에 통지하고 금감원에 보고해야 한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사모펀드 시장 침체와 자산운용업계의 신규 사모펀드 결성을 가로막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탁은행의 외면으로 자산운용업계가 사모펀드 수탁 설정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금융소비자들은 투자상품 선택지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은행들이 수탁업무를 맡더라도 현행보다 수수료를 높일 가능성이 높은데 결국, 고객의 투자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