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면세 시장 정부 지원 업고 확장… 세계시장 노려하이난 면세 중심지 부상… 중국 내국인 수요 몰려국내 면세업계, 따이공 의존도 높아 "타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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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면세점 업계가 삼중고에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정책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과의 힘겨운 경쟁에 더해 국내 규제까지 겹치면서다.5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1130억 원으로 전월(1조179억 원)대비 9.3% 증가했다. 올해 면세점 매출은 지난 4월 1조원 미만으로 떨어졌다가 5월부터 두 달 연속 증가세다. 이는 중국 대리구매상인 따이궁들이 활동을 재개한 영향으로 풀이된다.다만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매출은 반 토막이 났다. 지난해 6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9571억 원으로 2조 원에 육박했다.업계 한 관계자는 “공항 면세점은 어렵지만, 시내 면세점은 중국 따이궁들로 인해서 매출이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 한국 화장품을 찾는 고객들이 꾸준히 있어서 최악의 상황은 모면한 상황이다. 하지만 인건비와 임대료를 생각하면 손실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이 따이공들을 중국 정부가 하이난성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중국 최남단에 위치한 면적 3만5000㎢의 섬인 하이난성을 자유무역항으로 육성 중이다. 내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면세 권역으로 면세한도와 종류도 확대했다. 코로나로 해외여행 제한을 받은 중국인들이 하이난으로 몰리는 이유다.1명당 연간 면세 쇼핑 한도를 기존 3만위안에서 이달부터 10만위안(약 1720만원)으로 늘렸고 한 번 방문하기만 하면 6개월 동안 온라인 면세 혜택도 누릴 수 있게 했다. 주요 명품 브랜드들도 반중 정서가 강한 홍콩 대신 하이난성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문제는 중국 면세점과 한국 면세점의 고객이 겹치면서부터다. 한국의 면세점은 따이공에 의지해왔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한국 면세점 매출에서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73.4%로 집계됐다. 최근 2~3년간 따이공 매출 비중이 꾸준히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현재는 80%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2018년 기준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면세점 구매객 중 중국인은 전체의 27%인 1293만명이고 이들이 기록한 매출액은 13.9조원으로 전체 면세점 매출의 73.4%에 육박한다. 2019년 기준 국내면세점 시장 규모는 24.9조원으로 추정하며, 이중 중국인 매출은 18조원으로 추정된다.면세업계 역시 따이공 유치를 위해 리베이트 성격의 과도한 송객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다. 중국 따이공이 이탈할 경우 국내 면세산업은 황폐화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중국의 대표 면세 업체 중국중면(차이나듀티프리그룹)은 2014년 하이난성 개점 이후 2017년 전 세계 매출 8위, 2019년에는 4위까지 올라왔다. 영국 면세유통 전문지 무디 다빗 리포트가 발표한 2018년 세계 면세점(매출기준) 순위는 듀프리가 1위, 롯데면세점이 2위, 신라면세점이 3위인 상황에서 중국중면이 내국인 수요를 이용해 역전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공세에 나선 만큼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돼도 이전만큼 상황이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하이난 섬 사례가 중국 대도시로 확대될 경우 따이공 유치에 상당 부분 애를 먹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면세업계 관계자는 “한한령 해제와 시진핑의 공식적인 임기 내 방한 기대감은 유효하기 때문에 코로나의 위험성이라는 변수가 잠잠해질 무렵부터는 급격한 양국의 해빙기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따이공에 대한 대대적인 세관 단속과 규제 완화 등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활용할 경우 이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